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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Jul 09. 2023

위플래쉬, 뒤늦은 감상

네이먼을 통해, <폭풍 속으로>의 자니를 이해할 수 있었던


<위플래쉬>(데미언 셔젤, 2014)를 이제야 보다. 9년 전에 개봉한 영화인데 말이다. 당시에도 화제가 되었고, 이후에는 <라라랜드>(2016) 때문에 더 화제가 된 영화랄까.


첫 장면의 이 Track in이 좋았다. 푸른빛에 싸인 네이먼과 드럼, 이 친구의 힘든 여정을 암시하는 듯했다. 


영화를 보고 느낀 생각.


결국엔 아버지(다정한 교육자)와 플레쳐(냉혹한 성공주의자) 사이에 네이먼은 플래쳐를 선택한 것이리라.

이게 아버지의 사랑(조금 헬리콥터 파파 같긴 하지만)과 자상함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홀랜드 오퍼스>(스테판 헤렉, 1995) 같은 영화가 되었겠지만, 영화는 네이먼의 야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네이먼이 이성에게 먼저 다가가는 건, 자신이 성취를 이뤘을 때뿐이다. 

그에겐 불꽃 튀는 야망이 있다. 성공하고 싶은 욕망이 있고. 심지어 사랑조차도 성공의 부산물이다. 그래서 난, 네이먼이 플레쳐와 비슷한 사람이 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존재(그리고 관심과 사랑, 기도)가 있기에 완전 플레쳐처럼 되지는 않겠지만.


플레쳐에게 골탕을 먹은 뒤, 무대에서 내려와 집으로 돌아가려던 네이먼이 다시 무대로 돌아가는 장면을 보다가 뜬금없이 <폭풍 속으로>(캐서린 비글로우, 1991)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바로 자니(키아누 리브스)가 보디(패트릭 스웨이지)를 쫓아 낙하산도 없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던 장면이다.


나는 이 영화를 광명시 개봉극장에서 봤다. 어찌나 설레었던지

네이먼을 보면서 오히려 <폭풍 속으로>에서 자니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고나 할까?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평생 후회하면서 살 것 같은 마음. 그 마음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끌어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닐 것이다. 그 시도, 그 심정을 담은 행위에 있다. (결과는 부산물일 뿐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 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용기를 짜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용기를 냈다는 것 자체에 희열을 느낀다.  


(글을 쓰는 동안 <트루 로맨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트루먼 쇼> 그리고 <죽은 시인의 사회> 같은 영화까지 떠올랐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교훈적인 마무리가 될 것 같아서 사양한다. <트루 로맨스>에서 클레어런스가 포주를 죽이러 가려고 용기를 내는 장면만 인정하자.)


최고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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