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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Jul 25. 2022

그레이 맨

라이언 고슬링의 눈매가 분위기를 다잡은 영화랄까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한 액션 영화 <그레이 맨>(루소 형제, 2022)을 봤다. 


새삼 느낀 건데, 라이언 고슬링은 확실히 깊이 있는 눈빛을 가졌다. 아마도 라이언 고슬링이 아니었으면, 이 영화는 훨씬 더 가벼웠을 것이다. (라이언 고슬링과 닮은꼴이지만 좀 더 경쾌한 느낌의 라이언 레이놀즈가 주연이었다고 생각해 보자.)     



영화의 콘셉트는 특별한 게 없다. (*스포일러 있음. 하지만 어차피 스토리가 중요한 영화는 아님) 


<그레이 맨>은 교도소에서 범죄자를 꺼낸 뒤, 암살자로 훈련시키는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엔 필연적으로 사리사욕과 음모, 배신이 있고, 암살자 본인의 각성도 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야기다. <니키다>(뤽 베송, 1990) 같기도 하고, <본 아이덴티티>(더그 라이만, 2002) 시리즈와도 비슷하다. (기억은 안 나지만, 이와 비슷한 영화는 무척 많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그리고 모두가 기대한 건, 액션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와 <어벤져스> 등을 연출한 루소 형제는 아주 현란한 액션과 화려한 로케이션을 뽐냈다. (어쩌면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었나 보다) 나는 이 영화를 TV로 봤는데,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검색해 봤는데, 지난 7월 13일에 극장 개봉도 했다) 그만큼 볼거리는 충분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대부분 뭔가 아쉽다. 액션이 화려하긴 한데, 가볍다는 생각이 들기 일쑤다. 나는 가장 큰 원인이, 편집이라고 생각한다. 컷이 빠르게 바뀌는 건, 속도감을 높일 수 있고 긴장감을 자아내면서 지루함을 떨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기법이다. (할리우드의 대표적 편집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넷플릭스 영화의 편집은 빠르다기보다는 너무 가볍다. 그래서 화면이 자꾸 날아다닌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그나마 라이언 고슬링의 깊은 눈매가 이를 잡아주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이 영화는 개연성도 떨어진다. 가장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세상 무서운 식스(라이언 고슬링)와 피츠(빌리 밥 손튼)의 우정이다. 대개는 식스와 같은 암살자, 피츠와 같은 관리자 사이에 사단이 나기 마련이다. 꼭 그렇지는 않다 해도, 둘이 그렇게 아끼고 목숨을 걸고 도와줄 사이였는지 영화 안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크리스 에반스는 악역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가 연기한 캡틴 아메리카가 워낙 도덕군자 같은 히어로라 스스로도 답답했을지도 모른다. 그러서인지 크리스 에반스는 악당 캐릭터를 굉장히 잘 살린다. <나이브스 아웃>(라이언 존슨, 2019)에서도 그랬고, 이번 영화에서도 그렇다. 맞는 옷이라도 입은 듯이 즐겁게 뛰어다녔다. 아무래도 악당으로 커밍 아웃하는 게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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