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내 영화가 20년 만에 돌아온다면?
<셔커스: 잃어버린 필름을 찾아서>(샌디 탄, 2018)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다.
이 작품은 18, 19살 무렵 친구들과 으싸으싸해서 영화를 만들었던 샌디의 이야기다. 껌도 씹지 못하게 하던 시절, 싱가포르에 사는 자유로운 영혼 샌디는 조지라는 미국인이 운영했던 영화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그곳에서 만난 소피, 재스민과 의기투합하여 장편영화 <셔커스>를 찍었다. 그러나 촬영장의 실질적인 리더였던 조지는 필름을 들고 사라진다.
그리고 20년 즈음 지나, 사라진 필름이 되돌아온다.
<셔커스>는 이런 이야기다. 어쩔 수 없이 미스터리 구조를 띠지만, 전설의 뮤지션을 찾아 나선 다큐멘터리 <서칭 포 슈가맨>처럼 흥미진진하진 않다. 오히려 샌디, 소피, 재스민의 일기장을 보는 것과 같다. 영화를 하고 싶어 하는 예민하고 감수성 가득한 18세 소녀의 마음속 이야기다. 그건 내가 절대로 알 수 없는, 어린 영화 전공 여학생들의 현재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 밖에도 영화 현장, 영화교육 현장에서 보았음직한 일들이 많다. 특히, 조지. 우리는 조지 같은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봤는가. 예술가인지 사기꾼인지 경계가 모호한 사람들. 자신의 꿈속에서 헤매는 연출가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사기꾼이었는지 알 수 없는 연출자들은 많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지식을 늘어놓으며, 젠체하는 사람들. 하지만 정작 그들 스스로는 아무것도 만들어 내놓지 못한다.
(*스포 있음)
결국 조지는 아무것도 편집하지 않은 필름 70통을 남기고 죽는다. 갑자기 옛날 일이 떠오른다. 아주 옛날에. 영화를 만들다가 사라진 사람들. 끝내 완성되지 못한 영화들. 사라진 DV 테이프들. 지금 다 어디 있을까? 그게 완성되었다면, 그들은 좀 더 행복했을까? 영화를 하게 되었을까? 오히려 영화를 포기했을까?
샌디와 소피, 재스민에게도 마찬가지다. <셔커스>가 완성되었다면, 그들에게 좋았을까? 그들은 20년간 유령을 좇았다고 말한다. 만들었지만, 없는 영화. 허깨비.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영화. 하지만 그들이 <셔커스>를 완성했다면, 오히려 영화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도 있다. 일찌감치 쏟아붓고는 결핍을 해소하기도 한다)
지금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세 명의 주인공들. 어쩌면 <셔커스>로 인한 결핍이 그들을 영화의 길로 이끌었는 지도 모른다. 그게 잘 된 일인지 아닌지.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결국 아무도 알 수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