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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Feb 22. 2023

Z세대의 스파이더 맨

<스파이더 맨: 노 웨이 홈>를 보면서 바뀐 생각들

얼마 전, 러닝머신 위에서 <스파이더 맨: 노 웨이 홈>(존 왓츠, 2021)의 전반부를 봤다. 그리고 오늘 러닝머신 위에서 영화의 후반부를 보게 되었다. 의도한 건 아닌데, 그렇게 되었다. 아마도 이 영화를 한 번 더 보게 될 운명이었나 보다. 


전반부를 보면서, 피터 파커와 그 친구들의 행동이 너무 천방지축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피터가 말이다. 처음부터 어른(닥터 스트레인지)과 아이(피터 파커)의 구도였던 것 같다. 어쩌면 이번 스파이더 맨 시리즈 전체가 그랬을 수도 있다. 솔직히 피터 파커 역을 맡은 톰 홀랜드는 너무나 중학생 같아 보였다. (그의 친구들도 마찬가지고) 게다가 제멋대로였다. (특히 <스파이더 맨: 파 프롬 홈>에서 '이디스'를 넘기는 행동이 대표적이다.)


이번 3편에서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주문을 맡기거나, 다른 차원에서 들어온 빌런을 그대로 돌려보냈으면 되었을 텐데, 피터는 소위 '단견의 정의로움' 때문에-내가 지어낸 말이다-그들을 돌려보낼 '마키나 디 카다버스'를 빼앗고, 닥터 스트레인지를 함정에 빠트린다. (물론 감독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야 사건이 진행되겠지만 말이다.) 


참으로 속이 터지는 전반부였다.


오늘 본 후반부에서는 피터 파커가 자신의 실수(혹은 잘하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일)를 만회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메이 숙모의 죽음을 뒤로하고, 다른 차원의 스파이더 맨과 만나서, 역시 다른 차원에서 몽땅 들어온 빌런들을 상대한다. 하지만 그들을 죽이려는 게 아니다. 치료하여 되돌리고자 한다. 


참으로 눈물 나는 장면이다. 마블이 헤집어 놓은 멀티버스를 이렇게 활용하다니요.

그 장면을 보면서 불현듯, 이미 우리 사회는 Z세대(나는 MZ세대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M세대와 Z세대는 엄연히 다르다)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나는 닥터 스트레인지(어른)의 입장에서 피터 파커(아이들)의 행동을  꾸짖는 마음으로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영화 속 피터 파커를 보면서 세상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아이들 혹은 기성세대를 비판하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없는 아이들이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처음에 품었던 생각도 이상했다. 그 빌런들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면서, 기회를 한 번 더 줘야 한다든가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들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피터 너는 그들을 모르겠지만, 나는 예전 영화에서 그들을 겪어봤다고.)


하지만 그가 자신이 품었던 이상(빌런들을 자기 세계로 돌려보내면 죽게 되므로, 그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줘야 한다)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든 해결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이상적인 생각이지만 그에 맞는 책임도 지려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 맨> 시리즈에서는 토비 맥과이어와 커스틴 던스트의 전성기 시절을 볼 수 있다.

나는 샘 레이미의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를 좋아한다. 내가 생각하는 스파이더 맨에 가장 어울린다. (특히, <스파이더 맨 2>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마크 웹이 연출했던 <어매이징 스파이더 맨>에게는 그렇게 공감할 수 없었다. 그 영화에서 스파이더 맨을 맡았던 앤드류 가필드가 너무 잘생겼기 때문이다. 토비 맥과이어의 피터 파커가 지닌 평범함의 슬픔이 없다. '내추럴 본 인싸'인 친구가 어쩔 수 없이 아싸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제일 별로였던 건 '홈' 시리즈의 스파이더 맨이다. 스파이더 맨치고는 너무 아이 같고 너무 시끄럽다.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다. 이미 세상은 바뀌었다. (나만 몰랐나 보다) 오늘 <스파이더 맨: 노 웨이 홈>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엑스세대인 우리는 예저녁에 멀리 날아가버렸다. 지금은 홈 홀랜드 같은 아이들이 피터 파커가 되는 세상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제법 잘 해내고 있다. 


이제는 동의해야 한다. 그들을 믿어야 한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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