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여고의 널찍한 화단에는 길고양이 대가족이 산다. 어느 날에는 다른 형제들과 떨어져 외딴곳에서 동그랗게 몸을 만 아이와 마주쳤다. 아가야, 소리 내어 부르니 동그란 몸을 일으켜 세우고 나를 보았다. 꿈뻑꿈뻑 눈을 마주치곤 목덜미를 벅벅벅 긁더니 나를 향해 주욱 목을 뺐다.있잖아, 여기 좀 봐줘. 나 여기가 아파. 피도 잔뜩 났어. 피부병인지 다친 것인지 하얀 털에는 피가 번져있었고 옅은 눈병의 기색도 보였다. 화단과 도로를 분리하는 철창 때문에 손을 뻗을 수 없어 아래 틈새로 간식을 밀어 넣어 주니 바닥까지 깨끗이 핥아먹었다. 그리곤 가방을 들쳐 메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가, 나 내일 약 가지고 올게. 이 시간에 꼭 여기에 있어야 돼.」
다음날 아침. 곱게 빻은 항생제와 습식캔 그리고 스프레이로 뿌려주는 살균수를 들고 같은 곳으로 향했다. 아이는 같은 시간 같은 곳에 같은 모양으로 있다가 내 목소리를 듣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총총 걸어와 철창에 앞발을 걸었다. 약 섞은 습식캔은 쓴 맛이 돌 텐데 잘도 받아먹었다. 다 먹은 그릇을 지퍼백에 넣어 닫고 틈새로 살균수를 칙칙 뿌려주니 두어 번 버티다가 싫다냥 싫다냥 하며 몸을 돌렸다. 뒷목을 붙들고 다친 곳을 콕 집어 뿌려주면 좋으련만. 이놈의 창살. 아쉬운 마음에 발길을 돌리고 해가 뜨면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던 삼일째. 마지막으로 약을 먹인 그 날에는 아이가 눈을 조금 더 크게 뜨고 형제와 화단을 뛰어놀았다. 목덜미에는 딱지가 졌다.
느즈막한 오전의 햇살은 고양이를 행복하게 한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된 아이는 그전보다 나를 데면데면 대했다. 아, 약 준 인간 왔군. 한번 눈인사를 하고는 쨍쨍한 햇살 아래에서 그저 뛰어놀기에 바빴다. 오호라 이제 거의 나았다 이거지. 그 괘씸한 뒤통수가 어찌나 귀엽던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래 알았다. 항생제는 이걸로 끝이지만 언젠가 내가 필요하면 꼭 다시 마주치자. 귀여운 고양이를 돕는 일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니까. 인사를 하고 뒤돌아 걸어가는 길. 화단 안쪽에서는 고양이 두 마리가 폴짝폴짝 뛰며 내는 낙엽 소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바스락바스락, 바스락바스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