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라리스의 바다 Jul 17. 2023

범죄의 장인

딸의 남편감을 바라보는 모든 아빠들의 심정

<범죄의 장인>(타일러 스핀델, 2023)은 <미트 페어런츠>(제이 로치, 2000)의 계보를 잇는 영화다. 


(스포 약간) 어딘가 믿음직스럽지 못한 예비 사위와 산전수전 다 겪은 장인의 이야기. 이 영화에서는 꽉 막힌, 그래서 답답하기 그지없는 예비 사위와 은행강도가 일상인 장인/장모가 등장한다. 그리고 사위보다 더 답답한 사위네 가족들과의 대립으로 확장된다. 그래서 처음엔 사위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다가도, (너무 답답한 나머지) 장인장모의 심정이 돼서 사위를 욕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사이 낀 딸(이자 아내가 되는)은 무슨 죄인가 싶어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


딸 역의 배우는 <월 플라워>에서 주인공의 누나 역으로 나왔던 분 아닌가?

요컨대 <범죄의 장인>은 이런 영화다. 사실 그냥저냥한 완성도를 가졌다. 시나리오는 엉성하고 설정은 이상하다. 설정하다가 같은 캐릭터도 많다. (예를 들어, 앰뷸런스를 모는 남자 주인공의 사촌이나, 뜬금없이 결혼 전에 난교 파티를 즐겼다는 남주 엄마의 고백 같은 애매하다) 하지만 기대 안 하고 보면, 재밌다. 특히, 공동묘지 질주 같은 어떤 영화에서 쉽게 없는 할리우드 화장실 코미디 스타일의 액션이 아닐까 싶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미트 페어런츠>만 생각난 아니다. <대디스 홈>(숀 앤더스, 2015)처럼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모범생스타일의 의붓아버지와 상남자스타일의 친아버지와의 대결이라든지, <센트럴 인텔리전스>(로슨 마샬 터버, 2016)처럼 화끈한 CIA요원과 소심한 회계사 친구와의 콤비플레이, 나아가 옛날 <나쁜 녀석들>(마이클 베이, 1995)에서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와의 조합, <나쁜 녀석들>이 벤치마킹한 분명한 <리셀웨폰>(리처드 도너, 19887)의 깁슨과 대니 글로버 콤비처럼, 소심하고 규칙을 따르려는 사람과 사소한 규칙은 모두 무시하고 대범하게 행동하는 남자 간의 대립과 협력을 주제로 하는 모든 영화가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규칙위반 상남자가 멋있지만, 일상에서는 이렇게 살긴 힘들다. 대부분은 규칙을 지키고, 사회가 만들어 놓은 규격에 자신을 맞춘다. 어릴 때는 멜 깁슨 같은 사람이 멋있었지만, 살아보니 그런 분들도 잘 없을뿐더러, 혹시 있다 해도 금방 퇴직하거나 남들의 빈축을 사기 일쑤다. 그러니까 지금의 인생이, 평범한 인생을, 아무 일이 없는 걸 다행으로 여기며 살게 된다. (오늘도 무사히!) 


글을 풀어놓고 보니, 왠지 나이를 왕창 먹은 사람 같아서 씁쓸하다. 하지만 매일매일 은행 잔고를 걱장하는 입장에서는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 소설 속 인물들처럼, 간신히 한 끼를 먹을 수 있고 어깨 위에 목이 붙어 있으면 다행인 인생이라도 감사하며 살 수밖에 없다.  


저는 이런 영화가 좋습니다. 옛날 비디오 시절이라면, 소리소문 없이 10위 안에는 계속 머물렀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적당히 딴짓하면서 즐길 수 있는 B급 액션 코미디의 전형.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위플래쉬, 뒤늦은 감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