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엄마백신

독서습관이 어렵다면?

by 엄마의 삶공부




독서가 좋은 건 알겠는데, 나도 독서습관이 길러진 엄마면 좋겠는데……


코로나 이후 인문학이 더 중요해졌다는 말을 합니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독서가 답이라고 자꾸 강조합니다. 왠지 우리 아이들은 손해를 볼까 봐 걱정되시지요? 아이들 책 싫어하는 것 내가 잘못 키워서 그런 것 같아 죄책감도 들고요? 나는 피해봐도 괜찮은데 내 자식 피해본다니까 어떻게든 독서습관은 길러주고 싶지요? 억지로라도 읽히면 책을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서 돈 천 원 걸고서라도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고 그렇게 되지요? 하지만 이 방법은 아닌 것 같은데 방법을 모르니 난감하고 답답하지요?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만 알아차려도 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많으니 말입니다. 학원 한 번 빼먹으면 날벼락이 떨어지면서 매일 내 아이가 독서를 하고 있는지는 제대로 챙기지 않잖아요. 저도 그런 엄마였음을 고백합니다. 학원을 강요한 엄마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독서습관을 제대로 길러준 엄마도 아니었습니다. 독서습관이 중요한지조차 몰랐으니까요. 제가 독서를 제대로 하지 않는 엄마였다는 양심선언입니다. 중요한지조차 모른다는 게 제일로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지금에야 깨달았습니다. 이 정도로 잘 자라준 딸이 고맙기도 하고 또 많이 미안합니다. 독서습관을 길러주며 키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많으니 말입니다. 제가 독서습관이 생기고 책이 주는 이로움과 혜택을 제대로 누리며 살게 되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 반 아이들의 독서습관의 현주소도 궁금해지더라고요.



책을 진짜로 좋아하면서 꾸준히 책을 읽고 있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어느 날 문득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더라고요. 몇 명쯤은 손들겠지 싶었습니다. 한 명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설마? 다시 물어보았지만 그대로였습니다. 정말이지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 책을 좋아하는 정도를 보고는 대강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큰일 났다 싶었습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뭐가 중한데'


책이 얼마나 중요한 매개체인 줄 누구보다 잘 알면서, 우리 반 아이들을 이대로 두는 건 책임회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담임교사도 학생들 독서습관을 길러주어야 한다면 앞장서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아직 독서의 중요성조차 모르고 있는 학부모님이라면 먼저 알아차린 누군가 시작하면 될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더 급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담임입니다. 1학기를 거의 마무리할 시점인 7월이었거든요. 이 시기를 놓치면 어쩌면 영원히 독서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 때를 놓칠 것 같아서였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꼭 이것만은 습관으로 들여주어야 한다는 사명의식이 불타올랐습니다.


중요하고 급한 일이라 인식되면 뇌가 풀가동되나 봐요. 아이들 한 명도 손을 들지 않던 그 모습에 마음이 꽂히니 더 깊이 고민이 되더라고요. 해결책을 간절히 구하고 싶은 마음으로 집중하니 온갖 아이디어들이 줄줄이 튀어나오더라고요. 하나씩 연결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책 읽기와 하브루타를 접목하면 좋겠다는 큰 틀의 아이디어는 늘 염두에 두고 있었거든요. 우리 반은 1학기 내내 하브루타를 교실에 적용해서 수업을 해 왔으니까요. 이왕이면 재미있고 행복한 책 읽기여야 한다는 생각도 꼭 지켜내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무조건 읽자!”로 강요하는 독서는 아니다 싶었으니까요. 몰입해서 자료들을 참고하고 고민했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독서법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5단계 독서법>입니다.



5단계 독서법으로

매일 10분 독서

이렇게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책 읽기 전 활동>



마음 세팅하기


왜 독서를 해야 하는지를 마음부터 움직이게 하는 활동입니다. 아이들 수준에 맞게 하면 됩니다. 저는 스토리를 만들어 들려주었습니다. 유튜브 영상에도 아이들 수준에 맞게 만들어진 자료들이 많이 있습니다. 주입식이나 강요가 아닌 영상, 영상을 보고 나서 생각해 보게 하는 영상이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환경 세팅하기


독서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교실도 만들 수 있습니다. 교실 책상을 독서실처럼 바깥으로 빙 둘러서 놓고 가운데를 뚝 뚝 떼면 독서실 비슷한 구조가 됩니다. 교실 조명도 책 읽기 좋은 밝기로 합니다. 창문 커튼도 살짝 내려서 햇볕이 바로 비치지 않게 분위기를 만듭니다. 교실 앞 칠판에 타이머를 걸고 10분 타임을 세팅하면 환경은 준비가 끝납니다. 매일 아침, 8시 40분, 10분간. 이 시간 세팅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 읽는 활동>


1단계 : 책을 읽습니다.



