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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삶공부 Apr 15. 2022

"손잡아주는 사람이 리드입니다"

"지속적으로 열심히 기여하는 것이 직업이 된다."- MKYU, 김미경-


최근에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우리 반 했던 아이들과 줌으로 독서를 해 볼까?’



아침 시간, 우리 반 독서하는 시간에 바깥에서 서성거리던 남학생을 보고 난 뒤였습니다.

아침 활동 시간인데, 우리 반 친구들이랑 독서하는 시간인 줄 이 아이가 알 텐데,

자기 교실에 안 있고 우리 교실 복도 쪽에 서 있는 겁니다.

무슨 할 일이 있나 싶어서 나가 봤지요.

“선생님, 저 4학년 다시 되고 싶어요.”

우리 교실 안쪽을 기웃거리며 부러워하는 모습이 짠하게 잔상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5학년 된 사춘기 남학생입니다.

제가 뭐가 좋다고 왔을까요?^^

함께 했던 시간, 추억, 친구들, 독서, 미덕 필사했던 경험들이 좋았겠다 싶습니다.

물론 그 속에 저도 포함해서요.


며칠 전 이 남학생을 복도에서 봤을 때 책에 손이 들려 있었거든요.

도서관에 책 빌리려 간다고 말할 때 감동을 받았던 아이거든요.

‘계속 책을 읽고 있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사춘기 더 심해질 테고 5학년이라 공부할 양도 많고 어려워지면 힘들어서 독서까지 멀리하면 어떡하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동시에 드는 겁니다.


순간 또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줌으로 작년 우리 아이들 만나볼까?’

‘그래, 줌으로 책을 읽자고 해 볼까?’


이 생각까지 들 수 있었던 건

514 챌린지라는 새벽 챌린지를 하고 난 후

15일부터는 줌으로 연결해서 공부를 해 본 경험이 지난달에 있었거든요.

생각보다는 신경이 별로 안 쓰이고 집중은 더 잘 되어서 엄청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냥 무의미하게 만나는 그런 모임이 아니잖아요.

‘친구들도 만나고, 책도 읽고’

‘이왕 시작하는 김에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하브루타 독서토론을 해 보면 좋겠다.’

꾸준히 독서도 하면서 함께 해 볼 수 있는 일이 꼬리를 물고 생각이 나는 겁니다.




아이들과 줌으로도 매일 독서를 할 수 있겠다!


이 생각만 하면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차오르고 자꾸만 눈물이 나는 겁니다.


누군가 마음속에서

‘그래, 빨리 시작해. 아무나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야.’

‘너라서 시키는 거야. 너니까 할 수 있는 거야.‘

이렇게 다독이고 등 떠밀고 선한 책임을 지어주는 것 같았어요.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가 고민이 되긴 했어요.

제가 걱정이 되는 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었거든요.

‘학원 갔다가 온 그 시간, 잠시 쉴 수 있는 시간, 스마트폰하고 게임할 수 있는 그 귀한 시간을 아이들이 독서하자고 할까?’

하는 의문과 마음 쓰임이었지요.


작년 학부모님께 제 생각을 나눠 보았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어요. 얼른 시작해 주세요. 물어보나 안 물어보나 우리 oo 이는 참석할 겁니다. 우리 가족 다 하고 싶어요 “


ㅎㅎㅎ

이렇게 용기와 힘을 주시더라고요.

아이가 들어왔길래 물어봤다면서 선생님 하는 거면 무조건 하겠다면서 또 용기를 주시더라고요.


이 무렵 ‘삶에 반한 언니야들!’ 스터디 팀에서 독서토론했던 책이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그림동화책이었습니다.


"네가 나비가 되면, 날아가서 

나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호랑 애벌레에게 보여줄 수 있어. 

그러면 호랑 애벌레도 나비가 되고 싶어 할 거야."


이 문장을 읽는데 또 눈물이 쏟아지는 겁니다.


