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3. 산책길의 파랑새를 찾는 당신에게

by 윤버트

"마지막으로 강아지와 둘만의 취미를 만드셨으면 좋겠어요!"


아이씨유 교육관을 설명하는 일의 마지막 말이다. 내가 가진 강아지 교육관을 한 문장으로 줄인 표현이다. '둘만의'는 보호자와 강아지가 함께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취미'는 푹 빠져서 재밌게 할 수 있는 어떤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보호자와 강아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어떤 일을 꼭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아이씨유는 이 목표를 위해 - 해낼 수 있는 가급적 모든 일 - 들을 한다. 그 과정 중에 내 강아지를 더 깊게 이해하고, 산책 습관을 만들고, 강아지의 컨디션을 더 좋게 유지할 수 있게 될 뿐이다.


당신의 강아지 교육 목표는 무엇인가. 짖지 않는 것? 옆에 걷는 것? 카페에 얌전히 있는 것? 이런 것들이 강아지 교육의 최우선 목표였던 시기 (사실 이 시기에는 교육보다는 훈련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을 것이다), 그러니까 '애완동물'로 강아지를 격하하던 시기가 있었다. 시대가 바뀌었다. '반려동물' 이라고 칭하지 않으면 약간의 눈총을 받는 시기가 되었다. 하지만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만 사용하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과도기 같다. 내 반려동물의 삶의 목표가 '짖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아이러니가 사라졌으면 한다. 우리의 부모들이 우리를 키우는 목표가 '사고만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적어도 내 부모는 그렇다.


나는 트레이너로서 보호자들에게 가장 가르치고 싶은 것은 '강아지에게 가장 흥미로운 존재가 되는 법' 이다. 보호자에게 집중을 잘하는 방법도, 리드줄을 다루는 기술도, 콜백을 잘하는 법도 작은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작은 조각이니 필요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목표와 수단이 바뀌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OO 트레이너의 산책 교육]을 참가하면 '보통' 이런 방식으로 배우는 것 같다. (내가 직접 참여해 본 수업들을 토대로 말하는 것이니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여러 보호자가 모여 빙글빙글 돌면서 다른 강아지나 새, 고양이에게 반응하면 리드줄로 통제하는 방식 - 중간에 간식을 주기도 하면서 - 을 익혀나간다. 강아지가 얌전히 내 옆에서 잘 걷거나 다른 것에 반응하지 않으면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는다.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 동의하기 어려운가. 아래의 세 가지 산책 예시를 보자.


사례 1.

당신이 친한 친구와 산책을 하는 중이라고 생각해보자. 친구가 아무 말없이 내 옆에서 묵묵히 걷는다. 앞에 차은우가 나타났지만 한마디 말없이 잘 걷는다. "얼굴이 선해보인다." 며 다가오는 낯선 아줌마에게도 과묵함을 잘 유지한다. 조금 답답하다.


사례 2.

반대를 상상해 보자. 친구가 나한테 한마디 말없이 아무 가게나 들어간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앞에 차은우가 나타나니 나는 안중에도 없다. 사라졌다. 전화도 받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혼자 집에 들어왔다.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사례 3.

산책길에 친구가 나를 초롱하게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자고 한다. 마땅한 카페를 찾아 들어가서 좋은 시간을 보낸다. 카페를 나와 또 걷기 시작한다. 오락실 유리창에 얼굴을 붙이고 키득대며 떠들었다. 친구는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길을 무서워해서 행인이 몇 지나다니는 밝은 길로 돌아서 집으로 갔다.


유달리 힘든 날이 아니라면 3번 산책을 하고 싶지 않을까 싶다. 2번 산책이 제일 별로라는 것에는 나 또한 동의하지만서도 보호자들이 1번 산책을 위해 왜 그토록 애를 쓰는지 묻고 싶다.


다시 [OO 트레이너의 산책 교육]으로 돌아가 보자. 여러 보호자가 모여 빙글빙글 돌면서 다른 강아지나 새, 고양이에게 반응하면 리드줄로 통제하는 방식 - 중간에 간식을 주기도 하면서 - 을 익혀나간다. 강아지가 얌전히 내 옆에서 잘 걷거나 다른 것에 반응하지 않으면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는다. 묵묵하기만 하면 된다는 나의 '반려동물'이 과연 행복한 산책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 보면 좋겠다.




그렇다면 강아지와 즐거운 산책을 하기 위해 우리는 뭘 교육해야 할까. 세 가지로 정리해 본다.


