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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작 유 Jul 20. 2018

미국에서 처음 책을 퍼블리쉬하다

5년 간의 KAIST 대학원 시절, 초반 2년은 교수님께 많이 혼났다. 그 이유는 내가 연구실 밖으로 정말 많이 싸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운동광인 내게 친구들이 축구하자, 농구하자, 야구하자 하면 거의 항상 Okay했고 나는 연구실을 몰래 빠져나오기 일 수 였다.운동을 잘 하지 않는 연구실원들에게 교수님은 운동도 하며 연구를 하라며 조언을 하셨다. 하지만 나에게는 “넌 운동 더 하면 안돼” 라며 하시기도 했다. 또한 대학원생 주제에 참여하는 모임들이 많아서 금요일부터 주말내내 연구와 상관 없는 취미 생활을 마음껏 누리며 살았다. 그러자 교수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나는 완전 진지하게 혼났고 드디어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그리고 박사 3년차부터는 정말로 열심히 연구하는 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졸업 요건도 갖추어야 했고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연구 실적과 연구 함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정말로 열정을 가지고 연구에 덤벼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선택한 방법은 성공한 학자의 연구방식을 모방하는 것이었다. 유명한 학자들을 구글링해서 그들이 어떻게 연구를 하는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하버드 대학교의 조지 와이트사이즈 교수가 눈에 들어왔다.그의 실험실 연구 스타일 중에서 가장 특이했던 점은 연구프로젝트 시작과 동시에 논문을 쓰고 연구프로젝트가 끝난 동시에 논문이 완성되는 것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실험 결과가 예상 대로 나왔건 예상 대로 나오지 않았건 간에 모든 결과를 의미있는 중요한 데이터로 받아들이고 퍼블리쉬한다는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원하지 않는 실험 결과가 나올 때 연구 임팩트가 떨어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실험 결과를 무시하거나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좋은 결과만을 보고한다. 또한 어떤 연구자들은 모든 연구 실험이 끝이 나면 유리한 데이터만을 선별하여 논문을 쓰기도 한다. 이것은 진정한 과학자의 태도가 아니다. 조지 와이트사이즈 교수는 원하지 않는 실험 결과가 나오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가설을 전면 수정하고 보완하여 더욱 더 의미있는 연구 결과를 이끌어내고 퍼블리쉬한다.  


나는 와이트사이즈 교수의 연구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하기 시작했다. 실험을 계획할 때부터 논문을 쓰기 시작했고 노력 끝에 얻은 실험 결과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논문을 썼다. 실험이 실패하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논문과 보고서를 썼고 실험이 예상대로 나오면 내가 세운 가설을 더욱 신뢰하며 자신 있게 논문을 썼다.  

사람들과 교수님은 놀라기 시작했다.얼마 전까지 연구 잘 못했던 내가 갑자기 성과를 쏟아내니 말이다. 예전에는 발등에 불 떨어진 학회 발표/ 연구실 발표를 위해 며칠 꼬박 밤을 샜던 내가 발표 한참 전에 이미 발표 준비를 끝낸 사람이 된 것이었다. 와이트사이즈 교수처럼 나도 연구 프로젝트가 끝남과 동시에 보고서와 논문을 마무리했고 이에 대해 교수님께서는 기분 좋게 논문을 수정해주셨다. 그 결과 삼년이란 짧은 시간에 나는 수많은 연구 논문을 퍼블리쉬 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미국 포닥 생활도 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내가 더 이상 실험이 잘 됐다 안 됐다 생각을 하지 않고 모든 결과를 소중하게 여기고 연구에 정진하는 마인드셋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내가 지금까지 써온 열 여덟 편의 논문과 특허 중80%가 실험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아 원래의 계획이 틀어진 경우였다.  


돌이켜 볼때, 박사 과정 마지막 삼 년 동안의 경험이 있었기에 나는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퍼블리쉬 라이프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박사 과정의 연구 생활이 연구 프로젝트만을 위한 퍼블리쉬 라이프 버전이라면 이후 포닥 생활 그리고 그 이후 직장 생활과 작가 활동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퍼블리쉬 라이프가 업그레이드 되었고 결국 내 삶의 전 분야를 위한 퍼블리쉬 라이프가 되었다.



박사를 마치자마자 동시에 나의 가족은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미시간대학교 신소재공학과에 포닥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연구실 출근 첫 주, 나는 미국 박사 과정생들의 일하는 방식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아침 8시 이전에 출근을 하고 자기가 계획한 스케줄을 따라 최선을 다했고 저녁 5시 이전에 모든 일들을 마친 뒤 칼퇴근을 했다. 만약 협력해서 일해야 하는 경우에 그들은 최대한 낮 시간을 활용해 업무를 수행했고 서로 분담해야할 것들을 정확하게 분담해서 각자 맡은 일들을 최선을 다해 수행했다. 나는 비록 박사학위를 가진 포닥으로서 연구실에 조인해 어느정도 나의 전문분야를 박사과정생들에게 가르쳐줘야했지만 정작 많이 배운 쪽은 나였다.  


나는 그들로부터 내가 익숙하지 못한 연구 분야에 대해 배우기도 했으며 어떻게 미리 스케줄을 짜고 낮시간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일을 진행할지에 대해서 배웠다.또한 나는 어떻게 다른 협력 기관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회의를 할지 배웠다.  


