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nald Dec 31. 2018

가장 이국적인 브런치 풍경

Yum Cha in Sky Phoenix

나는 만두를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좋아하는 음식 순위를 매기자면 만두는 50위권 어디 즈음에 위치한 음식이었다. 50위권의 좋아함 정도를 해석하면 '많이 좋아하지 않는',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찾아먹지도 않는'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다. 이런 내가 친구를 따라 시드니 시내에 위치한 차이니즈 레스토랑 Phoenix에 가서 얌차에 입문한 건 벌써 몇 년 전의 이야기이다. 고기만두, 김치만두, 군만두 밖에 모르던 내게 얌차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만두 세계로의 새로운 장을 열어주었다.


오전부터 점심까지 자스민 티와 함께 딤섬을 메인으로 각종 요리와 디저트 메뉴로 운영되는 얌차는 -점심시간 이후에는 일반 중식당으로 변모한다.- 중국식 브런치다. 이동하는 음식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값을 지불한다는 점에서 회전 초밥집과 유사하지만 정해진 레일을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회전초밥과 달리 얌차는 직원들이 직접 수레를 밀고 끌며 테이블 사이를 오가는, 훨씬 역동적인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가오는 직원과 눈을 맞추고 테이블 앞에 수레가 멈추면 그들은 곧 자신이 가진 요리를 하나씩 내보인다. 수레는 딤섬, 요리, 디저트로 나뉘는데 그중에 마음에 드는 디쉬를 양껏 고르고 다음 수레를 찾는 과정을 반복한다. 언제까지? 테이블이 가득 찰 때까지.


딤섬의 종류는 어찌나 다양한지 돼지고기가 들어간 쇼마이, 탱글탱글한 새우가 들어간 하가우, 창자 같은 모양의 고소한 창펀, 시금치가 들어간 덤플링, 갈릭&새우 덤플링, 딥 프라이드 덤플링 등 직원이 대나무로 된 찜기를 하나씩 열 때마다 두 눈을 반짝이며 덤플링 고르기에 우리는 매번 열과 성을 다한다. 딤섬과 함께 곁들이는 차이니즈 브로콜리는 보통 2~3인당 한 접시를 시킨다. 그리고 <시드니 한국인 딤섬 가이드>-왠지 모르겠지만 주변의 모든 한국인들이 이 방식으로 딤섬을 먹고 있었다-에 따라 직원을 불러 프레쉬 칠리를 주문한다. 아주 잔뜩. 얼마 안 있어 칠리가 가득한 간장 종지가 테이블로 전해지는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칠리는 베트남 고추를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왜 간장에까지 고추를 넣어 먹을까 의아했는데 웬걸, 간장을 머금은 고추를 딤섬에 한두 조각씩 올려 먹으면 한국인 취향에 딱 맞는 정도의 매운맛이 더해졌다.


모두의 취향이 집대성된 한상이 차려지면 각자의 방식으로 딤섬을 즐기기 시작한다. 으레 첫 번째 젓가락은 취향에 따라 가장 좋아하는 덤플링으로 가기 마련이다. 쇼마이, 하가우, 딥 프라이드 덤플링이 꽤 공평하게 한두 개씩 없어진다. 그리고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되면 다양하게 먹는 걸 즐기는 사람 일관된 취향을 고집하는 사람으로 나뉘어 찜기는 각각의 속도로 빠르게 혹은 천천히 비워진다. 테이블이 한차례 클리어 되면 마치 앙코르 공연이라도 하듯 그 자리는 인기 있는 딤섬으로 다시 채워진다.


다소 전투적인 식사를 마치고 하나둘 젓가락을 내려놓는 타이밍이 있다. 이제 디저트인 망고 팬케이크를 먹을 준비가 되었다는 암묵적 제스처다. 크레페 안에 망고와 생크림을 가득 채운 얌차 코스의 종결자로 몇몇은 딤섬보다도 이걸 먹기 위해 온다고 할 정도로 호주에서는 인기가 많은 디저트 메뉴다. 적게는 반 개, 많게는 두 개, 포장은 옵션. 달달하게 디저트로 배를 채우면 그야말로 남부러울 것 없는 푸드 코마 상태에 이르게 된다. 브런치이지만 마치 저녁을 먹은 것 같은 포만감. 푸짐함으로 따지면 역시 얌차를 따라올 메뉴가 없다.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커다란 테이블에 대가족이 둘러앉아 다 같이 아침 겸 점심을 즐기는 중국인 가족, 앉자마자 베트남 고추부터 주문하는 성격 급하고 취향 확실한 한국인들, 그리고 테이블 위로 온갖 튀김 요리와 야채를 쌓아놓고 먹는 서양인들까지. 동그란 테이블로 가득찬 매장, 그곳을 빼곡히 메운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를 바쁘게 움직이는 수레가 있는 얌차는 내가 아는 가장 역동적이고 이국적인 브런치 풍경임이 틀림없다.





Sky Phoenix

Level 6, Shop 6001 Westfield Sydney, 188 Pitt St, Sydney NSW 2000, Australia

11.00 AM - 3.00 PM (Mon-Sat) / 10.30 AM - 3.00 PM (Sun)

www.phoenixrestaurants.com.au




작가의 이전글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