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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삶공부 Apr 13. 2022

이게 '단톡방' 아니고 '커뮤니티'구나!


어제 오후쯤 우리 반 아이들이 단톡방을 만들어 초대를 했더라고요.

사전에 아무런 사인도 없었기에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더라고요.

‘얘네들이 친구들과 싸워서 갈등 있으면 해결해 달라고 만든 방인가?’

친구들과 갈등이 있으면 스스로 해결해 보고 선생님의 도움을 구하라고 늘 말하거든요.

선한 해결책이어야 한다고 말해 주거든요.

자신에게도 좋고, 친구에게도 좋은 해결책이 선한 해결책이라고

그래야 마음이 큰다고, 그걸 성장이라고.....

선생님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인가 싶어서 솔직히 슬쩍 피하고 싶더라고요.





몇몇 친구들과 담임교사만 이야기를 하는 방이면 안 될 것 같기도 했거든요.

여기 단톡방에 없는 친구들, 폰 없는 친구들이 섭섭하니까요. 

그 친구들도 선생님과 대화하고 싶을 것 아닌가요.

한 편, 60살 담임교사를 자기들의 단톡방에 초대했다는 것만도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썩 내키지 않았던 게, 사실 불안한 마음이 제일 많았지요.

단톡방은 잘 될 때는 서로 소통하는 방이었다가

친구랑 싸우면 서로 욕설(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난, 험담 하는 방으로 추락했다가 

누구 한 사람 삐져 나가고, 그 방에서 대화를 했던 것이 부모님들께 발각이 되고 그래서 문제가 생기고 그런 경우가 제법 많았거든요.



2~3명 단톡방을 해도 단톡방이 성공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를 못했거든요.

이런 단점이 훨씬 더 많아서 지금까지는 단톡방을 아예 하지 말라고 했어요.

단톡방을 운영할 능력이 좀 생겼을 때 고학년 되면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어요.

아이들도 그것을 잘 따라 주었고요. 







어제의 단톡방은 좀 많이 달랐습니다.

단톡방의 이름이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방!>이더군요.

무슨 질문을 할지 모르겠지만 이름부터 색달랐어요.


처음에는 솔직히 스스로 해결 못하는 문제 있을 때 선생님 도움 구하려는 방인가 싶었어요.

친구랑 갈등이 있을 때 해결 안 되는 상황일 때 그걸 질문하려고 하나 의심(?)을 했어요. 


제목은 참 좋네. 싶었어요.

제가 교실에서 하브루타를 적용하고 가르치니까 

‘질문은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이렇게 정했나 싶어서 살짝 고맙기도 했고요.

그런데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은지는 여전히 의심스러웠어요.


단톡방 첫날(어젯밤), 

이런 염려가 앞섰기에 다소 소극적으로 인사도 하고 마지막은 잘 자라고 말하고 끝냈어요.

(양심선언입니다^^)



단톡방 공지가 걸려 있더라고요.


++++++++++++++++++++++++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방!>

우리 반 애들이랑 단톡에서 싸우지 않기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여기는 질문 방이니까 질문 쪽으로만 해 줘. 애들아^^

다른 얘기는  갠톡(개인 카톡)으로♥♥

울반 애들만 초대하기~~

선생님, 애들아, 공지 꼭 읽어보고 꼭 지켜 줘^^

학교에서 봐~~♥♥

+++++++++++++++++++++++++++++++++++++



사실 이 공지를 아이들과 톡을 끝내고 봤습니다.

9시가 넘기에 잘 자라는 굿나잇 인사를 끝내고 난 시간입니다.





맞네. 이것 채팅방 아니고 커뮤니티네!

 

자려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런 생각이 번쩍 스치더라고요.

이런 생각이 드니까 이어서 생각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에게 이 단톡방을 통해서 커뮤니티를 경험하게 하면 되겠네.‘

‘미래 뜨는 직업도 커뮤니티 크리에이터인데 여기서 잘 연습하면 우리 반 아이들은 자신의 직업 + 커뮤니티 크리에이터로도 살아갈 수 있겠네.’

‘SNS에서 소통하는 법 여기서 잘 배우면 되잖아.’

‘맞네. 맞네. 이렇게 하면 되겠네. 저렇게 하면 되겠네.‘


와! 유레카를 외치고 싶더라고요.



‘커뮤니티 이름도 좋은 이름으로 정할까?’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방!’이라고 정해 놓았으니까 의미도 안 해치면서 멋진 이름으로 함께 의논해서  지어보자.‘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을지도 의논해 보자.’

‘어떤 규칙을 만들어 지키면 이 커뮤니티가 잘 될지도 의논하자.’

‘이 단톡방의 경험이 단순한 단톡방이 아니라 너희들의 미래를 연습하는 공간이라는 희망을 말해주자.’

