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조리 식품 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저는 라면이 바로 떠오르네요. 물만 붓고 끓이다가 라면 넣고 익었다 싶으면 먹으면 되잖아요. 식성 맞추어 이것저것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이미 훌륭한 맛이 나잖아요. 요리 시간도 10분이면 뚝딱 끝나지요? 요즘엔 어디 이 라면 밖인가요! 온갖 레시피가 반조리 식품으로 포장되어 나오잖아요. 밀키트로 검색해 보면 없는 요리가 없더라고요. 다양한 불고기 요리, 스테이크, 온갖 찜요리까지, 심지어 제가 미국 가면 채소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딸이 해 주는 특별요리였던 밀푀유나베까지 밀키트로 나와 있더라고요. 딸과의 추억 돋아서 당장 밀키트 주문해서 먹어보고 싶을 만큼 먹음직스럽게 포장이 되어 있더라고요. 반조리식품은 요리의 90%는 이미 되어 있는 상태라서 레시피대로 아주 조금의 노력만 기울이면 바로 먹을 수 있는 훌륭한 요리로 탄생한다는 거잖아요. 뚝딱! 짧은 시간, 쉽고 간단한 요리법, 제법 끝내주는 맛! 이 3요소가 반조리 식품을 선호하는 이유잖아요.
디지털 기술이 반조리 식품이라고?
응, 알고 보면 너무 쉬워. 배우기 일도 아니야.
이런 말 해 주려고요. 제가 배워보니까 진짜 그렇더라고요.
김미경 학장님에게서 이 말을 처음 들었거든요. ‘디지털 기술이 반조리 식품’이라고 했던 이 말을요. 처음에 들었을 때는 설마 그럴 리가, 난 어렵게만 느껴지는데 싶더라고요.
기억을 더듬어보니까 저도 디지털에 겁부터 먹었더라고요. 제일 먼저 디지털에 겁먹었던 종목이 ZOOM이었네요. 코로나 19 터지고 제일로 아쉬웠던 게 독서토론 못하는 것이었거든요,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독서토론이야 좀 참으면 되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하던 고전독서토론을 못하게 된 게 제일로 난감하더라고요. 이제 조금 고전이라는 어려운 관문 통과해서 아주 쬐끔 고전의 스릴인지 재미인지 느끼고 있는 참이었는데 그 통로가 뚝 끊겼잖아요. 고민하니까 희미한 길이 보이더라고요. ZOOM으로 온라인 만남을 한다는 정보가 유튜브에 떠돌더라고요. 참 신기하다 생각하면서 무작정 유튜브로 ZOOM 사용법에 대하여 올려놓은 영상들을 들어보았습니다. 처음엔 그 강의 내용이 왜 그렇게 어렵게 느껴졌던지요. 이해가 안 되어서 다른 강의들도 듣고 또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누워서 떡먹기인데~~~ㅎㅎㅎ
강의로만 들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옆 반 선생님이랑 폰으로 리허설까지 몇 번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독서토론 멤버들을 모집했습니다. ZOOM 사용법을 정확하게 익히기 위해서라도 독서토론을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2주 후부턴가 독서토론을 줌으로 시작했네요. 기계치인 제가 첫 리드를 하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안 그러면 계속 ZOOM이라는 것을 피해 다닐 것만 같았거든요. 너무 어렵다고 생각이 들 것만 같았기에 배워가며 부딪혀 보자고 생각했어요. 처음 줌으로 독서 토론했을 때가 생각이 나네요. 처음 해 보는 줌 입장이 서툴러서 멤버 중 한 사람은 한 시간 내내 시도했다가 결국 입장을 못하고 우리끼리만 독서토론을 했던 경험이 있네요.
사실 제 주위에는 코로나 터지기 전 오프라인으로 열심히 했던 독서토론을 아직도 줌으로 시작을 못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나이 좀 먹은 사람들도 아닌 젊은 분들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좀 의외더라고요.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말해도 아니라고 하면서 손사래를 치는 걸 보면 디지털이라는 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편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우리 고전 독서토론 모임도 처음 줌으로 해 보자고 건의했을 때 안 될 거라고, 오프라인 모임 가능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자고 해서 멤버들 설득하느라 조금 힘들었거든요. 몇 주 간격을 두고 한 사람씩 용기 내어서 줌으로 입장을 했고요. 지금까지도 한 멤버는 도저히 어려워서 못하겠다고 참여를 못하고 있어서 너무 안타깝지요.
