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무료한 일상

by 지수연

별 의미 없는 시간들이 하루하루 흘러간다. 어쩌면 의미라는 건 내가 부여하는 대로 있었다가 없었다가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요즘의 나날들을 별 의미 없는 시간으로 명명하겠다.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일이야 말로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만한 나이가 되었다.


숨차게 바빴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일상. 매일매일이 느슨한 일정들이다. 누군가 말했다. 완전히 복귀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괜찮으니 지금은 즐기라고. 하지만 나는 이 시간이 불안하다. 어린 시절부터 너무 치열하게 살아온 덕에 여유를 즐길 수 없는 사람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나를 잘 안다. 충분히 쉬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쉼이란 더 이상 나에게 쉼이 아니다. 그건 그저 내 의지를 갉아먹는 무료함일 뿐이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무언가를 가르치고 배우고 일하는 시간들 사이사이에 행복을 만나는 사람이다. 조금은 어렸던 이십 대 중반의 나이부터, 꿀맛 같은 휴식은 열정을 사용한 시간과 비례해서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삶에 대한 긍정적 욕심은 인생에 틈이 없을수록 더 간절해진다는 사실도.


아마도 이것이 절대 진리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정신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걸린 병의 증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 대한 진리인 것은 분명하다. 어차피 인간이란 모두가 불완전하고 모두가 약간의 정신적 질병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나는 그 모든 것들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바라는 것은 그저, 시간에 여유가 많아질수록 우울함에 물드는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감정에 휘청이지 않을 자신만의 노하우를 발견해 냈으면 하는 것이다. 얄팍한 도피처의 일환으로 이렇게 글을 쓰는 3월 14일 저녁의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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