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죽은 뒤라도 내 자식은 괜찮을까?”
이런 생각으로 질문을 한 건 아니고요.
“엄마가 있는데도 내 자식에게 엄마가 필요 없어지면 어떡하지?”
내 자식이 나를 안 찾고 나 대신, 엄마를 대신할 다른 대상을 찾으면 어떡하지?
너무나 달라지는 세상에 대한 기대감 저편에 있는 또 다른 예견되는 불안한 아이러니를 나눠보고 싶은 겁니다.
우리는 당장 내 자식 아니면 안 될 거잖아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어떤 경우에도 내 자식을 대체할 대상은 그 어디에도 없잖아요. 내 자식은 내 엄마 아니면 절대 안 돼. 이런 마음이겠느냐는 겁니다. 끝까지 그런 마음이겠느나고요?
어릴 때는 당연히 그런 마음일 거라 생각합시다. 다른 마음조차도 생각을 할 수 없이 어리니까요. 생물적 엄마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생존이 가능하니까요. 어릴 때, 엄마의 진짜 의미를 모를 때는 그렇다 쳐요. 조금 자라서 초등학교에 들어갔어요.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다른 친구의 엄마를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엄마랑 다른 엄마의 모습입니다.
‘저런 엄마도 있구나. 우리 엄마는 안 그런데?’
‘우리 엄마도 저런 엄마였으면 좋겠는데…….’
현실 엄마가 마음에 안 들어 고민하는 날이 오면 어떡하지요?
사춘기 되고 부모랑 진짜 갈등이 심해지고, 내 엄마랑 다른 멋진 엄마를 가진 내 친구가 더 부러워지면 어떡하지요? 내 엄마의 엄마스럽지 않음이 내 자식에게는 엄청난 고민이 되어버리면 어떡하지요?(내 자식이 그런 마음을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상상만으로도 먹먹하네요.)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인공지능 로봇을 불러서 ‘엄마 되어주기’ 버튼을 누르고 엄마 역할을 부탁하면 어떡하지요? 인공지능 로봇은 즉시 로봇 엄마가 되어서 엄마 역할을 하겠지요.
아이의 감정도 즉시 읽어주고(인공지능 로봇은 아이의 얼굴 표정이나 상태를 보고 감정도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 무엇을 도울지 물어보고, 아이가 고민을 이야기하면 엄마보다 더 좋은 해결책을 내어놓을 것이고, 이 해결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해결책을 즉시 제시할 수도 있고……. 생각만 해도 마음이 불편합니다.(‘불편한 진실’ 일 수도 있겠기에 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언젠가 유튜브 영상으로 ASMR을 올리는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빠’라는 닉네임으로 운영하시는 채널이었던 것 같아요. 힘든 청소년들,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이었어요. 가짜 아빠지만 “함께 밥 먹자.”는 그런 컨셉으로. 아빠와 자식이 함께 밥먹는 상상을 하면서 위로도 응원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들게 방송을 진행하더라고요. 자장면을 먹는 ASMR을 찍었던 것 같아요.
“아빠가 오늘 마음이 울적한 일이 있어서 자장면을 시켰다.”라고 하면서……. 자장면 시키는 것부터 리얼하게 영상에 담더라고요. 음식이 오는 사이에 울적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도 받고 위로도 해 주고 그런 내용이었어요.
“아들아, 너도 힘들지? 그럴 때 아빠 영상 보면서 힘내!”이런 식으로 전개하면서 다정하게 따뜻하게 이야기를 나눠 주었어요. 지금도 아마 그 채널을 운영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구독자수가 엄청났거든요. 댓글이 얼마나 많이 달렸던지요!
‘아빠’의 이 영상 보면서 진짜 위로받았다는 댓글, 진짜 내 아빠 같다는, 우리 아빠는 안 그런데 우리 아빠도 이랬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댓글이 넘쳐 났거든요. 참 고마운 분이다 싶으면서도 많이 쓸쓸하더라고요. 진짜 아빠가 이 사실을 알면 어떤 마음이 들까 싶었거든요. 내 자식도 ASMR로 만나는 아빠(엄마)를 더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나의 마더’ 이 영화를 보다가도 화들짝 소름이 끼쳤습니다.
로봇 마더는 냉동 유전자로부터 여자 아이 한 명을 태어나게 합니다. 태어난 아가를 제 때에 먹이고 입히고 병도 치료해 줍니다. 심지어 울면 달래고 공부까지 맞춤형으로 시킵니다. 시킨 것 해 놓지 않았다고 혼도 내고 칭찬도 해 줍니다. 세상을 잘 리드할 진짜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 인공지능 마더가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영화였어요.
‘어릴 때부터 길들여지면 현실 엄마를 정말 찾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영화 속 세상이 현실이 되는 날이 더 빨리 오면 어떡하지?’
'인공지능 마더'가 할 수 있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현실 엄마'라면 말입니다.
