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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Jun 08. 2022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MZ세대의 결심이 모든 걸 좌우하는 스토리

이제는 <쥬라기공원> 시리즈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장르의 포뮬러(이야기 공식)만 떠오른다. 유전공학을 통해 공룡을 되살렸으나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 그리고 자연에게 돌려주려는 사람 사이의 갈등이 생긴다. 하지만 결국에는 자본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죽고 (공룡을 포함해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려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다. <쥬라기 공원>(스티븐 스필버그, 1993)부터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콜린 트레보로우, 2022)까지 반복된 이야기다.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헐거웠는데, 특히 중요한 키를 가진 케일라(드완다 와이즈 역)와 램지(마무두 애시 역)의 캐릭터가 이상했다. 케일라는 특별한 사연도 없는데, 단지 메이지(이사벨라 서먼 역)를 공항에서 봤지만, "왜 쟤를 데려가냐"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그래서 찜찜했다는 이유-만으로 메이지를 찾는 여정에 동참한다.  

램지는 더하다. 바이오신에서 촉망받는 직원인 램지는 바이오신에서 시행하는 연구가 불의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이를 고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다. 심지어 바이오신의 책임자인 도지슨(캠벨 스콧 역)이 자신의 젊은 시절과 똑같으면서도 더 낫다고 칭찬하면서 그를 아끼지만, 램지의 정의감은 투철할 뿐이다. 영화 속에서 이 둘의 역할을 생각한다면, 이들의 행동을 이끄는 동기가 너무 약하다. (그렇다고 클리셰를 잔뜩 쓸 수는 없겠지만.)      


하지만 이들의 행동은 MZ세대의 특성을 연구한 논문을 통해 설명할 수도 있다. MZ세대의 특성을 연구한 여러 논문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참여의식’이다. MZ세대는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움직이는 경향이 크지만, 환경문제나 소수자 인권 등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후원이나 참여를 통해 이에 대한 변혁과 개선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한다고 들었다. (현실에서 본 적은 거의 없다)  

어쩌면 기성세대가 모르는 사이에 요즘 세대는 이렇게 자기 일을 열심히 하다가도, 옳은 일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이 얻은 걸 버리고, 자연스럽게 혁명의 길을 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라고는 하지 말아요. 그럴 수 있다고 응원합시다.)

   


이 영화의 연출자 이름이 생소해서 찾아봤더니,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본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2014)을 만든 감독이었다.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은 시종일관 알쏭달쏭한 긴장감을 주는 시간여행 영화였다. 독립영화이면서도 재치 하나로 모든 걸 극복한 영화였다고 기억한다. 여하튼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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