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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Dec 24. 2022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중간점부터 폭발하는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라이언 존슨, 2022)을 봤다. 


이 영화는 <나이브스 아웃>(라이언 존슨, 2019)의 후속 편인데, 웬일인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개봉했다. (그래서 따뜻한 성탄절에 거실에서 야금야금 볼 수 었었습니다.)


마일즈 역을 맡은 에드워드 노튼 씨. <파이트 클럽>이 엊그제 같은데, 많이 늙었네.

영화는 초대장으로부터 시작한다. 


(*스포 거의 없음) 


어느 날, 천재 사업가 마일즈(에드워드 노튼)의 친구들에게 초대장이 날아들고, 이를 받은 마일즈의 절친들은 마일즈가 있는 그리스의 섬으로 향한다. 그리고 탐정 블랑(다이엘 크레이그)도 합세한다.


하지만 마일즈는 블랑을 초대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블랑은 누가 부른 것일까? 게다가 마일즈는 자신이 살해당한다는 살인 예고 게임을 시작한다. 이렇게 외딴섬의 주인과 그의 방문객들에게 1박 2일 동안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처음 전반부까지는 심심했다. 


천재이면서 잘난 척하고, 친구들의 약점까지 쥐고 흔드는 마일즈와 그가 꼭 필요하지만 그에게 살의를 느끼는 친구들을 보면서, 애거사 크리스티의 <나일강 살인사건> 같은 옛날 추리소설이 떠올랐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범작들 중 몇 편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블랑 역을 즐기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가 결정적인 순간에 007처럼 변할 것만 같다.

그러나 60분이 넘어가면서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139분이다)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후반부의 60분은 사건의 퍼즐을 꿰맞추느라 (마일즈의 스포츠카처럼) 광속으로 질주한다. 만약 영화의 전반부만 보고 TV를 끈다면,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을 80분까지만 보고 2대 0인 상황에서 TV를 끈 사람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시드 필드는 시나리오 분석서에서 중간점(mid point)에 관해 설명했다. 


2시간짜리 영화가 초반부의 설정과 사건으로만 2시간을 끌고 가기에는 힘이 부치기 때문에 러닝 타임의 중간 부분(약 1시간이 흘렀을 때)에서 방향 전환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가리켜 중간점이라고 했다. <기생충>(봉준호, 2019)이 그렇고,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이 그렇다. 그밖에 좋은 영화는 대부분 중간점을 갖는다. 만약 시드 필드가 다시 글을 쓴다면, 중간점의 훌륭한 예시로 이 영화를 들 것 같다. (혹시 영화를 망설인다면, 중간점을 믿고 영화를 따라가라고 말하고 싶네요.)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때 가족들과 거실에서 보기 좋은 영화다. 더구나 겨울은 미스터리의 계절 아닌가? 영화든 소설이든, 깊은 밤 깊숙한 소파에서 헤어 나오기 힘든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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