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고독 10 "교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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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헵시바

지영은 시아버지가 뼛속까지 선민의식이 있는 인물에다, 감정표현을 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고 똥고집 노인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들과 '벌레 같은 계집'을 보고 감정이 요동치긴 했지만, 시아버지가 대신 화를 내주는 바람에 그녀는 가족 앞에서도 고상함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그녀의 감정 표현은 시아버지의 감정 표현보다 느렸다. 기질이 그러했고, 또 친정에서 어릴 적부터 감정 조절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일을 대처하지 않을 때 더 일이 잘 풀어진다는 걸 몸소 경험해 왔다. 그러나 아침의 소동은 지영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녀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위대했다. 그 효과는 다음 날 아침 나타났다.

아침 6시 55분. 고독주는 좋아하는 진회색 정장을 입고 고소전으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서자 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지영은 아들을 쳐다보지 않았다. 고모만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시 후, 고소득이 기침을 하며 들어왔다. 고독주가 살짝 몸을 비키며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했다. 고소득은 고독주를 스윽 보더니 자리에 앉았다. 아버지 고사한이 입을 열었다.


"앉아서 밥 먹어라."


고독주는 할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지난 이 주일간 밥을 먹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고소득이 수저로 밥을 뜨다 말고 손자를 올려다봤다. 고독주는 기세에 눌리지 않으려 할아버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말했다.


"저는 아침에 양식이 좋습니다. 샌드위치와 커피요."

순간 식탁 위 공기가 얼어붙었고 가족들의 눈이 일제히 커졌다. 고소득은 식탁 위로 밥알이 묻은 수저를 던졌다. 식탁 끝까지 데굴데굴 굴러갔다. 고독주는 할아버지의 행동을 예상했다는 듯 목례를 하고 돌아섰다. 지영은 아들의 등을 보고, 자리에서 다급하게 일어섰다.

"그 애, 받아줄 수 없어!"


지영이 감정적으로 반응하자, 고독주를 비롯한 가족들이 모두 그녀를 바라봤다. 지영은 아들을 향한 실망감에 손이 떨렸다. 안 그래도 차가운 손끝이 더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입술도 파래지며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처음 보는 어머니의 감정에도 고독주는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영원수 씨에게도 제 가족을 받으라고 할 생각 없습니다."


고독주는 그렇게 말하고 회사로 향했다.


* * *


해가 뜨지 않은 겨울 아침. 달력의 마지막 장이 끝나고 새 달력이 벌써 두 장이나 지나갔다. 이제 겨울도 끝무렵이었다. 신정과 구정이 한참 지났어도 회운구의 아침은 늘 똑같았다. 빌딩 사이로 흩어진 새벽빛이 벽과 유리를 희미하게 비추었다. 출근길을 재촉하는 차들이 도로를 지나간다. 곧 도심의 도로는 정체가 될 것이다. 거리는 주말의 열기를 새로운 분주함으로 채우고 있었다. 반면 북적이기 시작한 지상과 달리 고 빌딩의 지하 주차장은 여전히 서늘한 정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둠을 밀어내는 햇살 대신 형광등 불빛이 콘크리트 벽을 비추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가 지하 주차장의 닥트와 페인트 냄새 등과 섞여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VIP 전용 주차장에는 벤틀리 한 대가 잿빛 비단처럼 매끈한 차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엔진은 꺼져 있었지만 존재만으로도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차 안은 따뜻한 커피의 온기와 그 향으로 가득했다. 고독주는 영원수가 싸 온 샌드위치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평소의 닭가슴살 리코타 치즈 샌드위치였다. 푸른 끼가 도는 회색 정장 바지 위로 바게트 부스러기가 떨어졌지만 그의 눈은 영원수의 얼굴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영원수는 그의 얼굴이 조금 부담스러워 창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고독주는 영원수의 반응에 반대쪽 창을 바라봤다. 그리고 오른쪽 입꼬리에서 느껴지는 샌드위치 소스를 엄지손가락으로 닦았다.

영원수는 창에 비치는 고독주의 행동에 무엇이 생각난 듯 고개를 돌려 고독주를 바라봤다. 영원수의 기척에 고독주도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영원수가 엄지 손가락으로 그의 왼쪽 입가에도 묻은 소스를 닦아주며 말했다.

