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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Jul 05. 2022

마녀 2

쉽게 얻은 능력을 함부로 소비하는 초능력자들

<마녀 2>(박훈정, 2022)를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건, 영화 속 계급 구조였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보다 우월한 신체능력을 보유하게 된 초능력자들. 일반인이 보기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가졌는데, 자기들 사이에서도 다시 계급을 나눈다. 예를 들어, 상해 랩 토우 애들 같은 경우, 자신들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로컬(혹은 유니온) 초능력자를 비웃는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구자윤(김다미)이나 소녀(신시아) 같은 완전체 초능력자들에게 철저하게 밀린다.     


문제는 이들의 능력이, 자신의 노력이나 간절함으로 얻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어떤 면에서는 비극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은 운명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일반인으로 살 수 없게 되었다는 점에서, 마치 울버린이 되어버린 로건을 연상시키지만, <마녀 2>에서는 그런 식의 고뇌가 없다. (<마녀 1>에서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구자윤의 슬픔이 보이긴 했다) 다만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인 사람들처럼, 당연하다는 듯 힘을 과시한다. 여기에 <스파이더 맨>(샘 레이미, 2002)에서 말한 ‘엄청난 힘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성찰도 찾기 어렵다.

      

그리하여, <마녀 2>의 초능력자들은 마음껏 사람을 죽이다가, 자신보다 더 강한 초능력자에게 죽고 끝난다. 오히려, 자신보다 뛰어난 능력자에게는 바로 고개를 숙이는 듯한 모습까지 보인다. 나는 이들의 태도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욕도 너무 많이 한다. 찰진 욕은 한 번만 하면 되는데.)     


어쩌면 능력 차를 당연시 여기고, 서열화를 쉽게 받아들이는 현대 사회를 은유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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