타이머 시작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종료음이 들릴 때까지 10분 동안 읽습니다. 음독으로 읽어야 합니다. 소리 내어 읽는 것입니다. 독서실처럼 교실을 배치했기 때문에 작은 소리로 음독하면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음독 효과에 대하여는 워털루 대학 심리학 과장 콜린 M 멜레오드 교수는 “ 공부할 때 중요한 정보를 소리 내어 읽으며 공부하면 나중에 더 잘 기억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일본 도호쿠대 카와시마 류타 교수는 "뇌를 가장 활성화하는 방법이 소리 내어 읽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독서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는 아이들은 음독이 아주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읽다가 생각이 자꾸 산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뇌를 활성화하니까 문장 이해력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책 읽은 후 활동>


2단계 : '필사하기'입니다.



10분 타이머 마치는 알림음이 울리면 책 읽기를 그만 합니다. 이때부터는 필사를 시작합니다. 제가 만든 필사 개념은 필(Feel) 사(思)입니다. 필사란 이 꽂혀서 생각하게 하는 문장을 말합니다. 이런 문장을 발견하면 포스트잇을 붙이라고 합니다. 살짝 줄을 그으며 읽었다가 지워도 됩니다. 줄 그은 문장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공책에 옮기고 싶은 문장만 책에 있는 문장 그대로 필사를 합니다. (원래 필사의 의미)





3단계 : '질문 만들기'입니다.



필사한 문장들만 다시 읽어봅니다. 더 필이 꽂히거나 생각이 머무는 문장의 번호에 형광펜으로 표시를 합니다. 몇 문장이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 문장을 다시 읽으면서 떠오르는 질문을 만들어 봅니다. 필(Feel) 사(思) 문장은 이미 생각이 들어가 있는 글이니 자연스럽게 질문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개의 질문을 만들던 상관이 없습니다.





4단계 : '내 생각 쓰기'입니다.


질문을 만들고 나면 그 질문에 자연스럽게 답을 하고 싶습니다. 만든 질문 중에서 한 개만 골라서 내 생각을 좀 더 깊이 하면서 글을 써도 됩니다. 2~3개 질문을 통합해서 글을 써도 됩니다. 마음속의 생각을 글이라는 도구로 바꾼 것이 글쓰기입니다. 내 생각 쓰기는 강요하지 않습니다. 한두 문장으로 짧게 써도 괜찮습니다. ‘자기 생각 + 그 이유’를 쓰면 벌써 두 문장이 완성됩니다.




5단계: '생각 나누기'입니다.


매일 10분 독서 시간에는 이 단계가 생략합니다. 같은 책으로 읽었을 경우 한 권의 책을 다 읽은 다음에는 꼭 생각 나누기(하브루타)를 합니다. 가정에서 가족들과 할 경우도 같은 책으로 읽고 질문까지 만든 다음, 생각 나누기(5단계)를 하고 나서 글쓰기를 해도 되고 순서대로 해도 됩니다. 제 경우는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서는 내 생각 쓰기를 조금 길게 쓴 후 하브루타(생각 나누기)를 하니까 생각이 훨씬 더 풍성했던 것 같습니다.






5단계 독서법 중 4단계까지를 10분 독서로 실천해 보았습니다.



와! 선생님 너무 재미있어요.

첫날 아이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반응을 보면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저도 실천해 보니까 이 느낌이었거든요.


'왜 이렇게 재미가 있을까?'

'이 방법이 어떻게 다르기에 이런 느낌일까?'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생각하는 독서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슬렁슬렁 읽어가는 독서가 아니라 전체 과정이 자신도 모르게 계속 생각을 해야 하는 독서였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필사 문장이 찾아질 때 생각을 했습니다. 필사 문장을 옮겨 적으면서도 생각을 했습니다. 필사 문장을 읽으면서 질문을 만들 때도 생각을 했습니다. 질문을 읽고 내 생각을 쓸 때는 더 생각을 많이 했을 것입니다. 이러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진행되는 독서였습니다. 뇌는 생각하는 것을 이렇게나 좋아하는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하는 맛이 이런 달콤하고 쫄깃한 맛인지를 뇌가 우리 자신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이 맛 때문에 이 독서법이 계속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2주간 10분 독서(독서록 쓰는 시간까지 하면 20분 독서)로 매일 독서에 대한 '맛보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맛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방학에 들어갔습니다. 다른 숙제 아예 없애고 10분 독서는 꼭 실천해 보자고 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실천하자고 했습니다. 적극 실천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더라고요. 저도 아이들과 매일 실천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지요. 개학 후 한두 명 제외하고는 모두 다 이 숙제를 해 온 것도 놀라웠습니다. 저도 생각하는 5단계 독서법에 재미 들려서 매일 즐겁게 실천할 수가 있었습니다.