그렇게 디지털 무서워했던 제가 요즈음은 마음만 먹으면 디지털 기술 거의 다 배워서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정말 디지털 기술은 갈수록 더 반조리 식품으로 가공되어 우리에게 배달되고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이 분야 전문가들만 앞서가는 디지털 기술 배워서 사용하고 있었으니 어려워도 상관이 없었잖아요. 코로나 이후 디지털 세상으로 거의 모든 산업이 이동하면서 산업만 이동하면 안 되잖아요. 소비할 사람들도 함께 데리고 가야 하잖아요. 저처럼 디지털 말만 들어도 알러지 반응 보이는 기계치가 얼마나 많을까요. 게다가 나이도 60살 다 되었으니까 디지털에 이미 서툰 세대잖아요. 저 같은 사람까지 다 디지털 세상으로 데리고 가야 하잖아요. 제 연령대가 돈 쓰는 고객이잖아요. 기업들이 이런 것까지 얼마나 고민을 할까요? 기업들도 사는 길이니까요. 앱 계발자들에게, 기술 개발자들에게, 가르치는 사람들에게까지 어떻게든 쉽게 모든 사람들이 다 배울 수 있을 만큼 쉽게 만들어야 하고,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요구할 거잖아요. 디지털 기술이 반조리 식품처럼 쉬워질 수밖에 없는 거지요. 저 같은 디지털 문맹자도 살려야 기업도 살고. 윈-윈 하는 거지요.
디지털 기술 익히기도 참 쉬워졌어요. 유튜브 치면 사용법 알려주는 영상들도 너무나 많잖아요. 내 수준에 맞게 쉽게 쉽게 알려주는 곳도 정말 많아요. 제 나이 또래 보면 아직도 배민(배달의 민족) 사용해서 음식 못 시키고, 카카오 텍시 사용 못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갈수록 더 디지털화될 텐데 언제까지 결혼한 딸 도움 청하고 손주까지 동원하고 그래야만 하는지요. 며칠 전 시내 나갔다가 제 나이 또래(더 어려 보였어요) 아주머니가 카카오택시 사용 못한다면서 좀 해 달라고 해서 아주 친절하게(^^) 알려주고는 참 뿌듯하더라고요. 저도 몇 달 전만 해도 디지털 무서워해서 저런 모습이었는데 하나씩 하나씩 배워서 해 보니까 생활에 불편함 없이 살아가게 되었네요.
주식통장도 비대면으로 개설했고, 내가 원하는 주식도 마음대로 골라서 투자하고 있으니까요. 경제공부도 더 열심히 해 보고 싶어서 경제신문(종이신문)도 원격으로 주문해서 읽으며 공부도 하고 있어요. 미니스탁앱 깔아서 생활 속에서 조금씩 절약한 돈도 꾸준히 모으고 있어요. 메타버스, 제페토도 다 배웠고요. 아바타 만들어서 꾸미는 것도 다 할 수 있는걸요. 제 다음 디지털 숙제는 메타버스 속 게더타운에서 우리 리부트 스터디팀과 독서토론하는 걸로 잡았습니다. 곧 경험해 볼 수 있을 거예요. 기능은 다 익혔거든요. 어렵진 않더라고요.
어쩌다 제 자랑처럼 되었지요? 제 같은 사람도 하고 있는데 용기 내시라는 말 하고 싶어서요. 정말이지 제 주위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는 기계치입니다. 묻고 또 물어보고 그래서 겨우 겨우 이해되는 수준의 사람이거든요. 디지털 기술을 배우기가 모르는 외국어 처음 배우는 느낌처럼 처음에는 너무 어려운 저였거든요. 그리고 제 나이 60살입니다. 나이 많은 게 자랑은 아니지만 디지털과는 어쩔 수 없이 덜 친한 세대잖아요. 사실 지금도 디지털 하면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처음의 괴물 같이 무섭게 느껴졌던 것에서는 자유로워졌습니다. 친해보니 꽤나 친절한 동물쯤으로 디지털을 생각하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기술, 안 배우면 안 되는 세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안 배우고 모르면 생존이 불가능한 세상을 살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맞는 것 같아요. 디지털 세상으로 이주했는데, 이 세상에 맞는 언어를 당연히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확한 표현이네요. 배민, 카카오택시 이용 수준의 기본 생활을 편리하게 살아가는 것을 훨씬 넘어서서 내 직업이 디지털 세상에서 생기고 내 자식도 이런 디지털 세상에서 마음껏 헤엄치며 살아가야 하니까요. 배우는 것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세상인데 무조건 배워는 봐야 하지 않겠어요. 기회를 잃는다는 게 단순한 기회의 차단이 아니라 디지털 세상으로의 초대부터 받지 못한다는 의미일 테니 말입니다.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는 초대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