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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Jul 07. 2023

잘 가요. 인디아나 존스.

언제나 짜릿했던 그 시절의 모험담


 <인디아나 존스 5: 운명의 다이얼>(제임스 맨골드, 2023)을 봤다.


현재 이 영화의 흥행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한국에서는 60만 명 정도가 관람했고,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8,000만 달러 정도의 수익을 거둬들이는 데 그치고 있다.



하지만 난 좋았다. 사실, 80세가 넘은 해리슨 포드가 또다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 출연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무척 반가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언제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이라> 시리즈도 있다) 적당히 미스터리하고 안전하게 스릴 있는 데다가, 보물찾기 같은 느낌과 액션도 있다. 게다가 주인공들은 모두 폼 난다.


(다만, 지나치게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사실, 선악의 구분이 너무 명확하다는 점은 약점이다. 그런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 때문에 나 자신을 혹독하게 돌아본 적도 있다.)


이번 시리즈는 매우 클래식했다. 설정, 스토리, 액션 그리고 유머까지도. (막판에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라고 말한다.)


초반 기차 씬이라든지, 클라이맥스의 아르키메데스의 무덤을 찾는 장면은 그 옛날의 <레이더스>(1981)라든지 <인디아나 존스-마궁의 사원>(1984)을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메리언과 인디아나 존스의 뽀뽀씬은 <레이더스>의 뽀뽀 씬을 오마주 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적재적소에 터지는 존 윌리엄스의 음악. 우리를 영원히 소년으로 만들어주는 시그널이었다.


하지만 너무, 너무 클래식했다. 


나 같은 올드팬들은 좋아했겠지만, 요즘 친구들은 꽤나 올드하게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이 80세 할아버지 아닌가. 그의 액션이 위태위태하다고 느낀 건 나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매즈 미켈슨이 연기한 악당 위르켄 폴러는 막판에 너무 쉽게 무너졌다.


이마도 국딩 시절에 인디아나 존스의 채찍질을 흉내내어 젖은 수건 좀 휘둘러 봤던 4050 아버지들이 나서지 않는 한, 영화는 기사회생하기 힘들 것 같다. 그리고 확실히 느낀 건데, 이 영화가 처음 시작했을 때의 약속처럼, 제작은 조지 루카스, 연출은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은 해리슨 포드, 이렇게 삼각형이어야 했다. 만약 이 영화의 연출자가 스티븐 스필버그였다면, 느낌이 다르지 않았을까? (맨골드 아저씨 미안해요.)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1989)을 연출한 필립 카우프만이 이 시리즈 전체의 원안과 시나리오를 맡았었네. <인디아나 존스-마궁의 사원>만 빼고.)


어쨌거나 디즈니의 발표에 따르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이게 마지막이다. (생각해 보니, 디즈니는 <다이 하드> 시리즈도 종결시켰다. 나쁜 디즈니!) 나는 이번 5탄이 깜짝 보너스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나도 아쉽지 않다.


아니, 정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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