#1. 위치에 익숙해지고 나에게 관심 갖게 하기

우선 내 옆에 오는 게 익숙해져야 한다. 강아지가 좋아하는 걸 손에 쥐고 있을 때도 옆에 오게 만들지 못한다면 어떤 이유에서도 강아지가 옆에 올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상태에서 나한테 관심을 갖게 하는 연습을 하자. 반복한다면 몸에 배기 마련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당신의 옆에 있는 것이 강아지에게 제일 재밌는 일이어야 한다. 당신이 흥미를 돋울수록 다른 강아지, 새, 고양이로부터 강아지를 지켜낼(?) 수 있다.


#2.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하기

리드줄을 쥐었다고 끌고 오는 것은 재미를 깎기 마련이다. 좋아하는 사람은 따라가고 싶기 마련이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강아지에게 건네는 시선을 줄이는 것이다. 강아지가 나에게 관심을 갖도록 '재미'가 있어야 한다. 조금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보면 이렇다. 강아지가 고양이에게 주의를 자꾸 뺏기고 고양이에게 반응한다면, 보호자가 고양이보다 더 빠르게 더 유연하게 움직이면 된다. 이상적인 예시지만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3. 리드줄 깔끔하게 사용하기

같이 걷던 친구가 갑자기 멈추거나 말없이 카페를 들어간다고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리지 않는다. 목덜미를 잡고 끌고 오지도 않는다. 어디 가는지 묻는다. 이름을 부른다. 주변이 시끄러워 목소리가 전달이 잘되지 않는다면 재빨리 가서 어깨를 툭툭 치면서 묻는다. 리드줄은 이렇게 사용한다. 1, 2번의 과정을 잘 익혀왔다면 3번의 과정은 대개 어렵지 않다. 이미 나에게 관심이 있는 상대를 불러 세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칵테일 파티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선가 나의 이름을 내뱉으면 귀가 쫑긋한다.




몇 가지 오해가 있다.


- 하이톤의 목소리

무조건 목소리 톤을 높이면 강아지가 재밌어 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이 있다. 유명 트레이너도 언급한 얘기다. 사실이라면 왜 트레이너 성비는 남자의 비율이 높은가. 보컬 학원에서 강아지를 가르치지 않는다.


- 큰 목소리

데시벨을 높이면 강아지가 더 말을 잘 듣는다는 믿음도 있다. 전적으로 틀렸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역시 비슷한 논리로 비약되었다고 생각한다. 발성 학원에서 강아지를 가르치지 않는다. 회식 자리에 꼭 조곤조곤 웃기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 Obedience 와 산책의 상관관계

산책을 잘하기 위해 Obedience 를 배우는 보호자들이 있다. 어떤 비유가 좋을까. 사칙연산을 배우기 위해 수학과를 가는 느낌이다. 산책을 잘하기 위해 Obedience 를 배우는 것이 완전히 틀리진 않다. 아니 오히려 정답에 가까울 수 있다. 다만 목적을 잃지 않으면 좋겠다. 산책은 강아지와 평소에 누리는 가벼운 즐거움이다. 각 잡힌 행군이 아님을 명심하자.


- 무조건 짧은 줄

짧은 줄로 꽉 잡고 다니면서 우리 강아지는 줄을 너무 당긴다고 말하는 보호자들이 꽤 있다. 교육과 함께 적당한 길이의 줄을 찾길 바란다. 당연히 자동리드줄은 아니다.


수강생들에게 지나치게 강요하는 것이 있다. "보호자님, 교육의 시작과 끝은 재미입니다. 즐거워지려고 하는거고, 행복해지려고 하는 겁니다!" 몇 차례 수업을 진행하면 수업의 목적성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기억할 것은 하나뿐이다. 강아지의 최애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




"참 딱하기도 하지! 틸틸! 너희 집은 문이랑 창문이 터질 정도로 행복으로 가득 차 있어! 우리는 늘 웃고 노래하지. 우리가 샘솟듯이 만들어 내는 즐거움 때문에 벽까지 춤추고 지붕까지 들썩거릴 정도라니까! 단지 네가 그걸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거지."


파랑새를 찾는 틸틸에게 '행복의 정원' 에서 만난 '행복' 의 말이다. 산책길의 파랑새를 찾아다니는 보호자들을 많이 만난다. 당신과 강아지의 행복은 아주 높은 확률로 둘 사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보호자의 눈을 가리는 무지한 방법들을 과감히 뒤로 하고, 이미 흘러넘치고 있는 내 강아지의 행복을 스스로 발견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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