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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인턴은 취업에 도움이 될까?_2

직무 vs. 네임 밸류

by 강 산

지금 돌아보면 더 중요한 건 직무라고 생각한다. 아니, 거의 확신에 가깝다. 인턴이라는 경험은 결국 내가 이 직무와 맞는지를 판단하는 제일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첫 인턴에서 제일 아쉬웠던 점은 내가 공공기관에서 일할 생각이 크게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더라도 ‘난 이곳에 오지 않을 건데, 그리고 이와 관련된 직무를 하지 않을 건데’라는 생각이 동기를 갉아먹었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듯했고, 내가 여기에 있는 것 자체가 죄송했다. 만약 처음부터 직무에만 집중해 지원했다면 이런 실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저 기업의 규모만 중요시했기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다.


현재의 취업 시장에서도 직무 중심 사고가 더 적합하다는 것을 확실히 느낀다. 대기업도 지원자가 이 직무에 어울리는 사람인지를 보고 판단한다. 그 판단의 기준은 우리가 그 직무에 관련된 일을 했는지의 여부다. 아무리 잘 나가는 회사를 다녔더라도 내가 지원한 직무와 전혀 관련이 없다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는 그 회사 경력을 이력서에서 빼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결국 지원동기를 쓸 때도, 나만의 경쟁력을 쓸 때도 관련 경험을 꼭 적어내야 한다. 개발 업무에 지원하는데 내 특기는 마케팅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도 경영학과로서 개발직 인턴을 경험해 보았지만 그건 이전에 개발자 아카데미를 다녀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어떤 역할을 수행했고, 그 경험으로 무엇을 배웠고, 이 배움을 가지고 회사의 어떤 업무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자기소개서에 무조건 서술해야 하기 때문에 직무를 중심으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대기업에서 관련 직무 경험을 쌓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겠지만,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인턴에게 주어지는 업무는 한정적이다. 국가보안기관인 대기업이라면 보안이 삼엄해서 팀 회의에도 들어가지도 못한다. 결국 인턴은 몇 개월 있다가 나갈 "외부 인원"이기 때문이다. 내가 주어진 기회 안에서 배움을 도모해야 하는데,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라면 인턴 기간 동안 많은 업무적 깨달음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스크린샷 2024-10-27 오후 9.27.16.png 대기업 인턴 중 작성한 업무 일지


나와 같은 경우는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배우기 위해서 업무 일지를 매일 작성했다. 물론 현실적으로 매일 하기에는 어렵지만, 꼭 매일을 지키도 않아도 오늘은 무엇을 배웠지? 오늘 내 행동과 자세에서 어떤 점을 강화하고 개선하면 더 업무에 도움 될까? 업무를 위해 무엇을 더욱 배울까?"라고 하루 말미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큰 성장을 이루었다. 사수님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에도 마냥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하지만 업무량이 쏟아지는 스타트업에서는 나의 업무가 실제 회사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성취감과 업무적 성장이 분명 존재한다. 스타트업에서 얻을 수 있는 배움에 대해서는 후에 서술하겠다.



인턴에 열심히 지원 중인 나에게


꼭 네가 해보고 싶은, 지원 공고만 읽어도 구미가 당기는 직무를 선택했으면 좋겠어. 단순히 내 미래뿐만 아니라 그 회사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선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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