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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nald Dec 29. 2018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Summer Christmas

크리스마스는 특별하다. 그리고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더더욱 특별하다. 2013년 크리스마스 연휴에 멜버른으로 준비 없는 여행을 간 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당일에 대부분의 가게들이 영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텅 빈 도시에 여행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시내로 쏟아져 나온 인파로 문전성시를 이뤄야 할 판에 휴점이라니, 한국인인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알고 보니 호주인들은 12월에서 1월 사이에 대부분 장기 여름휴가를 떠났다. 일 년 중 가장 긴 홀리데이 시즌인 것이다. 그래서 가게들도 크리스마스에서 새해까지 영업일을 표시한 캘린더를 홈페이지/인스타그램에 게시한다. 크리스마스에 영업하는 가게들은 특선 메뉴를 선보이고 10~15%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생각보다 문을 여는 가게가 그렇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호주 살이 3개월 차였던 당시의 나는 알지 못했다. 결국 멜버른 시내를 서성거리던 우리는 차이나 타운에서 저녁을 포장해와 숙소에서 조촐한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그다음 해부터는 홈페이지에서 크리스마스 영업일을 부지런히 확인했다. 시작부터 삐걱 거리는 연휴는 한 번으로 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24일이면 대형 마트 Coles에 들러 필요한 것들을 미리 구매하고 아침에 모닝커피를 마시러 카페로 출발하다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장으로 전화부터 건다. 차이나 타운을 서성이던 사람이 5년 동안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운이 좋게도 크리스마스마다 여러 개의 도시를 방문했다. 모든 사람들이 집에서 홈파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크리스마스에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은 다름 아닌 비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매년 12월 25일이 되면 비치에 갔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온몸으로 만끽하며 수영복 입은 여러 명의 산타를 구경했다. 그러니까 이건 지난 5년 간 따뜻한 남쪽 나라, 저 멀리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의 성탄절 기록이다.



Melbourne



Byron Bay



Noosa



Adelaide



Gold Co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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