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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고실험 Sep 14. 2023

대전 초등학교 교사 사망

법대로, 규정대로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주는 가장 잔인한 결과

대전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이를 견디지 못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아동 학대 혐의로 긴 시간동안 수사를 받으며 감내하지 못할 고통을 버티면서도 그를 도와주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악성 민원을 제기했던 학부모들이 운영하는 분식집, 미용실 등이 SNS를 통해 알려졌다.

수 많은 사람들이 포스트잇을 붙였다.

케챱, 밀가루, 계란 등을 뿌리고 화분을 파손시켰다.

가게는 문을 닫았고 가게 주위엔 경찰 병력이 배치되었다.


세상엔 많은 나쁜 일들이 존재한다.

어떤 경우에는 명백한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지만 어떤 경우는 그것이 모호한 경우도 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피해자가 보호받고 가해자가 처벌받는 경우도 있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피해자는 2차, 3차로 이어지는 피해를 받고 가해자는 오히려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너네 아이가 뺨을 휘둘러서 우리 애 손바닥을 때렸다."

이 말에 대해서 법정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는 것은 비참함을 넘어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어떤 형태든지간에 폭행이나 살인은 용납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신념이 가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에게 더 큰 피해를 가져다주는 결과를 낳아선 안된다.

대한민국에서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이유는 사형 당할만한 범죄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사형을 당해선 안되는 사람이 사형을 당했던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가장 최우선 되어야 하는 원칙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구제하는 것이고, 그것 못지 않게 꼭 지켜져야 하는 것이 범죄자에 대한 정당한 처벌이라는 것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최소한으로는 지키지 못하는 경우는 무엇으로 지켜야 하는 것인가?

제발 이 안타까운 사건 만큼은 단순한 판례 기준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더 깊고 깊게 고민해서 억울한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구제할 수 있는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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