"그때.. 세게 때리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고독주는 영원수가 자신의 뺨을 톡, 하고 때렸던 그날을 회상했다. 그가 왼쪽 뺨을 만지며 말했다.

"때린 거 자체를 후회하진 않습니까?"

"후회합니다."


고독주는 여자친구의 즉각적인 대답에 미소 지으며 샌드위치 마지막 한 입을 입에 구겨 넣었다. 그리고 바게트 가루가 잔뜩 묻은 손으로 영원수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손을 꽉 쥐며 말했다.

"이런 곳에서 만나게 해서 미안합니다."

"저야말로.."


"영원수 씨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


영원수는 고독주의 말에 눈물이 나오려 해 또다시 고개를 돌려 창을 바라봤다. 요즘 따라 감정적이게 된 자신이 낯설었다. 고독주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주는 것 같아서 영원수는 위로가 됐다. 그녀의 암흑 같았던 인생 전체가 따뜻한 햇살로 비치는 것 같았다. 고독주가 영원수의 손을 흔들었다.


"나는 우는 것보다 웃는 게 더 좋습니다."


남자친구의 말에 영원수는 빨개진 코를 훌쩍이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억지로는 못 웃어요."


고독주는 카페에서 영원수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카페 생각에 고독주가 서류 가방을 뒤적였다. 그가 샌드위치 키링을 꺼내 영원수 눈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영원수는 키링을 받아 들며, 카페에서 고독주에게 키링을 건네며 느꼈던 그의 말랑한 손바닥을 기억했다. 지금 언제든지 느낄 수 있는 그의 손. 그때가 생각나자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갖고 있었군요."

"줄게요. 영원수 씨가 갖고 다녀요."

"본부장님은 이제 필요없나요?"

"이제 기념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고독주가 맞잡은 영원수의 손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고독주는 평소의 무뚝뚝한 태도와 달리 스킨십이 많은 편이었고 쉽게 하는 편이었다. 11층 그의 사무실에서 영원수가 일찍 퇴근하려 하자 5분 남았다며 영원수의 손목을 붙잡았을 때처럼 말이다. 영원수는 그와의 관계에서 모든 것이 생소하고 낯설었지만 그것이 싫지 않아서 익숙해지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 영원수가 이해를 못 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키링이 기념을 하기 위해 산 것이고, 이제 기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고독주의 눈빛을 보고 영원수는 키링이 곧 자신을 가리킨 게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영원수는 차마 깨달은 바를 말할 수 없었다.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또다시 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도 지쳤는지 이젠 고독주의 턱을 창쪽으로 돌려버렸다. 고독주가 영원수의 힘에 못 이긴 척 웃으며 말했다.


"근데 언제까지 본부장이라고 할 겁니까?"

그 말을 들은 영원수는 고독주의 얼굴이 절대 돌아보지 못하도록 안간힘을 썼다. 그의 이름을, 그에게 낯간지러운 표현을 하기에는 심장이 남아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 * *


영원수는 집 근처에서 쇼핑몰 포장 알바를 끝내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까만 크로스백을 쥐고 사무실 문을 나오자 눈앞에 검은색 차 한 대가 서 있었다.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 고급 세단이었다. 차에 대해 관심 없는 영원수도 그 차에는 눈길이 갔다. 색깔만 다르지, 고독주의 차종과 같았기 때문이다. 차를 보고 고독주를 떠올리며, 영원수는 사무실 앞에 바짝 서 있는 차 옆으로 몸을 비틀며 지나가려고 했다. 그때 조수석 창문이 지잉하고 내려가고, 안에 있는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영이었다. 그녀는 영원수를 보지 않고, 정면을 바라보며 턱으로 골목 끝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앞 카페에서 얘기 좀 하죠."


지영은 그렇게 말하고 창을 올리려 했다. 하지만 영원수의 말이 먼저 들려 올리던 창이 멈춰졌다.

"할 얘기 없습니다."


