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땡이 데리고 꽃 심으러 다니기

- 게임 <피크민 블룸> 한 줄 요약

by 비상구가빨강


마케터로 산다는 것은 곧 트렌드와 결코 떨어질 수 없다는 의미이다. 매 분, 매 초마다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가장 따끈따끈한 게임 트렌드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 '피크민 블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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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민 블룸은 2021년 세상에 나온 실시간 증강현실 게임이다. AR이라고도 불리는 증강현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세상에 가상의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하는 기술을 말한다. 증강현실의 대표적인 예시는 바로 2017년 한국을 뒤흔들었던 '포켓몬 고'이다.


내가 보는 세상은 평범하지만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애니메이션에서만 보던 포켓몬들이 내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지루한 현실과,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화면 속 애니메이션. 그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는 것은 많은 '덕후'들의 심금을 울리며 증강현실 게임 열풍을 일으켰다. 서비스 초반, 속초에서 포켓몬 고를 즐길 수 있다는 소식에 몰려드는 사람들. 그걸 보며 게임 제작사인 '나이언틱'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들의 생각까지야 읽을 수 없겠지만, 적어도 증강현실 게임이 돈이 된다는 생각을 하긴 했던 것 같다. 나이언틱은 포켓몬 고 출시 4년 후인 2021년 11월 2일, 피크민 블룸을 출시했다.



피크민 블룸은 '피크민'이라고 불리는 생물들을 기르고, 꽃을 피우는 게임이다.


게임의 핵심은 '꽃을 피우는' 행위가 증강현실 기술과 잘 융합되었다는 것이다. 게임을 켜고 길을 걸으면 내가 걷는 길을 따라 형형색색의 꽃이 피게 된다. 비록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꽃이지만 플레이어들은 '내가 길을 가꿨다'고 믿으며 현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게 된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피운 꽃도 함께 보이기에 화면 속에서 보는 우리 세상은 그야말로 꽃길이다.




image.png?type=w1 꽃으로 뒤덮인 필자의 회사 부근


길을 걸으면, 꽃이 피어난다.



이 단순한 게임은 3년 만에 빛을 발했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의 10월 3주차 자료에 따르면, 피크민 블룸의 WAU는 26만 8323명이었다. 이는 전주 대비 205.3% 증가한 수치로, WAU 순위가 45위에서 9위로 뛰어오르는 쾌거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역주행은 X(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에서의 입소문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료: 이원용(2024.10.24.). [모바일 랭킹] 나이언틱 '피크민 블룸', WAU 45위→9위 '역주행'. 글로벌 이코노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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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조금 다른 시선에서 접근해 보자. 작은 트렌드는 피크민 블룸에 국한되지만, 넓게 보았을 때 이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로 읽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헬시플레저란 건강을 의미하는 '헬시(Healthy)'와 '즐거움(pleasure)'의 합성어이다. 이는 건강과 즐거움을 함께 챙기는 움직임을 의미한다.


헬시플레저는 많은 업계에 이미 완연하게 퍼져 있는 트렌드이다. 대표적인 것이 '제로' 시리즈이다. 무언가를 먹거나 마시는 즐거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건강을 함께 챙기겠다는 의지가 제로 콜라와 같은 음식들을 만들게 된 것이다.



헬시플레저 트렌드의 원인은 대개 코로나19라고 분석된다. 팬데믹 기간 동안 건강과 보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운동 열풍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크민 블룸과 같은 증강현실 콘텐츠는 오히려 팬데믹보다는 엔데믹 이후의 삶에 더 잘 어울리는 외출의 형태이다. 그러니 결국 피크민 블룸의 인기는 한참이나 지난 코로나19보다도, 즐겁고 편하게 운동을 즐기려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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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피크민 블룸의 어떤 요소들이 이 게임을 헬시 '플레저'로 만들었을까?



그건 아마 즉각적으로 보이는 성과가 첫 번째 요인일 것이다. 만보기는 숫자로 걸음을 나타내지만, 숫자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현대인은 숫자의 크고 작음을 명확히 구별하기 어렵다. 하지만 피크민 블룸은 한 걸음 한 걸음마다 피어나는 꽃을 보며 나의 움직임과 이로 인한 영향에 대해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무리하지 않고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잔뜩 지쳐 버린 현대인에게는 힘을 쏟아서 임해야 하는 모든 것이 스트레스일 수 있다. 하지만 가볍게 걷는 일만으로도 피크민을 기르고, 꽃을 심고, 스킨을 수집하며 게임을 즐기게 된다.


그러니 피크민 블룸은 '헬시'를 의도한 사람에게는 '플레저'를, '플레저'를 의도한 사람에게는 '헬시'를 가져다줄 수 있는 게임인 것이다.









길게 적어 두었지만 사실 헬시플레저와 피크민 블룸은 큰 연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2022년부터 피크민들을 데리고 꽃을 심으러 다녔지만 건강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다. 그저 이렇게 걷다 보면 온 세상이 꽃밭이 되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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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오늘 퇴근길에도 내 뚱땡이와 꽃을 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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