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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싸라 Jan 26. 2024

상황에 맞는 당신의 공간을 찾아서

 상황에 맞는 공간은 참 중요하다. 뭔가 중요한 기념일이 있으면 분위기 있는 장소로 가야 한다. 일 때문에 다른 회사 분들과 저녁 자리를 함께 해야 한다면 그에 어울리는 장소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잘 놀 때도, 일을 잘해야 할 때도, 공부에 집중해야 할 때도 적절한 공간은 늘 우리와 함께 한다. 만약 '결혼기념일', 그것도 십 주년에 "집에서 맛있는 소고기 구워 먹으면서 시원하게 와인 한잔 하는 게 최고지"라고 외쳤다가는 아내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거나 혹은 갑자기 "왈왈"이라며 내 말에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적절한 공간은 갑자기 검색한다고 툭하고 나오지 않는다. 아니 그것보다 어쩌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몰라서 검색을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평소에 꾸준히 이런 공간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눈으로만 탐색해서는 부족하다. 가능하다면 꼭 직접 한번 가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절한 돈도 필요하다. 시간도 쓰고 돈도 써서 경험치를 꾸준히 쌓아야 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여러분 스스로 충분한 돈을 소유하게 되기 바랍니다." 


 직접적인 경험은 늘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간접경험을 한다. 여러 지인에게 소개도 받고, 일상의 관계 속에서 대화를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한다. 검색도 한다. 누구는 네이버 블로그를, 누구는 인스타를. 마지막으로 요즘엔 하는 이가 무척이나 드물지만 우린 책을 읽기도 한다. 책을 발견하기 위해 온라인서점에도 들르지만 역시 서점 하면 오프라인이다. 그래서 우리는 큰 서점, 작은 서점, 독립 서점 그리고 도서관을 찾는다. 서점은 돈이 들지만 도서관은 무료다. 우리 집 근처에도 도서관이 있다. 규모는 좀 더 크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구립 도서관과 작지만 집 근처에 있어 걸어갈 수 있는 주민센터의 작은 도서관이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서울에만 이런 작은 도서관이 943개(*출처: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가 있다. 


 아내는 작년부터 집 앞 작은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평소에 애랑도 같이 가고 두런두런 다른 책도 빌리러 자주 가다 보니 도서관장님의 자원봉사 요청 레이더에 딱 걸렸다. 이 활동을 하며 아내가 한 얘기가 있는데 그중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우선 이용하는 사람이 너무 적단다. 그래서 한산하니 책 읽기 참 좋다였다. 다음은 생각보다 공간이 안전하고 포근해서 몇몇 동네 아이들이 숙제도 같이 하고 놀기도 같이 한단다. 근데 애들이 노는 과정을 지켜보며 한 가지 느낀 게 있다고 했다. 보호자 없이 아이들끼리만 있다고 해서 무조건 핸드폰만 하며 노는 게 아니구나. 생각보다 애들이 도서관에서 스스로 알아서 잘해서 다시 봤다는 점이었다.

 

 한 명이 핸드폰을 하면 나머지도 같이 보면서 놀긴 한다. 그러다 다른 친구가 책(보통 흔한 남매나 카카오시리즈 등의 만화로 된 책이긴 하지만) 읽으러 가면 나머지도 같이 흩어져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기 시작한다. 그 후에 각자 숙제를 꺼내 테이블에서 하다가 시간이 되면 집으로 가더라는 거다. 그러면서 한 얘기가 이런 활동이 도서관에서 이뤄지다 보니 꼭 보호자가 지켜보고 있지 않더라도 자기들 스스로 알아서 적절하게 하는 듯하다였다. 물론 사례가 너무 적기도 하고,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하는 얘기가 아니니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으로 공감하고 있다. 어떤 공간에서는 왠지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질 때가 있다는 것을. 또 어떤 기분을 혹은 행동을 유발하기 위해 특정한 분위기를 내는 공간을 찾아갈 때가 있다는 것을. 


 별일 없이 도서관까지 갔다 의외의 생각 거리를 마주했다. 다음번에는 시간을 맞춰 아내와 딸과 같이 와봐야겠다. 각자의 할 일도 가방에 싸가지고 작은 도서관에서 이 책 저 책도 보고, 딸과 함께 '스노우(네이버에서 나온 카메라앱)'도 함께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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