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놓은 백 원짜리 덫

결국은 정직을 추구하는 소시민이 되었다.

by 지수연

내가 초등학교를 막 입학했을 무렵이었다. 주말이 되면 엄마의 화장대 위에는 백 원짜리, 오백 원짜리 동전들이 몇 개씩 올려져 있곤 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꼭 내가 집에 혼자 있는 타이밍에만 보이는 그 동전들. 빨리 집어가라는 듯이 화장대 모서리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그 부자연스러운 동전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참 단순했다. 나는 그것들이 보일 때마다 생각했다. 아, 엄마가 놓고 간 동전이구나. 끝. 나는 그 동전으로 세일러문 코디네이터 스티커를 사야겠다던가 아폴로 포도맛을 사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엄마의 화장대 위 동전은 그런 것과 전혀 무관한 물건이었다.


내가 스무 살이 지났을 때 엄마는 자신이 덫을 놓았다는 사실을 나에게 고백했다. 네가 집어가나 안어가나 번 확인했는데 모양새 하나 안 변하더라고. 엄마는 내가 참 기특했다고 했지만 어쩐지 조금 재미없어하는 듯도 했다. 이제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만약 그때 내가 동전을 날름 집어가는 어린이였다면 지금보다 금목걸이 몇 개는 더 쥔 어른이 되지 않았을까, 우스운 생각을 해본다. 아쉬움 반 다행스러움 반의 마음으로 그 모든 과정을 거친 나는, 결국 정직을 추구하는 평범한 서민 직장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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