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말랑아, 카우야. 일단 여기 앉아보렴.
"말랑아, 여기 앉아봐."
"카우도!"
강아지에게 앉는 것은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꽤 잘 해낼 수 있는 간단한 수준의 일이다. 그래서 교육을 이제 막 시작하는 보호자, 본격적인 교육을 하지 않는 보호자도 맨 처음 가르치는 것이 보통은 '앉아' 인 것 같다. 조금 더 강조해 보면 '손', '엎드려' 보다 앞서 '앉아'를 가르치지 않는가. 가장 기초적인 동작이라고 '보호자'가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문득 궁금해진다. (참고로 내가 글을 쓰는 첫 번째 이유는 나의 쓸데없는 생각을 풀기 위해서다. 아이씨유 홍보는 두 번째니 나의 생각에 대해 너무 고깝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 동작 중에 강아지에게 앉는 것이 가장 처음 배워야 하는 것일까. 필요한 동작이지만 가장 먼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유를 몇 가지 나열해본다.
#1. 엎드리거나 서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강아지가 혼자 보내는 시간 혹은 그들끼리의 시간을 보낼 때, 앉아서 뭔가 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많은가? 쉴 때는 시간의 대부분을 엎드려서 (혹은 누워서) 보낼 것이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는 네발로 선 채로 물고 뜯다가 Play-bow 자세, 혹은 아주 엎드린 자세로 물고 뜯는다. 무언가를 찾아서 꺼내고 싶을 때도 네발로 선 채로 앞발을 긁는다.
#2. 하늘을 바라볼 일이 별로 없다.
앉아를 가장 쉽게 가르치는 방법은 간식 쥔 손을 강아지의 머리 위, 약간의 뒤 방향으로 올리는 것이다. 그렇다. 앉게 하려면 고개를 치켜들어 하늘을 보게 하면 된다. (사람과 살지 않는다면) 강아지가 살면서 문득 하늘을 치켜볼 일은 그리 없어보인다.
이쯤에서 결론을 내리자. 앉는 것쯤은 강아지에게 큰 어려움을 주지 않는 간단한 미션이지만 살아가면서 아주 자주 등장하지는 않는 자세다. 평소에 더 익숙하게 하는 동작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을 처음 가르치는 보호자에게도 처음 배우는 강아지에게도 쉬울 것이다. 나아가서 익숙한 자세부터 관절과 근육을 더 잘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보호자가 시킬 때만 하는 동작]을 잘하는 것보다 [생활에서 자주 하는 동작]을 잘 -올바른 자세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런데 왜 보호자는 강아지에게 앉는 법을 '먼저' 가르치는 것일까. 이것 또한 나의 쓸데없는 생각이지만 사람의 교육이 앉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그렇지 않을까. "너, 오늘 책상에 잘 앉아 있었어?", "응!" 돌이켜보건데 초등학교 시절의 나에게 어머니가 꽤 자주 하신 질문이다.
그렇다면 강아지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 여전히 고민이지만 둘 중 하나 혹은 둘 모두이지 않을까 싶다. 네발로 서는 것과 엎드리는 것. 다시, 중심을 잘 잡고 서는 것과 올바로 엎드리는 것.
하지만 또 마음 한구석엔 이런 모순된 생각도 있다. 순서가 그렇게 중요한가! 잘 가르치는 게 훨씬 중요하지 않겠는가! 내가 아는 한, [앉아] 에 대한 지식과 생각을 풀어보려고 한다. 앉는 것을 교육하는 법부터 다양화를 시키고, 좋은 자세로 앉히는 법까지.
Step 1. 타겟에 올라가기
강아지가 올라가서 충분히 편하게 있을 만한 -엎드렸을 때의 길이, 너비보다 큰, 그리고 높이는 다리 길이 정도의- 크기의 플랫폼을 준비한다.
플랫폼이 없으면 안되냐고? 뭐, 안 될 건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좋겠다. 학교 수업을 들으러 갔는데 선생님이 책상이 부족하다고 나만 바닥에 앉아서 수업을 들으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강아지에게도 집중할 만한 공간이 필요하다. 이 작은 준비가 훗날 훌륭한 차이를 만들 것이라 장담한다.
준비한 플랫폼에 자연스럽게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자.
겁이 많거나 소심한 강아지라면 '보호자'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상관없다. 강아지의 생각보단 빠른 것일 테니. 작은 팁이라면, 올랐을 때만 칭찬하지 말고 내려왔을 때도 칭찬하자. 그리고 한번 올랐을 때 내려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는 올라가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지 내려오지 않는 법을 가르치고 있지 않다.
Step 2. 루어링으로 앉히기
루어링으로 앉히는 것이 가장 많이 알려진 방법이다. 머리 위, 뒤로 손을 올린다. 무게 중심이 뒤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앉게 된다. 이때 중요한 사항은 보호자의 손이 너무 급하지 않게 움직이는 것이다. 강아지의 시선이 내 손을 따라가는 것을 느끼자. 이 방법으로 앉는 것은 강아지가 앞발을 주로 사용해서 앉는 것이다.
루어링을 강아지의 머리 위, 앞으로 움직이게 하면서, 뒷걸음을 섞어주면 뒷다리를 앞으로 가져오며 앉게 된다. 이 방법 역시 강아지의 시선이 따라오는 것을 느끼자.
