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꾸준히 함께 할 수 있는 놀이의 발견
세상엔 놀거리가 참 다양하다. 하나 구체적으로 그래서 뭐가 있지라고 생각해 보거나 작년 한 해 동안 계절별로 뭘 하며 놀았지라고 하고 돌아보면 사실 몇 개 없다. 나만 그런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다른 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한 2022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주 여가 활동이 열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최근 4개년 통계가 함께 들어가 있는데 1위는 놀랍게도 여전히 TV시청이다. 그것도 압도적인 숫자로. 요즘에 누가 TV를 보느냐, TV방송국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큰일 났다고 걱정하는 건 적어도 현재 기준으로는 아직도 어불성설인 것 같다. TV시청은 아직도 약 37% 정도로 압도적인 1위고, 우리의 일상에 이미 젖어있는 모바일 컨텐트/OTT시청은 약 9% 정도로 2위다. 그다음이 재밌는데 3위(7.4%)는 산책 및 걷기, 4위(6.8%)는 인터넷 검색이 그리고 5위(4.7%)가 게임이다.
주말에 딸과 함께 하는 활동을 떠올려본다. 아침엔 딸이 좋아하는 TV 애니메이션(i.e. 브레드이발소 등)을 같이 본다. 어느 정도 봤다 싶으면 딸은 내게 리모컨을 건넨다. 그러면 같이 보는 게 '벌거벗은 세계사'나 '나 혼자 산다'다. 밖에서 같이 하는 놀이는 점점 적어진다. 가끔 집 근처 공원을 같이 걷는 거, 생각해 보면 이제는 딸이 같이 걸어준다는 게 맞을 것 같다. 겨울이 되면 그나마 낫다. 삼 년 전부터 스키 시즌권을 끊어 웬만하면 매주 스키를 타러 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남은 건 '함께 하는 놀이'다. 카드놀이, 보드게임 그리고 온라인게임. 이렇게 보니 '함께 하는 놀이'가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이구나라고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작년 11월 중순까지 여러 가지 활동으로 딸은 한동안 많이 바빴다. 그런 활동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오랜만에 주말에 늦잠 자고 일어났던 터였다. 한참을 자고 있는 딸을 보며 뭔가 좀 짠하던 찰나, 딸은 부스스 일어나 물도 마시고 오랜만에 동숲을 하고 싶다고 스위치를 갖고 침대로 들어왔다. 그런 딸이 조금 안 쓰러 보여 뭔가 작은 선물을 하나 주고 싶었다. 그래서 깔아준 게 바로 '수박게임'이다. 온라인게임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사실 모든 게임을 막 하거나 좋아하는 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의 공통점이 있다. 가령 한판 한판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짧고, 생각하면서 집중해야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할 수 있으며, 점차 실력이 늘 수 있는 게임이 내 취향이다. '수박게임'은 여기에 딱 들어맞는 값싸면서도 가족이 번갈아가며 즐길 수 있는 딱 그런 게임이었던 거다.
이 '수박게임'은 가격도 착하고 게임룰도 간단하다. 광고도 없고 생명을 사기 위해 계속 돈을 쓸 필요도 없다. 또, 배경음악이 너무 귀여워 플레이하면서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건 추가적인 재미다. 똑같은 두 개의 과일을 합쳐 큰 과일로 만드는 퍼즐 게임인데 수박이 가장 마지막 과일이다. 수박을 만든 후에도 게임을 계속할 수 있다. 과일 상자가 가득 차서 과일이 튀어나올 때까지 플레이할 수 있긴 한데 수박까지 가는 게 일단 힘들다. 그래서 일단 수박을 만들고 나면 나머지 플레이는 왠지 '덤'이라 생각하고 심리적으로 편해진다.
겨울 주말 아침, 따뜻한 침대에서 딸과 번갈아가며 수박 만들기를 시도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도 흥미로운지 우리 사이에 쓱 끼어들어 플레이를 했다. 각자 서너 판쯤 했나, 수박 만들기는 결국 실패했지만 곧바로 훌훌 털고 일어나 아내가 준비해 준 아점(아침과 점심 사이)을 함께 먹었다. 별다른 잡음 없이 다 같이 적당히 즐긴 것 같다. 씻고 준비하고 밖으로 나가 하루의 나머지를 함께했다. 그날 저녁 딸은 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 앱을 열어 아이펜슬로 그림을 그렸다. 수박게임이 인상적이었던지 관련 이미지를 검색하더니 그리기 시작했다. 며칠 후 완성했다고 에어드롭으로 내게 그림 파일을 보냈다. 바로 아래 이미지가 바로 그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