개학 후 아이들의 독서력이 몰라보게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유치원 동생 읽는 그림동화책 수준의 책도 끙끙거렸던 아이들이 어른용 배려라는 책까지 도전하여 읽어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님들도 이런 피드백을 전해 주셨습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방학 동안 책을 정말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학원 갔다 와서 손만 씻고는 한 시간 이상 자기 방에 들어가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독서록까지 하면 2시간 넘게 책을 읽는 날이 많았습니다. 특히 독서록 쓰는 것을 너무 좋아하니 너무 신기합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이제는 어려운 책도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뇌가 삐그덕 거리며 돌아가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면서 자기 스스로도 신기해하며 책을 읽어냅니다. "



이 정도만 되어도 80% 이상은 성공한 것 같습니다. 고지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의 10분 독서는 이제 15분 독서로 올라섰습니다. 아이들이 먼저 15분 하자고 말해주었습니다. 개학하자마자 바로 5분을 늘려 실천하고 있습니다. 등교시간도 10분 당겨 8시 30분까지 등교합니다. 미덕 필사를 마치고 40분 되면 타이머 누르고 함께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15분 타이머 끝나면 10분 다시 눌러서 독서록을 씁니다. 매일 25분의 독서시간을 하루도 안 빠뜨리고 실천하는 셈입니다. 저도 이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독서하고 독서록 쓰기를 재미있게 실천하고 있습니다.

실천한 기간을 합해보면 방학 포함하여 두 달 하고 2주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 대부분이 독서습관이 길러진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동화책을 나눠주고 함께 읽는 시간이 있었거든요. 저보다 더 빨리 책을 읽어내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선생님, 이 책 너무 재미있어요."

"이런 책 또 없어요?”


아이들의 이 소리에 "심봤다!"라도 외치고 싶었습니다.

얼마나 반가운 소리 던지요! 독서 시간에 덜 집중한다 싶어 늘 마음이 쓰였던 아이가 이 말을 했으니 더욱 그랬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이 책을 힘들이지 않고 즐겁게 읽어내는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요! 필사도 척 척, 질문과 내 생각 쓰기도 알아서 다 해 버리더라고요.


2학기 끝날 때까지 매일 25분 간의 독서시간은 어떤 일이 있어도 실천할 생각입니다. 우리 반 아이들의 독서습관이 야무지게 길러질 것 같습니다. 저의 책 읽는 재미도 더 쫄깃해질 것 같습니다. 아이들 살리고 싶어서 시작했던 독서습관 기르기 프로젝트 덕분에 저도 큰 혜택을 입었습니다. 독서하고 독서록 쓰는 이 과정을 너무 재미있게 실천하게 되었으니까요. 곱씹어 보는 독서, 생각하는 독서의 재미를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책 읽는 게 어렵다면 이 방법으로 한 번 시작해 봐요. 가족들과 함께 실천해 봐요. 매일 그 시간 그 장소에서 하면 훨씬 더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어요. 첫 시작은 딱 10분간만 실천하면 돼요. 5단계 독서법으로 진행해 봐요. 10분 독서 후 독서록 쓰기도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을 거예요. 한 달쯤 실천하면 자녀들이 먼저 시간 좀 늘리자고 말해 줄 겁니다. 10분간만 매일 실천해도 금요일까지 하면 50분입니다. 한 달에 한 권은 충분히 읽어내겠습니다. 이 처음 한 권이 10권, 100권 되는 씨앗일 것입니다. 이것 성공해 내면 거의 다 성공한 셈입니다.


자녀들이랑 함께 실천하기 어렵다면 엄마가 먼저 실천해 봐요. 엄마가 먼저 실천해서 독서습관 길러지면 자녀에게는 내가 실천해서 성공한 방법대로 전수하면 되니까요. 전수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엄마가 책 읽는 모습 보여주면 저절로 따라서 할 거니까요. 내 자식 위해 한 두 달 노력해 보는 것은 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한두 달 노력해서 내 자식 평생 구할 수 있는 일이니 말입니다. 나 자신을 먼저 구하는 일이니 더 시도해 봐야 하는 일이 아닌지요?


이 능력은 한 번 길러지면 평생 써먹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갈수록 더 강력해지는 능력입니다. 복리저축보다 훨씬 더 불어나는 능력입니다.

구체적인 이익은 나와 내 자식에게 어떤 식으로 되돌아올지 짐작이 안 되는 어마어마한 혜택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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