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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May 07. 2023

떠나는 주인공들

최근 들어, 시리즈가 마무리되는 영화들을 보다.

최근 들어 시리즈가 마무리되는 영화를 계속해서 보고 있다. 


그런 영화들이 뭐였나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존 와츠, 2021), <존 윅 4>(채드 스타헬스키, 2023),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제임스 건, 2023) 그리고 <007: 노 타임 투 다이>(캐리 조지 후쿠나가, 2021)다. 나름 애정을 가졌던 시리즈 혹은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였다. (<스파이더맨>은 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황지우 시인의 시구가 생각났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 구나." (물론 독재 시대의 풍경을 다룬 이 시를 여기에 사용하는 게 맞나 싶긴 하지만) 모두 하나 둘, 이별을 고하는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이 든 건, 얼마 전 뒤늦게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보면서부터다. 


처음에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을 좋아하지 않았다. 로저 무어나 숀 코너리 아니면 피어스 브로스넌처럼 미끌거리는 캐릭터가 007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리즈가 거듭 될수록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이 좋아졌다. 과거의 007과는 확실히 달랐다. 오히려 필름 누아르의 고독한 탐정 같았다. (그래서 좋아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노 타임 투 다이>를 끝으로, 시리즈와 이별했을 때, 다른 어떤 007(이라고 해봐야 피어스 브로스넌이 가장 동시대의 007이긴 했지만)보다도 슬펐다. 


엊그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를 봤을 때도 그랬다. 두 번의 쿠키 영상이 끝나고, "가오갤은 다시 돌아온다"는 메시지도 나왔지만, 이제 신나던 시절의 가오갤은 없을 것 같다. 그건 배우와의 재계약이나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을 떠나, 한 시대와의 고별 같은 것이다. 이건 오프닝 시퀀스에서 라디오헤드의 creep이 나오는 순간, 예정되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오프닝을 보면서, creep을 떠올리고, creep을 처음 듣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리고 시간과의 이별을 되새겼다. 그래요. 시간은 만물의 포식자입니다.


존 윅도 가고, 가오갤도 가고,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도 떠났다. 그동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바이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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