‘뭘 망설여. 작년 우리 반 아이들에게 얼른 가서 나비가 되는 법을 좀 더 정확하게 더 지속적으로 알려주어야지!’ 


'‘세상이 꽃으로 가득 차려면 수많은 나비가 필요합니다."


이 문장을 다시 곱씹어 보니 제가 할 일이 정확하게 보였습니다.


‘그래, 내가 나비가 되어주자.’

‘우리 아이들 제대로 꽃피게 이 꽃 저 꽃 옮겨 다니며 사랑의 씨앗을 날라 주자.‘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차서 며칠을 보내던 날, 

작년 우리 반 했던 공주 2명이 저를 보러 왔더라고요.


제 생각을 전해 보았습니다.

이 아이들도 두 말도 안 들어보고 바로 고개 끄덕이더라고요.


이렇게 아이들까지 용기를 주는데 머뭇거릴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아이들에게 제 생각을 전해 보고

참여할 아이들만 참여하게 하려고요.

들락날락 자유롭게 해 두려고요.


자신들이 해 낼 몫이니까요.

스마트폰 게임보다 의미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면 이걸 선택하겠지요.


저도 아이들 덕분에 책을 읽는 시간을 매일 확보할 수 있으니 

(월~목요일까지, 최소한 4일은 할까 싶거든요)

이것 또한 제가 제일로 이익입니다.


어떻게 운영해 갈지는 아이들이랑 의논해 가면서 하면 되니까요.

아이들이 다 답을 줄 거니까요.

그리고 아이들이 선택하면 책임도 잘 지니까요.


지금 이 시간에도 저는 줌으로 연결되어 자신마다의 공부를 하면서 이 시간을 보내는 중입니다.

아이들도 갈수록 이런 느낌이겠지요.

지난달 처음 시작했던 첫날, 신경이 좀 쓰였지만 혼자 하는 것보다는 집중이 잘 되어서 좋았다면 

서서히 익숙해져서 지금은 줌으로 연결되어 있는지조차 의식이 안 되거든요.



사춘기 아이들 좀 더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도 많아요.

작년 선생님이랑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서로 용기도 주고, 희망도 함께 키워가고

저는 이 아이들의 좋은 인생 선배로 함께 하고 싶어요.

저를 좋아해 주니 얼마나 고맙고 행운인지요!

그냥 작년 했던 대로 10분 책 읽고, 10분 독서록 쓰고 이것만 해도 충분히 좋을 것 같아요.





손잡아 주는 사람이 리드입니다.
세상을 리드하는 역할을 해 주세요.


4월 514 챌린지 마지막 날, 김미경 학장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미션입니다.


‘커뮤니티 리더’는 무조건 어른만 손잡아 주는 걸로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내 주변에 이렇게 손잡아 줄 사람이 가까이 있는 줄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그 대상이 사랑하는 내 제자들이니 더 뜨겁게 그 손 잡을 수 있겠습니다.

그날 복도에서 서성거리며 작년이 그립다고 말해주던 그 아이를 통해서

제가 할 일을 알아차리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신은 나그네의 모습을 하고 온다!’

신은 내게 늘 선한 일 하라고 일러주러 오는 내게는 천사입니다.

그 사인을 내가 알아차리고 실행하면 그다음부터는 신이 나를 돕더라고요.


그 신이 이번에는 작년 나의 제자, 복도에서 서성거려준 그 아이였습니다.

“선생님 언제 시작할 거예요!”

라고 다그쳐 주셨던 작년 우리 반 어머님이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선생님 책 읽으라고 했는데....”

만화책 보다가 덮고 책 읽는다는 작년 제자, 이 소식을 전해주신 어머님 덕분입니다.


“선생님이랑 있었던 일 꼭 기억할게요~ㅠㅠ

옥복녀 선생님은 최고 중에 최고인 선생님이었어요. 

선생님 사랑해요. “


카톡 바탕에 몰래 이 문구를 저장해 둔 제자 때문에

이걸 제가 자꾸 들여야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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