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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Nov 22. 2023

마지막 보이 스카웃

남에게 말하면 죽어

<마지막 보이 스카웃>(토니 스콧, 1991)에서 죠(브루스 윌리스)는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남에게 말하면 죽어". 설마 진짜로 죽이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에게 자기 얘기는 하지 말라는 경고로 읽힌다.  


영화에서 브루스 윌리스는 마초가 아닌 적이 없었다.

이 영화는 사립탐정인 죠의 이야기다. 왕년에 대통령 보디가드로 일했던 죠는 정치인의 경호원을 하다가 거꾸로 정치인을 두들겨 팬 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지금은 사설탐정으로 뒷조사를 하거나 허드레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게다가 아내는 바람을 피우고, 딸은 아빠를 개무시한다. 


왕년의 영광은 금방 사라졌고, 현실은 시궁창 속이다. 그러던 어느 날(영화에서는 꼭 '그러던 어느 날'이 나온다), 죠는 흑인 댄서(무명 시절의 할 베리가 나오는데 무척 아름답다)의 경호를 맡게 되는데 이 댄서가 그만 총을 맞고 사망하게 된다. 댄서의 남자친구 지미는 댄서의 죽음에 음모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죠와 지미는 서로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려 든다. 


사실 지미는 한때 잘 나가던 미식축구선수였지만, 마약에 손을 댔다가 경력이 끝난 상태다. 지미나 죠나, 죠나 지미나 비슷한 처지다.  이런 두 사람이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면서 힘을 모으면 좋겠지만, 죠는 그러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지미에게 말한다. "남에게 말하면 죽어!"


이건 "비밀이지만 너에게 얘기해 줄게. 대신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마"와는 다르다. "내 비밀을 얘기하긴 했는데, 너는 그 비밀을 알 자격은 없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도 말고, 너도 그냥 잊어라"와 같다. 절대 곁을 내주지 않는 것이다. 사실 비밀이라는 건, 은밀한 이야기라는 건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에 가치가 올라간다. "걔 알지? 내가 걔 비밀을 아는데 말이야"하는 식으로 말할 수 있어야,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친분관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죠는 그런 걸 싫어한다. 나도 그랬다. (어쩌면 지금도 그럴 수 있다) 나에 대해서 말하고 다니지 마. 우리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잖아. <마지막 보이 스카웃>의 죠는 그렇게 말한다. 고독한 인간, 마초, 상남자 혹은 바보 멍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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