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를 보내며...

한 기간제 교사가 학교를 떠나며 남기는 기록

by songofsongs

<규정으로 잘린 교사>

2025학년도를 맞이하며 나는 하나의 다짐을 했다.
조금 더 배려하고, 조금 더 부드러운 동료 교사가 되겠다는 다짐이었다.
학생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교사들에게도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그 목표에 실패했다.

2026년 1월, 근무하던 학교에서 재임용되지 않았다.
형식적으로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기간제 교사는 최대 3년까지 재계약이 가능하며, 나는 규정에 따라 처리되었을 뿐이다.
절차적으로 학교는 옳았다.
나는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과정이 정당했는지는, 여전히 질문으로 남는다.


<교장실에 올라간 이름>

재임용 종료를 통보받은 날, 교감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사실을 전해주셨다.
몇몇 정규직 교사들이 교장실을 찾아가 특정 기간제 교사의 재임용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구체적인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나는 누가 그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은 공통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수업과 업무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교사,

동료의 행동을 늘 자의적으로 해석해 깎아내리는 교사,

그리고 승진과 권력을 위해 주변을 이용하거나 제거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교사.


이런 사람들이 조직에서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상은 누구일까.

바로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규정을 따르고, 기록을 남기고,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학폭 담당 교사가 겪는 현실>

나는 담임이었고, 동시에 학교폭력 담당 교사였다.
학교폭력은 ‘처리’하는 업무가 아니라, 외부 기관과 법, 인권, 민원, 학생의 삶이 동시에 얽힌 위험한 최전선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에 대한 답변서를 쓰고, 교육지원청에 조치 이행 결과를 보고하고, 작은 절차 하나도 틀리지 않기 위해 매일 기록을 확인했다.

이 일은 학교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학교의 관행과 무책임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학폭 담당자는 환영받지 않는다.
자주 “피해 관련 학생 편을 든다.”, "가해 관련 학생 편을 든다"는 압력이 존재한다.

나는 그 압력을 따르지 않았다.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는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말해준다.




2026년 1월 9일, 학년의 마지막 날.
담임 학급 학생들이 귀가한 직후, 교감 선생님의 호출을 받았다.
전화를 받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면담 자리에서 들은 말은 단순했다.
“재임용이 어렵게 되었다.”

징계도 없고, 민원도 없고, 업무평가도 나쁘지 않았지만, “교장실에 올라간 의견”이 있었고, 나는 규정에 따라 재임용되지 않았다.

이보다 더 한국적인 방식이 있을까.

누군가를 자를 때, 그 사람의 잘못을 입증하지 않고도, 단지 “계약직이기 때문에” 정리할 수 있는 구조.

이것이 지금 학교 조직의 현실이다.


<무너지는 현장과 침묵하는 다수>

이미 중·고등학교 현장은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다.
교사는 소진되고, 학생은 방치되며, 책임은 사라진다.

그 속에서 일부 교사들은 현장을 지탱하기보다, 더 빨리 무너지도록 돕는다.

일을 하지 않는 사람, 권력에 줄 서는 사람, 책임을 피하는 사람이 조직에서는 가장 안전하다.

반대로, 학생을 지키고, 규정을 따르고, 기록을 남기는 사람은 “불편한 존재”가 된다.

나는 그 불편한 존재였다.


<떠나며>

3년은 나에게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한 학교에서 연속성을 가지고 아이들을 만나고,
담임으로 성장과 갈등을 함께 겪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집도 얻었고, 대출도 가능했으며, 교사로서의 역량도 쌓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시간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 시간이 이런 방식으로 끝났다는 사실이 아플 뿐이다.

나는 여전히 학생을 믿고, 교육을 믿고, 교사라는 직업의 가치를 믿는다.

어느 학교로 가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만약 다시 교실에 설 수 있다면, 나는 또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조용히 덮는 교사가 아니라, 기록하고 책임지는 교사로. 그 선택이 다시 나를 위험하게 만들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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