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nald Jan 07. 2023

월간 (다시) 시드니 11월호

출근길에 동네 카페에 들렀다가 처음 보는 설표 닮은 고양이를 만났는데 왜때문인지 혼자 신나서 엄청 까부는데 그게 엄청 귀여웠다. 더 놀아주고 싶었는데 언니는 출근을 해야 해서 슬펐어요.



10월 말에 이태원에서 믿고 싶지 않은 사고가 발생했고 그 때문에 내내 마음을 잘 추슬러야 했다. 이태원 참사가 있고 나서 핸드폰 보는 시간을 줄였고 대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매주 팟캐스트를 잘 듣고 있었지만 그 주에도 변함없이 업로드를 해준 필름클럽, 영노자, 비혼세, 여둘톡에 특히 감사했다. 덕분에 조금 더 힘내서 일상을 지탱할 수 있었다.



좋아하던 블로거 분들을 이제는 SNS에서 만나는 시대가 되었다. 예전에 사용하던 블로그에서 SNS로 넘어왔을 때 약간 누군지 알 것 같은 분들을 발견하고 (혼자)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물론 워낙 유명했던 분이기도 했지만 아이디나 닉네임이 은은하게 달랐음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고 그 외 특별한 교류 없이 팔로우만 했던 분들과 어느새 맞팔이 되기도 했다. 넓고도 좁은 인터넷 세상.


그래서 왠지 트위터가 없어져도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라는 희미한 믿음이 있었는데 대신 가장 큰 걱정은 랜선 이모는 이제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 사진을 어디서 보나 하는 문제였다. 따져보니 이름을 아는 고양이와 강아지가 스무 마리가 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트위터의 서버 종료는 해프닝처럼 지나갔고 침몰해가는 트이타닉에는 다른 대비책을 찾기보다 신나게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들만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 이래야 트위터지.



그동안 코로나는 잘 피해왔는데 또다시 감기에 걸렸고 호되게 고생을 했다. 그런데 감기라기엔 기침이 너무 오래가길래 병원에 가봤더니 비염과 알러지 때문이란 소견을 들었고(시작은 감기일 수 있으나 비염 때문에 코, 귀로 넘어갈 수 있다고 하고 원인은 기후나 카펫 생활 같은 환경 때문이라고 한다.) 알러지 약과 코 스프레이를 사용하자 다행히 바로 증상이 완화되었다.


병원 때문에 한인타운을 방문했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는 한국 새럼은 점심으로 비빔밥 먹고 후식으로 케이크와 아이스 라떼를 때리고 수제비를 테이크 어웨이 해 갔다. 병원 왔다가 먹는 걸로 오백 불(아님) 쓰고 왔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내년에는 일력을 써볼까 고민하게 되지만 '그럼 주말은 어떻게 해?!'와 매일 한 장 한 장 뜯어낸다는 게 약간 소모적으로 느껴져 항상 망설이게 되는데 다행히 중간 지점에 있는 귀여운 주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낼모레 마흔이지만 누가 뭐래도 귀여운 게 최고 아닌가요.



아기 두루미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시는 분이 아직 계신가요? 그렇다면 사진과 함께 실키님이 그린 귀여운 아기 두루미도 함께 봐주세요.



주말에는 친구들과 바베큐를 하기도 하고 100킬로를 밟고 달려서 머나먼 곳에 사는 친구 집을 오랜만에 방문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같이 여행 다닌 친구들은 대부분 P였던 것 같은데 내가 가고 싶은 500군데 중 어디를 가도 좋다고 하고 리액션도 잘해줘서 같이 다니면 만족감이 오백배가 되곤 했다. 가젤 같은 내 P 친구들 너무 고마와.


친구들이 내가 고른 일정과 음식점에 항상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만족스러운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좋았던 점은 꼭 이야기해준다는 점이 다정하다.



