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감정
누군가 물었다. 허무한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선 뭘 해야 할까요. 나는 말했다.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보세요. 정답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알테니까요. 안 하느니만 못한 대답이었지만 더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다른 재료가 없었다.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가만히 들여다보면 보인다. 맑은 물에 퐁당 빠진 작은 공처럼 동동 떠오르는 마음.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중 어느 것을 건져 올릴지는 본인의 몫이지만 그것들이 선명히 떠오르기까지 기다리는 일도 쉽지는 않다. 이미 저 멀리 떠내려간 듯 오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마음을 기다리다 보면, 쪼그려 앉은 다리가 저려 발을 동동 구를 수 조차 없다.
내가 좋아하는 요가 선생님은 매시간 느릿한 목소리로 수업의 막을 연다.
'호흡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천천히 들뜬 마음을 가라앉혀 보세요. 하루 동안 만났던 수많은 감정과 말들을 내쉬는 호흡에 비워내고 내 안에 있는 실제를 천천히 느껴보세요.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혹 화가 올라오거나 눈물이 난다면 울어버리셔도, 수업이 끝날 때까지 호흡에만 집중하셔도 좋습니다.'
허무하거나 의기소침하거나 아무래도 달갑지 않은 모든 순간, 나는 늘 선생님의 나긋한 목소리를 떠올린다. 너무도 번잡한 세상 가운데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감정의 파도 위를 걷는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답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정답은 내 안에 있다. 부산한 모래들이 가라앉으면 보인다. 가라앉아야 보인다. 오늘도 나는 눈을 감고 가만히 숨을 들이쉰다. 들어오는 숨과 나가는 숨을 스치며 떠오를 작은 공을 기다린다. 요즘 같은 시대에 꽤나 비효율적인 결론이지만 샛길은 없다. 만나준다면 고마운 일이고 비싸게 군다면 다시 또 하루를 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