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처에 문화가 있다. 대중문화로 피크를 찍은 '문화'는 점점 개인화되어가는 사회에서 분화되고, 상세해진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서브 컬쳐(subculture)는 존중받아야 할 것으로 인정된 지 오래이다.
문화가 이렇게 늘어났다면 반대로 줄어드는 과정이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그 누구도 이러한 방식으로 문화가 축소되기를 바라지 않았으리라는 점이다.
화두의 단어, '캔슬컬쳐'에 대한 이야기이다.
캔슬 컬쳐. 취소한다는 의미의 'cancle'과 문화를 일컫는 'culture'의 합성어이다. 직역하자면 '문화를 취소한다'는 이 단어, 어떤 사회 현상에 붙여지는 이름일까?
매경닷컴의 설명을 인용해 보자면 의미는 다음과 같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드러낸 사람을 배척하는 행동 방식을 말한다. 예컨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팔로우를 취소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다시 말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있다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 존재를 배척하려 한다는 것이다. 예시에서는 단순한 팔로우 취소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타인의 게시글을 무단으로 퍼날라 비난한다거나 차별하고 따돌리는 것 역시 캔슬 컬쳐에 포함된다. 캔슬 컬쳐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말하자면 '캔슬되는 방식'인 것이다.
최근 뉴스를 보던 중 다음과 같은 사례를 발견했다.
해당 유튜버는 과학에 대해 다루는 '과학드림'이다. 지난 30일, 자신의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를 이야기할 때 굉장히 많이 언급되는 동물 실험이 있다'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비난하는 이들이 문제로 삼는 것은 바로 '저출생'이라는 단어이다. 이들은 '저출생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들이 쓰는 단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과학드림은 '특정 여성 단체를 지지하지도 않고 어떤 정치적 의도를 내포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사과의 뜻을 내비쳤다.
안호균(24.09.03). " '저출생' 용어 왜 써?' … 시청자 항의에 사과한 과학 유튜버. 뉴시스.
사실 저출생은 지난 2018년부터 서울시가 '저출산'을 대신해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이다. 학술적·정책적으로도 이 둘이 모두 혼용되고 있다. 여성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률'과 인구 1,000명 당 새로 태어난 사람의 비율을 의미하는 '조출생률'이 그 예시이다.
장수경(2023.03.29). 저출생? 저출산? 어떻게 다른가요. 한겨레.
굳이 그 의미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는 필자가 어떠한 단체를 지지하거나 편향된 사상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다만 '어떠한 의도 없이 실제 정책 및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단어를 개인 유튜브에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사과를 종용받는 사회에 대한 의문인 것이다. '저출생'과 '저출산'을 혼동해 잘못 사용했다면 정정하면 그만이다. 굳이 다른 사상과, 무관한 단체와, 악의적인 비난이 섞여 들어가서는 안 된다.
이들은 어떠한 상황에서 본인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비난하고 배척한다. 단어가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는 이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만 '본인 기준의 올바름'에서 벗어났다는 게 중요한 문제일 뿐이다.
미처 캡처하지 못한 이상의 댓글에서 역시 단어의 사용을 과격하게 비판하는 모습이 잦게 보였다.
그렇다면 캔슬 컬쳐가 가져오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아마 가장 중요한 것은 방식이 가져오는 결과일 것이다. 단순히 의견이 맞지 않아 팔로우를 취소하는 방식과, 의견이 맞지 않아 공개적인 장소에서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다른 결괏값을 가진다. 어떠한 논리도 없이 비판하는 행위는 '나의 의견이 무조건 옳다'는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건 곧 '너의 의견은 무조건 틀렸다'는 의미이며, '그러니 입을 다물고 나의 의견이 맞다고 답해라'는 무언의 압박일 수도 있겠다. 전문가들이 캔슬 컬쳐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누군가는 보이콧(boycott) 운동과 캔슬 컬처를 비교하며 그 타당함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이콧의 경우에는 '부당한 행위에 맞서 조직적으로 벌이는 각종 거부 운동'을 이르는 것이다. 단순히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배척'하는 캔슬 컬쳐와는 다른 차원의 일이다. 진짜 옳은 것을 위해 싸우는 일과, 내가 생각하는 옳은 것을 위해 싸우는 일. 우리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늘, 평생 성장할 수는 없다. 문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캔슬 컬쳐는 인터넷이 발달하고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보장되어 생기는 하나의 이슈일 수도 있다. 나의 의견을 너무나 자유롭게 내뱉을 수 있기 때문에, 그게 독이 되어 타인의 의견을 틀어막는 방향이 된다. 이제 문화는 점점 검열되고 가로막혀 축소되는 길을 걸을지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그건 당연한 일이지만 조금 슬플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