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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Aug 16. 2022

카터

내 눈을 조금만 희생하면, 재밌게 볼 수 있는 액션물

내 주변에서는 <카터>(정병길, 2022)에 대한 혹평이 많았다. 


액션만 남은 영화, 현기증 나는 촬영, 억지 가득한 캐릭터와 시나리오 구성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영화 중에 이만한 액션 영화가 있을까 싶다. 그것도 순도 가득한 '몸' 액션으로 말이다. 정말 비현실적으로 액션만-폭력만-가득한 영화이긴 하다. (주인공은 대체 잠은 언제 자고, 밥은 언제 먹으며, 화장실은 언제 갈까 싶다. 생활은 철저히 배제했다. 물론 그럴 겨를도 없이, 끊임없이 적이 쏟아졌다.)


물론 주인공 카터(주원)가 수백 명을 죽이고, 어떠한 경우에도 죽거나 부상당하지 않으며, 총과 칼은 물론이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무기로 사용하는 비현실적인 캐릭터지만, 그 캐릭터성을 묵과한다면 기꺼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지러운 카메라 무빙. 나는 <카터>의 촬영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원 컨티뉴이티 컷(하나의 컷 개념인 롱 테이크가 아니라 분명히 여러 컷이지만 CG 등의 눈속임을 통해 하나로 이어진 컷처럼 보이게 만든 장면)을 이용하여, 순수하게 액션을 보여주는데 주력했다. 이렇게 보통의 영화처럼 컷을 분절하여, 액션의 합을 연결된 동작으로 보여주기보다는 그냥 카메라를 계속 움직여 액션을 있는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리하여 눈은 몹시 피곤하지만, 몸에 관한 연출자의 관심이 얼마나 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이 연출자의 전작인 <악녀>(2017)에서도 촬영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었던 걸 보면, 이런 촬영 스타일이 액션배우 출신인 연출자의 취향이 아닐까 싶다.)


액션만 있으면 지루한 건 당연하다. (막대한 물량을 쏟아붓고도 영화를 지루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감독이 마이클 베이 아닐까?)  심지어 에로영화조차도 '에로'만 있으면 지루할 것이다. 그러나 <카터>는 조금 다르다. 연출자는 어쩌면 관객과 싸우려는 듯 보인다. 마치 '네가 생각하는 액션 이상의 액션을 속이 가득 찬 만두처럼 꽉꽉 채울 거야, 이 영화에 이야기 따위는 없어. 두 시간 동안 내가 짠 액션만 보면 돼'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래서 '도대체 어디까지 하나 보자'라는 심정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보다 보면, 결국 영화를 인정하게 된다. (아니면 일찌감치 정지 버튼을 누르던가. 둘 중 하나다.)


적어도 연출자의 뚝심(좋은 건지 나쁜 건진 모르겠지만!)만큼은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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