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동일한 상황이 닥쳤을 때 개인마다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러므로 전개되어 가는 방향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이성과 주어진 환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사주명국으로 보자면 나를 구성하는 간지의 배치가 서로 다르고, 들어오는 류운도 서로 다르게 들어와 다양한 방식으로 부딪힌다. 당연히 상호작용은 저마다 다르게 일어날 것이고 그 결과 중화로 상징되는 변화도 다양한 방식으로 귀결될 것이다.
일간이 나를 상징하지만 나를 이끌고 주관하는 기운은 저마다 다르다. 나를 주관하는 기운을 용신이라고 한다. 당연히 용신을 모르고서는 사주 여덟 글자를 제대로 읽을 수 없다. 음양오행의 이치와 용신의 원리를 모르면 뿌리 없는 술법과 술수에 빠지게 된다. 사주 여덟 글자만을 가지고도 가지각색의 셀 수 없는 술법과 술수들이 묘법인양 만들어진다.
사주명리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잡술에 유혹되기보다 오행 생극제화, 천간 지지의 잠재적 가능태인 지장간, 간지를 인사로 표현한 십신(十神), 변화를 일으키는 합충, 출렁이는 기의 파동을 인사적 원리로 표상한 12 운성, 텍스트에 불과한 사주명국에 접속하여 현재의 변화를 일으키는 류운(대운, 세운), 근묘화실, 육친 등의 기본적인 이해에 집중하여야 한다.
전에 읽었던 무협지 중에 기억나는 것이 있는데, 무술의 기본에만 집중한 칼잡이가 현란한 칼 솜씨보다는 단칼 일획에 승부를 짓는다는 장면이다. 아무리 현란한 칼솜씨를 가진 무사와 대결을 해도 단칼에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어찌 보면 사주팔자에 대한 간명도 현란한 술수와 세치의 혀를 이용해 능수능란하게 통변한다 해도 단칼 일획을 이길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통변에는 정답을 맞히기 위한 잡다한 기술과 현란한 말솜씨보다는 인간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과 사주 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인문적 차원의 높은 통찰이 더 요구된다.
용사신(用事神)과 소용신(所用神)
용신은 월지장간을 쓰는 용사신(用事之神)과 일간 외 7개의 간지에서 일간의 억부를 통하여 도와주는 일반 용신, 즉 소용신(所用之神)으로 나뉜다. 본서에서의 용신(用神)은 월지장간을 중심으로 하는 용신, 즉 용사지신(용사신)과 일간을 억부하는 소용지신(소용신)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일간의 소용하는 바에 따라 일간이 쓰는 일반적 의미의 용신, 즉 소용지신은 반드시 월령에서만 찾지 않고 일간을 제외한 나머지 7개 간지에서 모두 찾는다는 점이 월령에서만 찾는 용사지신과 다른 점이다.
『자평진전』에서 용신은
“팔자에서 용신은 오로지 월령(月令)에서 찾는다(八字用神 專求月令)”
라고 하여 용사지신을 지칭함으로써 일반적인 소용지신과 구별하고 있다.
서대승도『子平三命通變淵源』에서
“용신은 손상이 되면 안 되고, 일주(日柱)는 전왕한 것이 가장 좋다. 취용(取用)은 태어난 월(月)에 의거한다(用神不可損傷 日柱最宜健旺 ······取用憑於生月).”
라고 하여 용신을 월령에서 찾고 있다.
『적천수』에서는 용신을 용사지신과 구별하여 소용지신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월령의 인원(人元)은 용사지신이며 집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월령은 제강부서이며 집으로 비유하면 인원은 용사지신으로서 집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니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月令乃提綱之扶 譬之宅也 人元爲用事之神 宅之定向也).”
“월령은 사람의 집과 같고, 월지 중의 삼원은 집의 방향과 도로를 정하는 것이니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月令如人之家宅 支中之三元 定宅中之向道 不可以不卜).”
