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거의 만 1년 만에 제대로 된 글을 다시 쓰게 됐습니다. 30부작 짧은 에세이를 마무리했을 때는 그저 조금만 쉬다 시즌2로 돌아와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 조금이 한 달, 두 달이 되더니 기어코 일 년을 꽉 채울 정도로 커 저버렸습니다. 요즘 나오는 예능이나 드라마 보면 그러잖아요. 콘텐트를 만들 때는 자기와 팀을 갈아 넣게 된다고요. 예전에는 묵묵히 했던 적도 있었지만 2010년도 중반 이후부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갈아 넣기만 하면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버렸거든요. 근데 흔히 얘기하는 이 '갈아 넣는다'는 게 꼭 물리적인 시간만을 의미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왜 그렇잖아요. 내 머릿속이나 내 생활이 한 가지 생각 혹은 일로만 가득 차 있을 때는 다른 게 전혀 들어올 틈이 없는 것처럼요. 저만의 시즌2가 이렇게나 늦어지게 된 건 바로 이 후자 때문인 것 같아요.
근데 돌이켜보면 문제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가 아닌 것 같아요. 마음의 여유의 유무보다는 이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고자 했던 제 방식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제가 썼던 방식이 머릿속과 마음의 복잡함을 모두 깔끔하게 정리한 후 시작하자였거든요. 힘든 달리기를 할 때도 무거운 역기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밀리터리 프레스'를 할 때도 항상 딴생각과 걱정으로 물드는데 어찌 보면 그건 애당초 답이 될 수 없는 옵션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제 마음의 복잡함을 있는 그대로요. 또 그 문제만을 처리하기 위해 모든 시간을 쓰는 것이 미련하다는 것도요. 그리고는 좀 떨어져서 저와 제가 마주한 그 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그 문제를 처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저를 보다 풍족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찾아서 실천하기 위해서요. 그렇게 마음먹고 며칠을 준비했더니 비로소 다시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쓰고 보니 뭐 대단한 거 쓰는 것도 아니면서 얘기가 길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시즌2(가칭 "딸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기")를 시작합니다. 저만의 작은 공간에서 박차고 나와 보다 즐거운 삶을 위해 나름대로 실천하고 있는 방법과 기록의 과정으로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