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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Jun 09. 2022

프레리 홈 컴패니언

세상을 떠나기 전, 감독님의 마지막 인사

로버트 알트만은 이 작품이 유작이 될 줄 몰랐다고 한다. 심장 이식 수술을 받고는, 앞으로 40년은 거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레리 홈 컴패니언>이 완성된 2006년 11월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그래서인지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을지언정, 이 영화에는 따뜻한 안녕으로 가득하다.  

   

30년 된 라디오 생방송 쇼 "프레리 홈 컴패니언"의 마지막 방송을 다룬 이 영화는 알트만 특유의 다양한 등장인물, 쉴 새 없는 대사, 맥락을 찾기 힘든 에피소드가 서로 뒤섞여 순간의 풍경을 그려낸다.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2003)와는 또 다른 순간의 포착이다) 그리고 배우들이 직접 부른 컨트리 송이 그 사이를 채운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2016년 여름, '아트하우스 모모'에서였다. 그러나 계속해서 걸려오는 사적인 전화 때문에-실례였지만-수시로 극장 문을 열고 나와야 했다. 도무지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도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런 나에게 <프레리 홈 컴패니언>은 작은 위로가 되어 주었다.      

그다음에 영화를 본 건, 순전히 일 때문이었다. 어떤 곳에서 <프레리 홈 컴패니언>을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되었다. 처음 볼 때보다 훨씬 더 좋았다. 그 사이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 괴로운 전화를 받지 않아서 그랬는지. 아마도 이런저런 일을 많이 겪은 뒤라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참석자들은 영화가 지루하다고 했다. 재미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영화의 위로가 필요 없을 만큼 행복한 분들이었기 때문이려나? (사실, 영화는 필요한 때 내려오는 '만나'와 같다.)


영화 속, 쇼의 마지막 무대에 출연자들이 모두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른다. 이것은 마치 로버트 알트만의 고별인사처럼 느껴졌다. 주로 알싸한 블랙코미디를 선보인 연출자였는데, 이 영화에서는 이례적인 따뜻함이랄까. 울컥하게 만드는 무엇인가를 담고 있다. 영화 속 다양한 출연자와 스태프들, 심지어 필립 말로우 같은 경비원도, 젠체하는 집행인조차도. 알트만에게는 모두 다 인간이었다. (심지어 천사마저도.)     


잘 쉬세요. 알트만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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