인원(人元)은 지장간에 암장되어 있는 천간을 말하며, 용사(用事)는 ‘권력을 장악하다, 일을 처리하다, 일을 담당하다’의 의미이다. 따라서 원문(原文)에서는 월령에 암장된 지장간 중 용사지신은 사주명국의 권력을 장악한 신(神)으로서 명(命)의 방향을 정한다고 보고 있다. 원주(原住)에서도 원문의 취지와 동일하게 월령(月令)을 강조하고 있다. 삼명(三命)은 삼원(三元) 즉 천원(天元) 지원(地元) 인원(人元)을 의미한다.
용사신은 [본기-중기-여기] 순으로 하며, 천간에 투간하여 드러난 것을 우선으로 삼는다.
월지가 일간과 오행이 같을 경우, 일간과 오행이 다른 여기나 중기가 투간하면 그것을 용사신으로 정한다.
월지장간이 투간하지 않으면 월지의 본기를 용사신으로 삼는다. 지장간이 동시에 투간하면 본기 중기 여기 순으로 용사신을 정한다. 예를 들어 辛이 寅월에 태어나고 중기인 丙이 투간되면 용사신은 정관이 되지만, 또 본기인 甲이 투간되면 정재가 되는 것이니 정관은 이에 겸하는 神이 된다.
참고로 서락오는『자평진전평주』에서 심효첨의『자평진전』의 원의(原意)와 다르게 용사지신을 일반적 의미의 용신, 즉 소용지신으로 평주함으로써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용신은 팔자 중의 소용지신(所用之神)이니, 팔자 중에서 왕약(旺弱)과 희기(喜忌)를 살펴서 돕기도 하고 억제하기도 하는데, 즉 돕거나 억제하는 신(神)이 용신(用神)이 된다(用神者 八字中所用之神也 八字中察其旺弱喜忌 或扶或抑 卽以扶抑之神爲用神).”
『자평진전』의 용신은 용어상으로는『자평삼명통변연원』의 용신을 따르고, 의미상으로는 『적천수』원문의 용사지신을 취한 것이다. 따라서 『자평진전』에서의 용신은 용사지신의 의미로서 사주의 전체 국을 ‘관장하는 신(神)’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평진전』의 용신(用神)은 용사지신(用事之神)의 줄임말이므로 다른 원전의 소용지신(所用之神)과는 확실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자평진전』에서의 용신(用神)은 용사지신(用事之神)의 의미로서 ‘之’는 단순수식 기능의 어조사이므로 줄여서 ‘용사신(用事神)’으로 해석할 것을 제안한다.
본서는 학술논문 「자평진전의 용신고찰」에서 고전을 인용하여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용신에 관한 상기 이론을 따라 “용사신(用事神)”으로 칭한다.
계절 기운을 품고 있는 용사신은 명국과 운 전체를 통어하는 강력한 신으로서 이를 이길 수 있는 신은 없다. 다만 일간에 득이 될 수 있도록 월령을 중심으로 재관인식(財官印食)은 순용(順用)하고, 살상겁인(殺傷劫刃)은 역용(逆用)하는 것으로 중화(中和)를 조절한다.
용사신이 천간에 투출되어 있을 때 운이 접응해 들어오면 용사신의 기세가 가장 강왕하다. 이때 용사신은 스스로 발동하여 적극적으로 류운에 참여하여 활동한다.
월지장간이 명국을 통어하는 용사신이라면, 일지장간은 나의 잠재성, 가족, 부부 등 나의 백그라운드가 된다. 지장간이 투출하면 잠재성이 드러난 것으로 활동성이 강화된다. 예를 들어 부부궁으로 통변할 경우 일지장간이 투출하면 처 또는 남편의 활동성이 강화되고, 류운이 접응하는 경우 응기(應氣)가 됨으로써 다양한 통변이 가능해진다.
시지장간은 미래시제이므로 일간보다 기세는 약하지만 일간(나)의 미래, 또는 자녀(子女)가 되므로 활용도가 높다.
년지장간은 선택할 여지가 없는 이미 지나간 과거시제이므로 활용도에 있어서 다른 지장간보다는 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