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라리스의 바다 Aug 02. 2022

외계+인

조금만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면 재밌는

<외계+인> 1부(최동훈, 2022)를 봤다. 소문이 무성한 영화였다. 여기에 욕이라도 얹으려면, 일단 직접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도 보지 않고 욕을 하는 건 공평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영화는 재밌었다. 주지하다시피 최동훈의 영화는 (자신의 영화사 이름이기도 한) '케이퍼 필름'과 '도술 영화'로 나뉜다. 케이퍼 필름(여러 사람이 모의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영화들, 예를 들면 <오션스 11> 같은) 장르는 <범죄의 재구성>, <타짜>, <도둑들>(대표적이다!) 같은 영화가 있고, (<암살>도 넓은 관점에서는 이쪽 장르에 들어갈 수도 있겠다), '도술 영화'는 <전우치>와 오늘 본 <외계+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케이퍼 필름을 잘 만들고, 본인도 좋아하는 장르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요술, 도술로 가득한 세계관이 있나 보다. 예전에 <전우치>를 봤을 때만 해도, 이 사람은 왜 이런 영화를 만들까? 의아했는데, 오늘 <외계+인>을 보고 나서는, 감독이 정말 이런 장르를 애정 하는구나,라고 깨닫게 되었다. 아마도 어린 시절에 봤던 무협지나 무협영화 같은 데서 로망을 키웠을 수도 있겠다. 


나는 <전우치>보다 <외계+인>이 훨씬 재밌었다. 스케일도 크고, 인물도 다채로웠다. 대부분의 악평은 현재, 과거, 미래, 외계인과 도사 등이 너무 혼재되어 줄거리와 캐릭터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얘기에 기초한다. 맞다. 그런 점도 있지만, 캐릭터와 관계, 액션(도술과 광선!!!) 장면이 이런 약점을 충분히 상쇄하고 있다. 적어도 이렇게 흥행 참패일 정도의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포스터는 너무 별로였다. 그리고 영화가 아니라 차라리 넷플릭스에서 몇 부작 오리지널 드라마로 만들어서, 몇 부작 정도로 했으면 딱 맞았을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영화도 좋았지만. 사실 지금의 악평은 너무 한쪽으로 쏠린 감이 있다.


끝으로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커플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말투, 도술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너무나 많은 캐릭터 속에서도 군계 이학이었다. 이들을 보면서, 감독이 '도술 영화'에 관한 애정이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반면에 우왕좌왕 커플은 좀 아쉬웠다. <전우치>의 유해진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뒷부분에서는 그저 고양이로만 남았다. 어쩌면 편집 단계에서 흑설 청운 커플에 밀려, 분량이 줄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그레이 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