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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삶공부 Apr 20. 2022

'관계'가 좋으면 '좋은 행동'은 스스로 선택합니다.


2022년 4월 19일!

제 삶에서 이 날은 절대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작년 제자들과 독서를 하기 위해서 줌으로 만난 역사적인 사건이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 일이 제 삶에서 가능한 일이었는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불과 몇 년 전의 나였다면 이런 생각이 떠오르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고 해도 행동으로 절대 옮기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줌으로 만나서 어떻게 독서가 될까?’

‘학원 다니기도 바쁜 아이들인데, 독서까지 하면 힘들어할 텐데’

‘누가 몇 명이라도 하려고 할까? 괜히 나 혼자의 욕심이면 어떡해’

이렇게 생각만 하다가 마음 접었을 겁니다.



코로나 때문에 줌이라는 도구를 만났고 줌으로도 독서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게 너무 감사합니다.

되짚어보니 줌으로 이미 독서를 하고는 있었네요.

작년에도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면 절대 빠뜨리지 않는 두 가지가 있었거든요.

줌으로 만난 1교시는 미덕 필사를 했고, 독서를 했습니다. 물론 독서록까지 쓰는 것을 포함해서 우리 반 아이들과 제가 말하는 ‘독서’입니다.


줌으로 만나서 해도 미덕 필사도 독서도 잘했습니다.

교실에서 만나서 하는 것이랑 비슷하게 잘해 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었어도 그렇지, 작년 제자들을 다시 챙기고 싶은 마음까지 든 게 너무 신기합니다. 제가 제 마음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관계였습니다.

‘좋은 관계!’

작년 제자들이 저의 좋은 세계에 들어와서 온통 차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작년 이 아이들과 생활하는 것이 제 교사생활을 통틀어서 교사 자존감이 가장 높은 해라고 아이들에게 자주 말하곤 했습니다. 사실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너무 고맙다고, 

절대 잊지 않을 거라고,

10년 후 꼭 만나자고 약속까지 했던 제자들입니다.



관계가 좋은 사람과는 계속 잘 지내잖아요.

그 사람이 뭘 좀 부탁하면 더 잘해 주고 싶잖아요.

요청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해 주고 싶어 합니다.



‘선생님, 4학년 다시 되고 싶어요. 4학년 다시 되면 안 되나요?’

작년 제자들이 우리 반 아침 독서시간에 복도에서 서성거렸던 게 도와달라는 부탁처럼 느껴졌나 봅니다. 

그 부탁을 저는 어떻게든 들어주고 싶었나 봅니다.

작년 아이들이 너무 고마우니까, 

이 아이들 챙기고 싶으니까,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으니까.


여러 날, 이 아이들을 어떻게 도우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줌(Zoom)이 떠올랐고

저녁에 만나서 함께 독서를 하면 되겠구나가 연결되었고

아이들 덕분에 매일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었으니 

‘신이 나를 얼마나 편애(사랑)하면 이렇게까지 독서를 하도록 돕는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해 주었습니다.

‘나를 또 어떤 식으로 더 좋은 이에 쓰시려고 이렇게 지혜를 쌓게 시간과 공간을 매일 확보해 주는구나 싶으니까 아이들이 더 고맙습니다.




작년 제자들과 좋은 관계가 아니었으면 이런 생각까지 떠오르지 않았을 겁니다.

이렇게 하려고 시도조차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좋은 세계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나의 좋은 세계에 작년 우리 반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기적 같은 일을 경험하게 합니다.






아이들도 참여한 이유가 역시 ‘관계’가 먼저였습니다.

선생님과의 좋은 관계 때문이었습니다.

줌으로 연결하여 독서하는 첫날이라서 참여한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선생님도 너무 보고 싶고, 친구들도 보고 싶어서요.”

“독서는 꼭 해야 하는 줄은 알겠는데, 혼자 하려니 잘 되지가 않아서요.”

하나같이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먼저 합니다.

친구들이 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들의 좋은 세계에 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독서하면서 행복했던 그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걸 다시 경험해 보고 싶어서 스마트폰의 유혹도 물리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 독서 좀 더 해요. 늦어도 괜찮아요.”

“독서 한 시간 해요. 앞으로 계속 평생 해요.”

“미덕필사도 하고 싶어요.”


이렇게 좋은 행동을 스스로 선택해 줍니다.

미덕필사도 미리 줌에 들어온 아이들은 하면 되겠다는 아이디어도 바로 떠오릅니다.


 

“선생님, 줌 빨리 열어주세요. “

‘선생님, 조금만 더 이야기하고 나가면 안 되나요? 5분만, 3분만, 1분만요. “

좋은 관계에 있는 저랑, 친구들이랑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어 했습니다.

안 나가려고 버티다가 등떠밀려서 겨우 줌을 나갔습니다^^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함께 적어도 1년 동안은 이렇게 할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내일 만나서 함께 독서하고 그러자.”

이렇게 설득하니까 겨우 나갔거든요.





이렇게 좋은 관계로 1년을 보낼 수 있었던 게 독서라는 매개체였던 것 같습니다.

생각하는 독서, 자신에 대해, 미래에 대해 희망이 생기는 독서를 함께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 희망을 매일 알려준 제게 아이들은 고마운 생각을 하고 있나 봅니다.

그 희망의 말을 계속 듣고 싶어서, 들려주실 것 같아서 줌으로라도 저를 만나고 싶었나 봅니다. 보통 사람들이 그 힘들다고 하는 독서(좋은 행동)는 자신들이 알아서 더 많이 하겠답니다~~ㅎㅎㅎ



좋은 세계에 들어온 사람과는 무엇을 해도 효과가 납니다.

이미 마음이 상대를 더 많이 도우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지혜가 쏟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지혜는 우리가 함께 더 행복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선한 실천 거리일 것입니다.



+++++++++++++++++++♥

두 달도 안 되었는데도

올해 우리 반 아이들과도 아주 좋게 관계 맺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이 괜찮은 관계입니다.

저의 좋은 세계에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들어와 있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의 좋은 세계에도 제가 거의 들어가 있을 것입니다.

이봐요. 저 교사자존감 엄청 높지요?!


저랑 관계가 좋은 우리 반 아이들과는 뭐든 시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어떤 걸 시도해도 잘 해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저를 많이 도와주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저도 지혜로운 결정, 선한 결정을 더 섬세하게 더 풍성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선한 결정이면 아이들을 믿고 용기 내어 실천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아이들과 손잡고 실천해낸 것들로 우리는 교실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관계’가 먼저입니다.

‘좋은 행동’은 스스로 선택해서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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