Step 3. 명령어 입히기
앉는 것이 충분히 자연스러워졌다면 (수치상으로 루어링을 10번 시도했을 때 8번 이상 앉았다면) 앉는 순간에 명령어를 내뱉는다. 일상적인 톤으로 하자. 쥐어짜는 하이톤은 방해만 될 뿐이다. 루어링과 함께 명령어를 계속해서 입히자. 반복 연습을 한 후에 루어링없이 명령어로만 '앉아'를 시도해보자. 놀랍지 않게 잘 앉을 것이다.
많은 보호자들이 Step 1,2 를 생략하고 Step 3 을 진행한다. 타고나기를 눈치가 빠른 강아지의 경우 보호자의 어설픈 루어링과 명령어에 꽤 잘 반응한다. 정확한 순서로 가르친 것이 아니다. 강아지가 영리할 뿐이다. 눈치가 빠르지 못한 강아지는 점점 억울해진다. 강아지는 배운 게 없는데 보호자는 이것도 못하냐며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앉아!, 앉아!, 앉아!" 수강생들에게 늘 하는 잔소리지만 화를 내려면 충분히 가르친 다음 내면 좋겠다.
Step 4. 제스쳐 입히기
강아지가 명령어에 반응하기 시작했다면 제스쳐도 입혀보자. 어느 움직임도 상관없다. 보호자가 잘하는 몸짓이면 충분하다. '우리의 것이 좋은 것이여.' 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강아지에게는 보호자의 것이 좋은 것이다. Step 4 역시 충분히 반복하면 명령어 없이 보호자의 손짓발짓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의 과정으로 강아지와 보호자 간의 새로운 약속이 생겼다. 강아지는 앉는 법과 신호에 대해 이해했고, 보호자는 강아지를 앉히는 법과 신호를 보낼 줄 알게 되었다. 너무 사소한가? 그렇지 않다. 강아지와 보호자, 쌍방이 모두 이해하고 납득하는 위대한 첫 협약이다. 우리만의 고결한 약속의 효력이 괜찮은지 테스트해보자.
Step 5. 어디든 앉히기
위 과정을 통해 강아지는 앉는 법과 용기 -그리고 보호자에 대한 믿음 한 스푼- 을 완전히 터득했으리라. 응용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일상에서 찾아보자. 아래 세 가지를 추천한다. 먼저 작은 쓰레기봉투와 큰 쓰레기봉투를 준비하자. 작은 쓰레기봉투를 테이블에 잘 펴고 Step 1 을 반복하자. 자칫 미끄러울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유도하자. 앞발을 올리기 시작했다면 성공이 보인다.
앞발을 올리는 게 자연스러워졌다면 아무렇게나 앉혀보자. 이 단계를 충분히 연습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게 좋다. 언제나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제 큰 쓰레기 봉투를 테이블에 두고 올라오도록 해보자. 잘 안 올라올지도 모른다. 초조함과 답답함은 잠시 넣어두자. 당신도 강아지도 이미 여러번 성공한 경험이 있다. 분명 해낼 수 있다. 앞발 올리고 칭찬, 내려오고 칭찬을 반복하자. 어느 순간에 반드시 올라갈 것이다.
어느 강아지에게 쓰레기 봉투 적응 과정은 몇 날 며칠이 될지 모른다. 이보다 더 오래 걸리는 강아지도 겪어왔다. 부디 강아지가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아지 탓을 하기 전에, 아주 단편적으로는 사용하는 트릿부터 강아지에게 매력적인가 고민하길 바란다.
[쓰레기 봉투 위에 앉히기] 를 연습하면서 재활용 페트병들을 깨끗이 씻어서 모아두자. 모아둔 페트병들을 쓰레기 봉투에 몇 개 넣으면 훌륭한 교육 도구가 된다.
이제 페트가 잔뜩 들어있는 쓰레기봉투 위에 앉히기를 해보자. 강아지가 잘 해내는 것 같다면 더 많은 페트를 넣고서 도전하면 된다.
마지막은 밖으로 나와보자. 두 곳을 추천한다. 첫번째는 자갈밭, 두번째는 비가 와서 젖은 땅 (혹은 잔디). 대뜸 리드줄로 끌고 들어가는 실수는 금물이다. 처음은 앞발로 밟는 것부터 였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자.
이쯤되면 강아지가 앉지 못하는 곳은 -아마도- 없다. 강아지를 이렇게까지 (집착적으로 보일 수 있는) 교육하면 보호자가 얻는 새로운 사고 방식이 있다. 강아지가 어딘가에 앉지 못할 때, 짜증이 나지 않는다. '여기 바닥에 문제가 있나...?'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게 된다. 나비의 날개짓이 시작된 것이다.
Step 1~5 를 통해 강아지와 앉는 것에 대해 -거의 완벽한- 약속을 했다. 더 이상 '앉는 것'에 보호자에게도 강아지에게도 '정신적' 부담이 없다. 정신적 부담이 없다는 것은 '강아지가 어디든 앉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는 말로 치환하는 편이 좋겠다. 다음 편에서는 '물리적 (혹은 신체적)'으로 올바로 앉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낯선 용어가 등장할 수도 있고, '이렇게까지?' 라는 마음이 들 수도 있는, 마냥 편하게 읽히지는 않는 이야기 -나에게만 재미있을지도 모르는- 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에 앞서 한 번 더 강조하자면 올바르지 않다고 반드시 틀렸다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다. 모델처럼 걷지 않거나 승무원처럼 앉지 않는다고 틀리지 않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