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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Jun 10. 2022

던월

암벽에서 생각해 보는 우리 인생, 그리고 동반자

<던월 The dawn wall>(조시 로웰·피터 모티머, 2017)은 미국 요세미티에서 가장 험난한 910미터짜리 암벽 엘 캐피탄, 그곳에서도 새벽빛이 처음으로 닿는 벽면, 이른바 'Dawn wall'을 등반하는 토미와 케빈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보니 정말로 손에 땀을 쥐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근사한 인생 이야기였다. 인생 이야기라고? 그렇다. 이 다큐멘터리는 암벽 등반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토미의 인생에 관한 영화다. 그는 암벽에 매달려 자신을 돌아본다. 미세한 암벽의 틈처럼 요리조리 다사다난했던 인생이었다. 그걸 보고 있으면, 암벽 등반에 성공하는가 아닌가의 문제는 어느 순간 사라진다.      


사실, 이 분야 최고의 다큐멘터리는 오랫동안 <맨 온 와이어>(제임스 마쉬, 2008)라고 생각했다. 불가능한 목표를 성취하는 이야기 말이다. 



물론 이 다큐멘터리도 멋지다. 하지만 두 다큐멘터리는-겉보기는 비슷하지만-전혀 다른 영화인 것 같다. <맨 온 와이어>는 한 명의 천재 예술가와 그를 돕는 범인들의 이야기였다. 이 예술가는 범인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자신의 세계에서 즐겁게 놀뿐이다. (물론 쌍둥이 빌딩 꼭대기에서 안전띠도 없이 외줄 타기를 하는 인간은, 사람도 아니긴 하다) 그래서 <맨 온 와이어>는 유쾌하면서도, 어떤 천재 예술가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던월>은 동반자에 관한 이야기다. 누구나 인생의 동반자가 있다. 그게 부부이거나 친구이거나 동업자이거나 예술적 동지다. 아니면 전우일 수도 있고. <던월>은 마치 부부생활과 같다. 암벽에 매달려 서로를 바라본다. 서로에게 생명줄이 되지만, 화가 나면 밀어 버릴 수도 있다. 때때로 이성보다는 감성이, 논리보다는 감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리하여 이 다큐멘터리의 진정한 클라이맥스는, (*다음 내용에 스포일러 있습니다.) 



등반에 성공하는 마지막에 있지 않다. 오히려 중간에 다시 돌아와 캐빈에서 손을 내미는 장면, 그리고 캐빈이 기어이 '피치 15'에 도달하는 장면이 클라이맥스다. 그야말로 진창을 함께 건너는 동반자의 풍경이다. 잘했다, 토미. 언제나 그게 맞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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