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청에서 하고 있는 ‘마을학교’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찾아가는 맞춤교육’이라고 말하면 딱 맞겠네요. 프로그램 내용이 아주 실제적이고 도움이 많이 된답니다. 기대하고 마을학교 강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제부터 성교육을 반에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총 6시간을 배우게 됩니다. 첫 수업이었어요. 두 시간 강의를 해 주셨어요. 아이들에게는 성교육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이시니 잘 접근해 주실 줄 믿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 기회에 저도 제대로 배우면 좋겠다 싶어서 수강생처럼 필기하면서 열심히 들었습니다.
초성 퀴즈로 성관련 단어들을 툭 툭 던지시며 자연스럽게 접근해 가시더라고요. ‘사춘기’, ‘몽정’, ‘자위’, ‘생리’……, 이런 단어들이 나왔어요. 오픈되어 접해보는 이런 단어들에 아이들은 많이 뜨악해하고 볼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워하면서도 급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저도 바로 훅 들이대는 이런 단어들에 당황스러우면서도 수업이 어떻게 전개될지 호기심이 가득 생겼어요.
제일 먼저 사춘기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질문을 해 보라고 말씀하셨어요. 포스트잇에 써서 모둠별 도화지에 붙이라고 했어요. 부끄러워 포스트잇을 숨기며 쓰던 아이들도 하나씩 질문을 써서 모둠 도화지에 붙이더라고요. 강사님이 질문을 모으시고는 어떤 질문들이 들어왔는지 공통된 질문들을 살펴보시더라고요.
그런 다음 사춘기에는 남자 여자가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 알고 있는 사전 지식이나 경험을 모둠 도화지에 써 보라고 했어요. 남학생, 여학생이 모둠으로 앉아서 한 활동지에 써 보니까 더 좋더라고요. 쓰면서도 서로에 대하여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니까요. 모둠끼리 나와서 발표를 할 때도 부끄부끄 하면서도 즐겁게 발표하고 또 듣더라고요.
마지막은 강사님의 설명이 PPT로 이어졌습니다. 그림과 함께 차근차근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시니까 한쪽 눈을 가려가면서도 쑥스러워하면서 잘 듣더라고요. 남자, 여자의 생식기부터, 사춘기에 어떤 신체적(호르몬 변화까지), 정신적인 변화가 있는지, 왜 그런지? 그리고 임신, 출산까지 거의 다 알려주시더라고요. 음경과 음순, 정자와 난자, 몽정과 자위, 생리와 임신, , 사춘기 감정의 변화, 이런 내용까지 거의 다 설명을 해 주셨어요. 올바른 성에 대한 예절, 남녀 차이에 대한 존중과 배려까지도 다 짚어주셨어요.
강사님은 다음 반 수업이 있어서 가시고 난 후, 우리 반 아이들과 빙고게임으로 배운 내용들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배운 것 확인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뒷 마음이 더 컸지요. 빙고로 쓴 단어들을 자신이 스스로 떠올려서 빙고판에 써 보고 큰 소리로 부르고 또 친구들이 부르는 단어들을 듣고 동그라미 하면서 더 많이 자연스러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정말 그랬어요. 빙고게임이 진행될수록 쓴 낱말들을 큰 소리로 불러주었거든요. 친구들이 부르는 낱말을 듣고는 쓴 낱말을 찾아 신나게 동그라미를 하더군요. 존중, 배려라는 의미까지 모두 다 중요하게 익혔더라고요. 성교육, 어떻게 이렇게 완전학습이 되었을까요!
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4학년인데도 우리 반에 생리하는 여학생이 몇 명 있어요. 아이들과 저만 알고 있는 비밀 아닌 비밀(?)이었지요. 생리하는 여학생 한 명이 제 옆에 와서는 여학생 친구들 들리게 생리한다고 오픈해 버리더라고요. 오히려 자랑하듯이요. 와! 심지어 이런 말까지요!
“선생님, 저 오늘 오버나이트 하고 왔어요.”
이 당당한 모습이 얼마나 멋있던지요! 정말 내 딸처럼 너무 예뻤습니다. 친구들보다 조금 일찍 성장한다는 것이 나쁜 짓(♥)도 아닌데 괜히 친구들이 알까 봐 눈치 보고 그랬잖아요. 아이 마음이 얼마나 홀가분해졌을까요! 얼마나 자랑스럽게 잘 자라고 있다는 자부심까지 생겼을까요!
이제 수위 더 올라갑니다. 조금 더 긴장해 주시고 읽어주시어요. (하하하)
남학생들이 무슨 이야기인가 궁금해서 우리 주위로 다가와서 엿듣더라고요.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의(여학생들과 여선생님)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지요. 그 와중에 용기 내어 자기도 생리한다고 오픈하는 여학생도 있었어요. 너무 놀랍지요? 우리 아이들의 이 때묻지 않은 순수한 용기가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평소에 이런 건 부끄러워 말할 엄두도 못 내는 부끄럼 잘 타는 아이거든요. 아무리 용감해도 나 생리한다고 친구들 앞에서 대놓고 이야기할 아이가 몇 명이나 될까요? 우리 반 아이들은 이 일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용감하게 해내더라고요.
남학생들이 몇 명 자꾸 엿들을려하고 급관심을 가지려 했어요.
“아, 뭔데? 생리, 뭐라고?”
여학생 한 명이 그 남학생에게 뭐라고 받아쳤는지 아세요?
“아, 너희들은 몽정이나 잘하세요.”
순간 모두 빵 터졌어요.
배꼽 빠지게 함께 웃으면서 즐겁고 행복하더라고요.
이런 성관련 대화들이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니 너무나 감동스럽더라고요.
“몽정이나 잘하세요.”
우리 반 여학생의 이 말을 곱씹어볼수록 깊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나는 앞으로 여성으로서 할 일 똑바로 할 테니까 넌 남성으로서 할 일 똑바로 하면 되는 거잖아."
"우리 함께 멋진 어른 되어보자."
이렇게 깊이 이해했다는 의미로도 들렸습니다. 그래서 더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성교육, 양지로 가지고 와서 정확하고 바르게 교육해도 될 일이었습니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이런 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어른들도 성에 대하여 정확하고 올바르게 배울 기회가 없었을 테지요. 더 안타까운 건 어른들이 성을 음지로 생각하니까 아이들도 성을 음지로 배울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지로 가져와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히니 아이들이 이렇게 행복해합니다. 이렇게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친구들보다 생리를 먼저 한 것이, 몽정을 경험하는 것이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는 해방감을 느낍니다.
친구랑 이제는 이런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보도 도움도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잘 자라고 있다는 안심과 자신의 몸에 대한 자부심까지 들겠다고 생각하니 이 성교육의 기회가 너무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지요! 이래서 전문가구나 싶었습니다.
서로 다른 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자연스럽게 실천하더군요. 쉬는 시간 함께 노는 모습 보니까 바로 느낌이 오더라고요. 이 모습이 더 감동이고 고맙더라고요. 나머지 4시간 동안도 교사인 제가 더 잘 배워서 더 깊이 깨달아서 우리 아이들 멋진 어른으로 잘 자라도록 돕고 싶습니다. 괜찮은 여성, 남성으로 성장하도록 잘 돕고 싶습니다. 성교육이 바로 멋진 어른 되는 공부인 것 같습니다. 각자 여성, 남성으로서 져야 할 책임감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공부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