인공지능 엄마도 먹이고 입히고 병원 데리고 가고, 공부하라고 하고 감독도 할 줄 압니다. 심지어 칭찬도 꾸중까지도 합니다. 어떤 공부가 아이에게 더 맞는 공부인지?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 나오면 엄마보다 더 잘 가르쳐 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로봇의 기술은 더 빠르게 발달해서 인간의 능력까지 침범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따라잡을 수 없는 일까지 해 낼 수 있는 '엄마'라야 인공지능 ‘마더’에게 대체되지 않겠구나!’
‘인공 지능 엄마를 넘어서려면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거지?’
이런 고민을 깊이 해 봐야 할 시대를 우리 ‘엄마’ 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우리에게 다가와 상용화 될 메타버스 세상도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제일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가 메타버스라고 하잖아요. 이 속에서 엄마는 안전할까를 생각해 본 겁니다.
일요일 아침이라고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까 엄마는 주무시고 있어요, 평소에 엄마랑 덜 친한 아이라고 칩시다. 배가 고파요. 당장 밥 먹고 싶은데, 라면이라도 먹을까 생각합니다. 혼자서 먹으려니 너무 허전하고…….
가상현실로 들어가는 안경을 낍니다. 아바타로 입장합니다. 메타버스 속 맞춤형 가족을 불러들입니다. (메타버스 산업이 더 발달하면 사람도 맞춤형으로 만나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상한 엄마, 다정한 아빠……. 이런 식으로) 오늘은 다정한 엄마와 재미있는 형을 아바타로 만납니다.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아침을 잘 먹고 다시 현실로 돌아옵니다.
이런 것까지 상상이 되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으니 어떡하지요?
정말 현실의 엄마가 없어도 세상을 괜찮을까요? 세상은 제대로 돌아갈까요?
현실 속 엄마와 마더(아바타 엄마까지)는 어떻게 다를까요? 어떻게 달라야 할까요?
해리 할로의 원숭이 애착 실험이 있습니다. 원숭이 새끼에게 두 공간을 마련해 줍니다.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가짜 엄마와 철사로 만든 차가운 가짜 엄마. 철사에만 우유병이 있습니다. 원숭이는 우유를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평소에는 천 엄마에게 꼬-옥 붙어 있었습니다. 화들짝 놀라게 했을 때도 바로 천엄마에게 가서 안정을 찾을 때까지 떨어지지 않았답니다.
먹을 것을 제공해 주는 것만으로는 원숭이의 사랑의 허기는 채우지 못하나 봅니다. 엄마의 심장으로, 그 사랑으로만이 마음 허기는 채워지나 봅니다. 나의 ‘마더’는 아가를 키우다가 마음먹은 대로 안 되니까 가차 없이 바로 불 속으로 아가를 집어넣어 버립니다.(너무 끔찍하지요?) 애간장을 녹이는 애태움을 인공지능 로봇은 감당을 할 줄 모르나 봅니다.
중국 고사가 생각납니다.
선원들이 원숭이 새끼를 잡아 배에 태우고 떠납니다. 어미 원숭이는 계속 강길을 쫓아오면서 울부짖습니다. 한참을 따라오던 어미 원숭이가 갑자기 쓰러지더니 이내 죽고 맙니다. 궁금하기도 해서 죽은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았습니다. 애(창자)가 다 녹아내려 버렸더랍니다. 새끼를 구하지 못해 얼마나 애간장을 태웠으면…….
이 애간장 태운다는 의미를 우리 엄마들은 너무나 잘 알겠잖아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너무 절절해지고 아프잖아요. 인공지능 로봇의 기술이 제아무리 발달해도 애간장 태우는 짓은 절대 안 할 겁니다. (인공 창자를 장착해도 말입니다)
메타버스 속 아바타 엄마랑 밥을 먹었다고 내 자식 사랑의 밥까지 먹일 수 있을까요? 배를 채웠다고 마음 허기까지 다 채워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내 자식 위해 애간장 태울 수 있는 사람은 ‘엄마’ 밖에 없습니다. 애간장이 뭔지도 모르는 인공 엄마 ‘마더’에게 내 자식 절대 맡길 수 없습니다. 메타버스 속 아바타 엄마랑 내 자식 밥 먹게 해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우리 새끼 나(엄마)에게 꼬-옥 붙어 있도록 허락해 주어야 합니다. 더 따뜻하고 뾰송한 천엄마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우유만 먹일 수 있는 철사 엄마로는 내 아이가 이 엄마를 찾지 않을 거예요. 물리적 거리로 떨어질 나이가 되어도 심리적 거리는 늘 천 엄마로 있어 주어야 합니다. 언제 어떤 일로 찾아와 안정을 찾고 갈지 모르니까요.
엄마가 사라져도 세상은 절대 괜찮지 않을 겁니다.
애간장 태울 수 있는 엄마가 우리의 진짜 ‘엄마’들이니까요.
애간장이 녹는 한이 있더라도 내 자식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도 못해내는 이 애간장 태우는 일을 해 내는 진짜 '엄마'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자라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