당시 연구실 이야기를 할 때 케빈이란 녀석을 빼놓을 수 없다. 빅뱅이론의 하워드 조엘 왈로위츠와 같이 그의 엄마가 유대인이라 그도 유대인이다. 시니컬함과 위트와 유머를 동시에 같고 있는 케빈은 모든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제 때에 끝낸다. 우선 그는 박사 삼년차인데도 불구하고 교수의 지식과 거의 동률이다. 그의 프로젝트 발표 때, 교수와 토론을 하면 학생 대 교수의 토론이 아니라 교수와 교수의 토론의 모습 같았다. 말빨로 그를 이기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케빈은 연구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 꼼꼼히 조사한 이론의 토대 위에서 시작했다. 이미 많은 이론을 알고 아직 부족한 부분, 개선할 부분을 찾고 이것을 채우려하니 그가 하는 연구는 매우 중요해보였다. 실험을 하면 바로 분석이 끝났고 바로 보고서를 생산해냈다. 교수도 이런 케빈을 항상 인정해주었고 최우선순위로 그의 논문을 검토했다.  


케빈과 나는 오후 5시까지 빡세게 일해 업무를 마쳤고 매주 화요일 목요일 지역 축구 리그에 함께 공을 찾다. 2015년 봄시즌에는 우리팀이 리그 우승을 하기도 했다. 축구 끝나면 맥주 한잔하고 집에 돌아갔다. 이런 식으로 나는 미국의 업무 문화를 배웠다.  


한국의 대학원시절과 달리,미국에서는 자유 시간이 많았다. 연구실 업무를 낮시간에 다 끝냈다. 그리고 오후 5시 이후부터는 연구실 누구도 나의 자유 시간을 터치하지 않았다. 평일 저녁시간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의 수많은 자유 시간 속에 나는 어떻게 의미있게 시간을 사용할지 고민했다.  


나는 그동안 바빠서 내게 질문해보지 않았던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중에 나의 가슴을 움직인 질문은 “나의 열정은 어디에 있지?” “나는 진정 무엇을 좋아하는가?”였다.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책읽기와 글쓰기였다.  


미국에서 아내는 조그만한 문구 사업을 했다. “페이퍼미엘”이라는 브랜드명으로 수제 노트를 만들어 팔았는데 아내 덕분에 나는 원하는 대로 아내가 만든 노트를 가져다 썼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직접 산 책, 아마존 킨들에서 산eBook등 나는 수많은 책들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질문들을 노트에 적고 나의 언어로 나의 관점으로 답을 해보았다. 그리고 또 생각나는 질문들이 있으면 계속 노트에 적었고 이에 대해 생각했고 답을 적었다. 노트 한권을 일주일만에 끝내는 일들이 내 인생에 벌어졌다. 한권이 두권이 되고 두권이 네권이 되고 여덟권이 되고 미국에 있는 삼 년 동안 나는 수십권의 노트 위에서 책읽고 생각했고 나만의 생각을 풀어나갔다.  


그러던 중 나에게 이런 질문이 찾아왔다. “아이작, 너는 그동안 다른 사람이 쓴 책을 읽었는데 이제 네가 책을 써보면 어떤가?” 사실 나는 카이스트 대학원 시절 친구들에게 언젠가 책을 쓰고 싶다고 말을 했던 적이 있다. 그 때 친구들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연구하기도 힘들어하는 네가 무슨 책을 쓰냐?! 책이란 네가 완전 성공했을 때 쓰는거야.아직 멀었어. 당시 나는 이 말에 설득당했다. 책은 정말로 특별한 사람들이 쓰는 것인 줄 믿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내가 직접 책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했을 때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글을 쓸 시간도 있고 무엇보다도 꾸준하게 글을 쓸 열정이 준비되었다.  

책을 쓴다는 결심 이후,나는 무엇을 쓸지 고민해보았다. 어느 날 내가 쓴 노트들을 열어봤다.나는 큼지막한 질문 하나가 한 페이지 전체를 차지한 것을 봤고 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셀 수없는 질문들이 한 페이지 전체를 장식한 것을 보았다. 그 때 깨달았다. 내가 질문에 대한 책을 써야한다는 것을 말이다.  연구실 일이 끝나면 나는 아내를 데리고 스타벅스, 스윗워터스, 로얄에스프레소, 루즈로스터, 마이티굿커피, 지역 도서관 커피숍 등 거의 모든 카페를 돌며 이야기하면서 나는 글을 썼다. 하나의 글을 쓰면 계속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좋은 글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개인적 측면에서의 질문, 기업적 측면에서의 질문, 사회전체 측면에서의 질문. 이렇게 방대한 범위를 다뤘기에 나는 이 삼 백권이란 수많은 책들을 읽고 생각했다. 많은 공부가 되었다. 특별히 사람들에게 큰 도전과 도움을 줄 수 있는 글들을 따로 모아 나는 강의안을 만들었고 미시간 대학교 친구들과 학부생들에게 그리고 지역 한인 중고등학생들에게 강의와 세미나를 했다.


결국 1년의 노력 끝에 나는 “질문지능”이란 원고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출판사에게 “질문지능” 원고를 보내자,일주일만에 여섯 출판사가 출판 의사를 밝혔고 나는 나에게 가장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신 출판사를 선택했다. 이렇게 해서 나의 첫 번째 책, 일주일 만에 자기계발/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가 된 “질문지능”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책의 저자 곧 작가가 되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치있다고 생각한 것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사람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좋았다. 나의 세계가 더 커진 것 같은 생각에 행복했다. 그리고 나는 대담한 도전을 위한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취미로 글을 써도 이렇게 책을 쓸 수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면 쉽고 효과적으로 부담 없이 책을 쓸 수 있을까?”

“더 나아가 나의 가치있는 생각들,내 삶의 의미있는 모습들을 사람들과 어떻게 더 쉽고 효과적으로 공유할 수 있을까?”



작가 아이작 유

아이작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23년 10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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