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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Jun 08. 2022

겨울의 심장

서늘한 인간의 초상

서늘한 인간이 등장하는 이 영화 <겨울의 심장>(끌로드 소테, 1992)은 이상한 삼각관계를 다루고 있다. 오랜 동료 맥심의 애인 까미유(엠마누엘 베아르 역)와 애매한 관계에 빠진 스테판(다니엘 오떼유 역)은 감정이 사라진 인간이다. 그는 까미유의 열렬한 구애를 걷어내기만 한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윤리적인 문제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단지 마음이 없는 사람이었나 보다. 그리하여 스테판은 겨울의 심장, 차가움의 정수와 같다. 결국 폭풍처럼 감정이 흘러가고 세 사람은 다시 평온을 되찾는다.       


영화를 보면서 서늘한 인간에 관해 생각한다. 도대체 시니컬한 인간은 이길 수가 없다. 난 그렇게 경험했다. 그래서 그런 인간들이 부럽기도 했다. 영화 속 끝까지 모호한 스테판을 보면 그게 과연 즐거운 삶일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어쨌거나 태어난 대로 살 수밖에 없긴 하지만.

그래도 상처받는 쪽 입장에서는 차라리 불을 싸지를지언정 주체할 수 없는 감정 따윈 개나 주고 싶은 심정인 거지. 어쩌면 어릴 때 착하게 살라고 교육을 받은 게 문제인가? 그렇다고 착한 것도 아니니, 이도 저도 아닌 게 되었다. 망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영화는 엠마누엘 베아르의 영화다. 그녀가 다했다.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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