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애매한데.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2025)를 봤다. 보기로 한 영화는 최대한 정보 없이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쩔수가없다>도 무슨 영화인지 모르고 봤다. 봤는데, 재미있는 영화인지 재미없는 영화인지 애매하다. 웃긴 것 같은데 웃기지 않고 의미가 많은 것 같은데 잘 보이지 않는다.
1.
웃긴 것 같은데 웃기지 않다. 소소한 부분에서는 굉장히 재미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웃음이 나오지 않는 영화였다. 게다가 실직에 관한 영화라니, 실직은 지옥보다 무섭다는 걸, 안다. 그래서 함부로 웃기 어려웠달까.
2.
의미가 많다. 그래 보인다.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면면, 장소들, 소품이나 그런 것들. 많은 인물이 나오는 만큼 많은 걸 품었을 텐데, 그게 쉽게 읽히진 않는다. (물론 관객인 내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헤어질 결심> 같은 경우, 직관적 해석은 어려워도 굉장히 재미있었다. 의미가 중첩돼서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산개하고 있었다. 좋은 재료들이 결합되지 않는 듯했다. (이건 소소한 웃음은 많았는데 전체적인 웃음은 없었다는 의미랑도 연결되는 것 같다.)
어쨌거나, <어쩔수가없다>를 봤다. 욕을 하려고 해도 영화를 보고 욕을 해야지. 보지도 않고 욕을 하면 안 된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님이 아무리 이상한 영화를 만들어도 웬만한 영화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기대만큼은 아니라는 거지 별루라는 뜻은 아닙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