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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Jun 08. 2022

바람의 언덕

착한 사람을 응원하는 기분

<바람의 언덕>(박성영, 2019)은 착한 것만 있는 영화였는데, 의외로 재밌었다. 우리 독립영화씬에서는 자극적인 것들이 넘쳐난다. 원래 저예산으로 만들 수 있는 영화는 에로물이거나 공포영화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특히나 미스터리물 쪽이 많다. 대체로 과거의 비밀 같은 것이 현재의 파국을 일으키는 식이다. 그러나 <바람의 언덕>은 잔잔하고, 밋밋한데도 불구하고 따뜻함이 충만했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캐릭터는 딸 한희(장선 역)다. 자신을 버린 엄마가 미울 만도 한데, 소리도 지르고, 행패도 부릴만 한데, 이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많이 웃으라고 지은 이름처럼, 그야말로 잘 웃기만 한다. 처음 만나서, 모질게 말하는 엄마에게도 그저, '나쁜 말하지 말라'고 할 뿐이다. 


하지만 나는 한희가 착한 캐릭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착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체념의 결과가 아닐까? 혼자 사는 세상이 너무 무섭고 외로운 나머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겁이 나서 화를 내지만, 한희는 그 반대인 셈이다. 생각해 보니, 『밤의 괴물』(스미노 요루)에서도 왕따소녀인 야노 사쓰키는 늘 웃기만 한다. (나중에 고백한 바에 의하면, 무섭거나 긴장되면 자기도 모르게 웃게 된다고 했다.) 아, 이렇게 말하고 보니, 처음 이야기와는 달리, 굉장히 쓸쓸한 영화가 되어 버렸네. 


그래도 주인공을 응원하면서, 엔딩을 기다리면서 본 영화는 오랜만이다. 다이내믹하지 않은 이야기라서, 오히려 연출이 돋보였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롱 테이크나 풀 숏이 많아서 연기를 잘해야 했는데, 괜찮더라. 어머니 영분을 연기한 정은경 배우는 물론이고, 김태희 배우나 김준배 배우의 연기도 좋았다. 


그리고 장선 씨는 매우 탐나는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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