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고양이를 찾던 그녀
십여 년 전이었다.
한 여자가 비틀비틀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와 담배를 찾았다. 뭘로 드릴까요 물었더니, 고양이요 예쁜 애로. 혀 꼬인 대답이 돌아왔다. 그녀는 가방과 쇼핑백 하나를 라면 바 테이블에 올려둔 채 내가 건네준 레종 블루를 달랑달랑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서있던 카운터 언저리에는 오래 묵은 소주 냄새가 비릿하게 흘렀다. 시계를 보니 새벽 네시 언저리였다. 함께 근무를 하는 언니는 만성 변비로 화장실에 갇힌 채 옴짝달싹을 못했다. 자주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십여분쯤 지나 밑밥의 메시지가 왔다. '오늘은 특별히 더 미안해. 무슨 일 있으면 소리 질러. 똥 달고 뛰쳐나갈게'
얼마 후 돌아온 레종 손님이 팽개쳐둔 가방과 쇼핑백을 들고 카운터로 걸어왔다. 불안감이 급습했다. 그녀는 반쯤 정신이 나간 눈빛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가방을 거꾸로 든 채 카운터 위에 탁탁 털었다. 못 볼 꼴을 염려했던 나는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한 시름을 놓았지만 이건 이것대로 곤란한 상황이었다. 우당탕 소리를 내며 쏟아진 화장품과 몇몇 물건들 사이에 깨진 쉐도우 팔레트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깨진 팔레트를 주워 다시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나머지 물건들을 모래 쓸어 담듯 쓸어 모아 카운터로 쭈욱 내밀었다. 이거 언니 다 줄게요, 하며. 아무리 봐도 나보다 열댓 살은 많아 보였지만 호칭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니요 손님. 저는 괜찮은데요. 이거 다시 담아드릴게요. 했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그녀가 소리쳤다. 안돼요. 이거 다 언니거예요. 그녀는 지갑을 열어 현금이 들어있는 걸 확인한 후 지퍼를 잠가 내 손에 꼭 쥐어주었다. 이것도요.
나는 잠시 고민했다. 이 정도면 긴급 상황이었다. 내가 지금 소리를 지르면 화장실에 있는 언니가 똥을 달고 뛰쳐나와줄까 생각했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눈 앞의 그녀는 쇼핑백을 카운터 안쪽으로 밀어 넣으며 말을 이었다. 언니, 나는 이제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다 필요 없어졌어요. 돈도 가지고 이거 새 옷인데 이것도 가져요. 세상에, 언니 주려고 오늘 내가 이거 샀다보다. 그녀는 깔깔깔 웃으며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는 계산대 위에 엎어져 세상이 떠나갈 듯 울었다. 아주아주 서럽게 오랫동안 그랬다. 드라마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몰래카메라 같기도 했다.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듯한 장면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을 동동 굴렀다.
상황이 수습된 건 함께 근무하던 언니가 돌아온 이후였다. 나보다 다섯 살이 많았던 언니는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그녀를 다독이며 말했다. '정 싫으시면 이거 저희가 잘 보관하고 있을게요. 필요할 때 언제든 가지러 오세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쉐도우만 달랑 넣은 핸드백을 들쳐 메었다. 그리고 언니는 비틀거리는 그녀의 가방에 쥐도 새도 모르게 가만히 지갑을 집어넣었다.
그녀의 물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십여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궁금한 건 그날 새벽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하는 것뿐이다. 시간이 오래 지나도 생생한 기억이란 까마귀 같은 나에는 정말로 흔치 않은 일이어서 그렇다. 낯선 장소, 낯선 사람 앞에서 주저앉아 서럽게 우는 전개의 이전에 있을 법할 일들을 상상하다 보면 뭐가 어쨌든 무작정 슬퍼져 버리기 때문에 그렇다.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까. 낯선 그녀의 안부가 나는 종종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