영원수의 말에 뒤쪽 창문이 열렸다. 뒷좌석에는 고독주의 할머니 옥명과 고모 고우나가 있었다. 운전자 뒷좌석에서 옥명이 큰 소리를 쳤다.


"뭐 잘났다고 할 얘기가 없어!"

"엄마, 쫌!"


고우나는 옥명을 말렸다. 사실 그녀는 고독주와 영원수의 사이를 적극 찬성하는 쪽이었다. 후계자인 고독주가 고소득의 심기를 건드리면 동문에게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원수 일로 고독주와 고소득의 사이가 멀어진다면 고우나가 바라던 대로 회사는 동문의 것일 거라고 여겼다. 그러니 영원수가 싫을 리 없었다. 오히려 두 팔 벌려 환영이다. 다만 오늘 그녀가 지영과 옥명을 따라온 이유는, 그 얼음장같이 감정 하나 드러내지 않던 새 언니가 아들 여자에 대한 질투심으로 인해 어디까지 망가지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고우나는 영원수에게 윙크를 하며 말했다.

"대충 얘기 좀 들어줘요. 협박하러 온 거 아니니까~"

"본부장님이 가족 분들과 따로 만나는 일 없도록 지시하셨습니다."

영원수는 그렇게 말하고 걸음을 재촉에 차를 앞질러 갔다. 앞서 걸어가는 영원수의 등을 보고 다급해진 지영은 창문을 완전히 내려 영원수에게 톤을 높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차는 어린이 보호구역보다 느리게, 영원수의 걸음에 맞춰 움직였다.

"그럴 리 없어요."


영원수는 지영을 보지 않고 무표정을 앞만 보며 도보 길 위로 걸어갔다. 지영은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영원수를 보고 기가 막혔다. 뒷좌석에 앉은 옥명은 아주 거친 말을 내뱉었고, 고우나는 유치하다고 옥명을 나무랐다. 지영은 살면서 이리도 치욕스러운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부터 국가고위공무직 집안이었고 자신의 아버지는 전직 총리까지 지낸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고귀한 신분이 고작 이런 냄새나는 골목길을 익숙하게 다니는 피비린내 나는 어린 여자애와 얘기 좀 해주겠다는데 무시를 당하다니, 도저히 지영의 이성으로는 불가능한 대화의 흐름이었다.

"독주는 평생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라온 애예요. 상스럽고 야만스러운 사람을 만난 게 처음이라, 호기심을 애정으로 착각한 것 뿐이라고요."

"그렇게 안정적인 환경 같지는 않습니다만."

"당신이 가져본 적도, 상상도 못 하는 환경이라서 잘 모르는 거겠죠. 그리고 앞으로도 당신은 우리와 독주가 가는 길을 갈 수 없을 거예요."


영원수의 걸음이 멈춰졌다. 그 바람에 벤틀리도 멈춰 섰다. 지영은 자신이 승기를 쥐었다고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영원수가 차 앞에 있는 진입금지 표지판을 가리켰다. '차 없는 거리'. 지영이 표지판을 보고 홱 고개를 돌려 영원수를 노려봤다. 영원수가 지영을 내려다보며 무표정으로 말했다.

"사모님도 못 가시는 길이 있네요."


그 말을 듣고 지영이 주먹을 꽉 쥐었고, 차에서 내리려 문을 열려하다가 극한의 인내를 발휘했다. 그 바람에 그녀 눈에 핏기가 서렸다. 오늘따라 유독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저는 이만 학원에 가야 해서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영원수는 지영에게 한 번, 뒷좌석을 향해 한 번 인사를 하고는 '차 없는 거리' 표지판을 지나갔다. 지영은 다 헤어진 간판들이 있는 길목 사이로 걸어가는 영원수를 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는 창문을 짚고 상반신을 내밀며 소리쳤다.


"너는 그냥 그런데 서나 쭉 살란 말이야!!!!!!"


조수석 문을 쾅쾅 두드리며 엉엉 우는 지영의 뒷모습에, 고우나는 입가를 가리며 피식 웃었다. 그녀는 오늘, 평생 두고두고 놀릴 거리를 하나 얻었다.