슬슬 여름에 가까워져서 겨울 침구와 이번에 새로 구입한 여름 커버/시트까지 싹 세탁해서 겨울용은 이불장에 넣고 매트리스 프로텍터, 핏티드/플랫 시트까지 씌우고 나니 몸살 날 거 같지만 너무 뿌듯했다. 이날은 좋은 냄새를 맡으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지금도 요리를 즐겨하진 않고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바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요리에 가까웠지만 일인가구로 산 기간이 길어진 것과 비례해 이제 나 하나는 어찌어찌 먹여 살릴 정도의 요리 실력을 갖게 된 건 조금 뿌듯하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진심으로 요리를 좋아해서 취미로 하는 유니콘 같은 친구들이 정말 드물게 존재하는데 그보다 높은 비율로 비혼/기혼, 남녀 상관없이 요리에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어서 다른 집안일과 마찬가지로 그냥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분야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내 경우엔 5년 이상 꾸준히 했더니 없던 요리 실력도 조금은 쌓이더라. 꾸준히 요리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로는 나는 종종 식탐이 귀찮음을 이기는 식탐대마왕이란 점과 시드니 한식당의 맛이 (서울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게 크게 일조했지만 그냥 집에 있는 걸 차려먹는 게 아닌 본격 요리는 일주일에 한두 번이면 충분한 것 같다.



오세요, 시드니- 어느새 11월이 되었고 자카란다 시즌이 되었다. 일기예보를 보니 일요일에 비 소식이 있어 꽃잎이 다 떨어질까 싶어 호다닥 카메라를 들고 이른 아침에 동네 산책을 다녀왔다. 길을 가다가 핸드폰을 들고 사진 찍는 귀여운 풍경을 여러 차례 보았다.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예상시간 : 30분 / 실제 산책 시간 : 1시간 30분) 집에 돌아가려는데 웬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젊은 커플부터 지팡이를 든 할머니까지 연령층이 다양했고 일부러 찾아왔다기 보단 나처럼 지나가다 들른 동네 주민들이 많이 보여서 좀 정겨웠다.



직장인이 평소보다 부지런을 떨며 일찍 출근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소소한 이유가 존재합니다. 이를테면 맥모닝을 먹기 위해 15분 정도 일찍 출근하는 사람도 있죠.



머릿속에 포케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그렇게 차곡차곡 포케력이 채워진 어느 날, 드디어 동네 포케집으로 향했다. 사실 난 포케를 얼마 전에 회사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꽤 신기한 맛이었다. 따듯한 밥에 샐러드를 올려? 근데 그게 또 묘하게 잘 어울려? 했던. 찾아보니까 집 근처에도 여윽시나 포케집이 많았고 살몬 베이스에 두부를 추가했고 당연히 맛있었네요.



애플 티비의 <테드 라쏘> 시즌 1은 테드의 원맨쇼 같은 느낌이어서 약간 세모인 채로 봤는데 시즌 2부터 등장인물마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쌓여서 그런지 몰입감이 확 올라갔다. 특히 시즌 2 에피 8은 그야말로 찢었는데 울다가 마지막에 엄마 미소를 짓게 만드는 에피였다. 레베카의 로맨스, 보는 제가 설렐 정도로 너모 좋았네요.



블프라고 특별히 산 건 없는데 한 일주일 전부터 작약이 보이길래 좋아하는 꽃집에서 작약 꽃다발을 주문했다. 호주는 기후와 여러 조건들이 한국과 다르다 보니 가끔 정말 처음 보는 식물과 꽃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요즘 봄과 초여름 사이라고 한국처럼 수국도 나오고 작약도 나오니깐 괜히 좀 반갑고 그랬다.


사실 한국에서 작약을 샀다 하면 다음날부터 시들시들하다가 제대로 피지도 못 하고 보낸 게 전부여서 이렇게 만개한 작약을 처음 봤는데 너무 크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거짓말 아니고 하루에 오십 번씩 봤네요.


대왕 작약이 지고 화병에 푸른 잎들만 뒀는데 계속 싱싱하길래 흰색 작약을 추가했다. 어느새 시장에 핑크 작약은 들어가고 머리가 작은 흰 작약이 나왔는데 핑크 작약이 커다랗고 멋있음을 담당했다면 흰색은 단정하고 우아한 멋을 뽐냈다.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작가의 이전글 2022 연말 결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