‘커뮤니티의 수준이 우리들의 수준이라는 긍지를 심어주자.’

‘단톡방을 오픈한 친구를 단톡방의 리드가 아닌 커뮤니티의 리드로 선한 책임감을 갖게 하자. 커뮤니티 크리에이터 경험을 쌓을 기회니까 정말 좋은 기회이겠다.’

‘그럼 교사인 나는 커뮤니티 크리에이터 코치네!?’

‘어떤 역할을 해 주면 좋을지도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되겠네!'


이어서 이런 생각들이 쏟아지니까 

빨리 아이들과 생각을 나눠 보고 싶어서 너무 설레는 것 있지요^^







아이들이 제게는 늘 스승입니다.


이런 좋은 아이디어를 주다니!

이런 새로운 도전을 할 기회를 내게 주다니!




아이들의 선한 마음을 추호도 의심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싶은 선한 아이들

선생님과도 소통하면 더 좋은 해결책을 얻게 되겠다는 교사를 향한 신뢰의 마음

선생님과도 소통하고 싶은 친하고 싶은 마음

이런 선한 아이들이라는 것을 절대로 절대로 의심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스스로 이만큼 해 두고는 저에게 검사 맡고 있는 거잖아요.

벌써 14명이나 단톡에 초대했더라고요.

단톡에 공지로 지켜야 할 일, 어떤 것 하는 방인지도 생각해서 올렸잖아요.

"선생님, 우리 이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선생님이 균형만 좀 잡아주세요.“

"선생님, 코칭 좀 해 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거잖아요.

저를 아예 대놓고 커뮤니티 코치가 되라고 알려주는 거잖아요^^




저의 짧은 메시지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발휘하던지요!

9시 넘어서는 자야 한다고

많이 자야 잘 큰다고 하니까

이렇게 멋지고 예쁜 아이들 없다고 칭찬 한마디 하는 메시지 보내니까

순한 양 되어 제게도 하트 보내고 알았다고 하고 나가더라구요.

아이들의 마음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공간으로 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아이들을 향한 두려움 에너지를 걷어내고 나니까 창의성이 폭발하네요!


선한 마음에서 선한 생각이 떠오른다는 것을 다시 실감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선한 결정인 것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제게 훨씬 더 도움이 되는 결정입니다.


오늘 아이들과 생각을 나누면 아이들도 아이디어가 폭발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믿어준다는 생각이 들면 신나서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꺼집어 낼까요!

아이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 선택한 결정이니 아이들도 책임을 다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커뮤니티가 잘 될 거라는 것은 이미 예상이 됩니다.

아이들을 믿기 때문입니다.

선한 결정을 하고, 책임을 지고, 잘 경험해 낼 아이들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제가 우리 반 아이들과 1년 동안 이런 경험을 쌓으면 저도 얼마나 뿌듯하고 의미있게 느껴질까요! 

행복할까요! 이런 경험도 더했다는 자신감도 생길까요!

이런 경험이 또 다르게 선하게 쓰일 거라 생각하니 정성들여 경험해 보고 싶어요.



그동안 했던 공부가 허튼 공부가 아니었네요.

커뮤니티에 대하여 몰랐다면, 미래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이걸 어떻게 알아차리겠어요??

(자뻑하는 중이니 한 번만 눈감아 주세요^^)

커뮤니티를 몇 년간 몇 개를 운영하고 있었으니까

이게 얼마나 좋은지 삶으로 체험해서 아니까 

아이들에게 어떻게 코칭해 주면 좋겠는지가 보이니까 너무 감사하네요.



이 기회에 

아예 전문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배워야 겠어요.

mkyu에 이런 과정이 개설되어 있거든요.

예전부터 눈독 들이고 있었는데, 제게 잘 맞는 일인 것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찜해두고 있었거든요.

우리반 아이들 덕분에 동기 유발이 확 되네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마음에 불이 확 댕겨지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리고 잘 해 내고 싶은 의지가 불타거든요.

이 커뮤니티 크리에이터 과정을 듣고 

제대로 코칭 역할을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담임교사가 아이들과 단톡방을 잘 운영하면 이것이야말로 선한 커뮤니티가 아닐까요!

우리반 아이들은 이런 선한 커뮤니티에서 제대로 배워서 또 다른 곳에서 이런 역할을 해 낼 거잖아요. 미래의 커뮤니티 크리에이터들을 양성할 기회입니다.







공부하면 기회의 문이 열리니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내 공부가 어떤 식으로든 선하게 쓰일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더 설레며 공부하게 됩니다.

평생 공부하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나의 경험이 선하게 사용되길!

선한 사람으로 선한 에너지로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과 

나의 능력으로는 늘 부족하니 

예지력과 감을 달라고 

그리고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신에게 간절한 기도를 더해 봅니다.

선한 일은 선하신 신이 늘 돕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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