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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Nov 25. 2022

아메리카의 밤

연출자를 위한 트뤼포의 위로 편지

<아메리카의 밤>(프랑수아 트뤼포, 1973)은 영화에 관한 영화다. 


악전고투하는 영화 현장을 담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은 따뜻하다. 아마도 영화에 대한 트뤼포의 애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영화 속에서 배우가 도망가고, 촬영 일정이 단축되고, 생각지 못한 온갖 일이 일어나도, 영화 속 연출자는 꿋꿋하게 영화를 끌고 간다. 마치 고장 난 기차를 끌고 가는 소처럼. 


(<아메리카의 밤>의 연출자 프랑수아 트뤼포는 영화 속 감독 '페랑'역을 맡았다. 그래서 마치 자기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극 중 영화감독인 페랑은 결코 서두르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존경스럽다. 영화 속에서 스태프와 사귀던 주연배우 알퐁스는 애인이 스턴트맨과 같이 도망가자, 촬영을 거부하고 짐을 싼다. 페랑은 알퐁스를 붙잡고 이렇게 말한다.


알퐁스 역을 맡은 장 피에르 레오는 프랑수아 트뤼포의 페르소나였다. 나는 <400번의 구타>와 <훔친 키스>에서의 장 피에르 레오를 좋아한다.

"영화는 야간열차처럼 앞으로 전진하지, 자네나 나 같은 사람들은 영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되어 있어."


요즘 단편영화 만드는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곤 한다. 모두들, 힘들어한다. 스태프는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배우는 삐딱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재능을 믿을 수가 없다. 영화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데, 공동작업까지 해야 한다. 연출자는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이지만, 사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잘 없다. 외로운 일이다.  나는 이럴 때마다 <아메리카의 밤>을 떠올린다. 


이 영화에서 트뤼포는 진심으로 연기한다. 아니,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정말 온갖 일이 일어나는데, 그럴 때마다 플랜 B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영화는 연출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스태프들이여, 미안) 모두가 도망가도, 연출자는 남아서 필름을 돌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영화가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빌어서라도 영화는 완성해야 한다.)


영화 속에서 페랑은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는데, 가끔 사람들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이게 꽤 의미심장하다.

그러면서도 페랑은 불평 한 마디 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을 다독인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영화를 만드는 건, 전쟁과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영화를 만드는 건, 즐겁고 행복한 것 같다. <아메리카의 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트뤼포는 영화를 정말 좋아했구나, 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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