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어느 좋은 날

by Ron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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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있게 출발했더니 예약시간보다 20여분 일찍 도착했고 그동안 창밖으로 서울 풍경을 가득 담았다. 뿌연 하늘이 아쉬웠지만 최근 비행기를 탈 일이 없다 보니 높은 곳에서 보는 풍경이 어느 때 보다 값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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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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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랗고 완만한 곡선, 그 위를 달리는 자그마한 차량들을 보고 있으니 미니카 경주를 구경하는 것 같았다. 친구들이 생일 파티를 할 때면 사진사를 자처하며 여러 장의 사진을 남기곤 했는데 가족 생일 파티는 처음이었다. 오늘은 내가 사진사. 아빠의 칠순 생신 파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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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아닌 이국의 낯선 도시들을 갈망하고 열렬히 흠모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도시 간 순위를 매기며 이곳보다 저곳이 낫다고 우열을 가리는 대신 서울에 대한 애정을 순순히 인정하기로 했다. 세상 어느 도시보다 좋아하는 장소와 가게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품고 있는 곳. 나의 도시 서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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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접시 위에 올려진 한 입 거리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 음식을 보고 콧방귀를 뀌게 되지만 그런 접시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러다가 한상차림의 식사가 나올 즈음엔 결국 배를 부여잡게 되는 게 한정식 코스의 미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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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케이크를 커팅할 일이 많은 5~6월이지만 성냥을 그어 초에 불을 붙이고 다 같이 축하 노래를 부르다가 주인공이 입술을 오므려 있는 힘껏 초를 부는 찰나의 시간을 좋아한다. 요즘에는 주인공이 초를 꺼뜨리면 냉큼 여분의 성냥개비를 집어 들어 다시 불을 붙인다. 2차로 촛불 불 준비를 하고 있는 조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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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선착장에 도착하니 31도의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말을 맞아 바깥으로 나온 인파가 적지 않았다. 오빠네가 탄 오리보트는 초반에 꽤나 분주히 움직였으나 어느덧 같은 자리를 계속 맴돌았고 덕분에 내 시야를 벗어나지 않는 35번 오리를 향해 이날 나는 스무 번쯤 손을 흔들어 주었다. (위의 사진은 20번 중 17번째로 손을 흔들다가 찍은 사진이다.) 활짝 웃으시는 부모님과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 댕기는 조카들을 보며 왠지 모르게 흐뭇했던 날. 6월, 어느 좋은 날의 일기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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