* * *


고독주와 영원수에게 가족들의 허락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후계 구도는 가족들에게나 중요한 문제지 자신에겐 한 번도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할아버지 고소득은 사생활 문제가 회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이상 일 잘하는 본부장을 해고시키진 않았다. 설령 고소득이 최후의 수단으로 고독주의 모든 것을 압류한다 할지라도, 고독주는 이미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기에 다른 일을 시작할 수도 있었다. 뭣하면 미국으로 가 곤충생물학 교수나 연구원을 해도 됐다. 물론 그 미래는 영원수와 함께가 전제였다. 영원수 역시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지 않았다. 또 고독주의 가족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 하나 때문이라도 나머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면 감수하는 것이라는 걸 몸소 겪어가며 서로를 소중히 대했다. 마음의 변화는 무표정했던 영원수의 표정에 다양성을 일으키고, 메마른 고독주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고독주와 영원수의 관계는 두 사람만 변화시키고 있는 건 아니었다.

고독주는 영원수와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일찍 출근하면서도, 아침마다 고소전으로 와 인사를 드리는 걸 꼬박꼬박 했다. 이제 지영은 가족들 앞에서 아들의 옆구리를 꼬집으며 흔들었다. 이를 무시하고 떠나는 아들을 보고, 남편의 등을 퍽퍽 때렸다. 고소득도, 옥명도 아들 때문에 속상한 지영의 마음을 나무라지 않았다. 고우나도 더 이상 지영에게 시비 걸지 않고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했다.

영원수는 매일 샌드위치를 만들고, 커피를 내리는 알바를 계속 했다. 겨울에는 차에서, 날이 풀리면서 회운구 공원에서 두 사람은 아침 식사를 했다. 고독주는 회사에서 계약을 할 수 없으니, 자신의 사비로 계약을 하자고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영원수가 거절했지만 고독주는 영원수가 계속 그림을 그리길 바랐다. 영원수는 고독주의 마음에 미안하면서도 고마움으로 받았다. 그래서 일상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평일 아침에는 고독주와 함께 보내고, 그림을 그리다가 오후에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저녁에는 학원을 가거나 동호회, 주말과 평일 틈틈이 고독주와 시간을 보냈다. 가끔 김 비서나 동문이 끼어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유난히도 뜨거웠던 두 사람의 여름이 지나고 다시 쌀쌀해질 무렵이었다. 고독주는 원 파머-원 셰프 해외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사업 단계로 해외 출장이 잦아졌다. 연락은 이전처럼 자주 하진 못했지만, 그 간격은 두 사람의 신뢰와 기다림으로 채워졌다. 아침 만원 버스에서 흔들리며 서 있던 영원수는 운 좋게 앞자리 사람이 일찍 내려 자리에 앉았다. 그때 우우웅 하고 스마트폰 진동이 울렸다. 고독주는 호텔 창가 테이블 위에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진 찍어 보냈다. 사진 아래에는 '파이팅!'이라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영원수는 사진을 보고 한참 동안 입 꼬리가 내려가지 못했다. 영원수는 그의 메시지에 좋아요로 반응했다.

내려야 할 정류장 근처에 오자 영원수는 하차 버튼을 눌렀다. 버스가 정류장 앞에 서자 사람들 몸이 앞으로 쏠렸다. 꽤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영원수와 같은 정류장에서 내렸다.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던 영원수는 고독주의 집을 방문한 이후 오랜만에 낯선 곳에 온 것이었다. 영원수는 한 손으로 크로스백을 쥐고, 한 손으로는 묵직한 크로스백을 툭툭 두드렸다. 그리고 정류장 옆으로 가자, 그 뒤에 광장이 넓게 펼쳐져 있었고 중앙에는 하얀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회운예술대학교 회화과 입시 시험장.

대학 앞 광장에 선 영원수의 머리 위로는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고, 머리칼 사이로 바람이 스쳤다. 영원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주변의 소음 속에 고독주의 응원이 조용히 떠올랐다.


[파이팅!]


기억이 나기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최근에 그와 함께 했던 모든 시간들이 한순간에 마음을 채웠다. 그녀는 다시 발을 내디뎠다. 모든 시간이 결국 자신을 이 자리까지 데려왔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느끼며 시험장으로 향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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