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퍼런스를 참고하는 법

레퍼런스를 대하는 태도

by 나경

무언가를 본보기 삼아서 프로젝트 제작을 할 때가 있다. 모든 것이 100%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건 없다. 감각의 출처가 어린 시절이며 영화이고 책인 까닭이다. 어찌보면 나는 고도화되고 입체적이며 다소 편향적인 인공지능과 비슷하다. (실제로 인공지능이 창작물을 생산하는 방식은 경향성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명확한 의도와 욕구를 가지고 일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도가 곧 창의성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하고자 함'이라는 원동력 없이 무의미하게 레퍼런스를 찾는 일은 대개 없다.



레퍼런스 접근방식

디자인 프로세스 맥락 살펴보기

레퍼런스를 참고하는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디자인을 시작하려 노트북을 펼치기 전에 이루어진다. 일단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조금이라도 준비되어있어야 하며 개선하고자 하는 문제를 정의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각종 회사에서 내놓은 솔루션, 즉 디자인 제작과정들을 살펴본다. 한마디로 그들의 홈페이지 속 포트폴리오를 참고한다. A라는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해서 어떤 방식으로 왜 이렇게 디자인할 수밖에 없는지를 관찰하고 유추한다. 단순히 예쁜 결과물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주변의 맥락이 함께 보이는 게 곧 포트폴리오이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많이 참고한다.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로 임했고 어떤 사고방식을 차용했는지를 본다. 단순히 예쁜 결과물은 내겐 별로 의미가 없다. '그냥 예뻐서 했다'는 말이 남긴 결과물엔 늘 공허함이 맴도는 까닭이다.



디자인 스킬 활용하기

두 번째 접근방식은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성이나 논리구조는 다 갖췄는데, 좀 더 시각적인 모험을 하고자 할 때이다. 기존에 늘 해오던 경향성대로 하다 보면 자가복제 같은 디자인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안 해본 그래픽적 실험이 필요한 프로젝트라면 기꺼이 다른 결과물들을 참고한다. 이때에는 디자인 맥락이랄 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순전히 시각적 구현 테크닉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 효과를 어떻게 썼는지를 보고 차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화면구성을 이렇게 가져가겠다는 레이아웃정도는 정해놓은 상태여야 한다. 이렇게 그래픽적인 모험을 많이 시도하다 보면 다양한 툴을 구사하게 되고 자가복제 같은 경향성이 옅어지는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한 가지의 스타일대로만 디자인에 임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비유를 할 수 있겠다. 디자인이라는 열쇠를 통해 문고리를 열어젖히는 게 디자이너의 몫이라면, 문을 여는 방식을 한 가지만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게 좋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나는 여러 가지 대비책을 마련해 두는 게 좋다. 그리고 그 편이 삶을 살아가는 데 더 재미있다. 안 해본 일을 해보고,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에 임하고 다른 태도로 디자인에 접근한 사람을 잘 관찰해서 적용해보기도 하고.



디자인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분야다. 결국 사고방식을 오마주 한다는 것은 그의 시각적 독창성을 침범하지 않는 내에서 문제해결방식을 존중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난 그게 레퍼런스를 참고한다의 정의라고 생각한다. 멋있다고 막 갖다 쓰는 게 아니라 그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식. 그 오리지널리티의 기원을 반추하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되묻는 방식.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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