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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삶공부 Oct 14. 2021

 연애의 기술은 익히는 게 아니라 자존감 공부라는 것

성교육을 마치고 나서


어제 우리 반 아이들이 두 번째 성교육을 받았습니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되었지요. 


큰 주제는 ‘우리는 모두 친구! 우정과 사랑‘이었습니다.

친구이긴 한 것 같은데, 우정은 아닌 것 같고 좋아하는 감정이 막 생기는 것 같고……. 이런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는(초등 4학년입니다) 안성맞춤의 교육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아이들과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우리 아이들 건강한 어른으로 잘 자라기 위한 정보를 정확하게 얻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공부였거든요.


이성 친구를 사귀는 데 필요한 게 어떤 것일지를 생각해 보고 함께 이야기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공부를 해 갈수록 ‘마음을 들여다보는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 결정권’이라는 말이 제일로 와닿았습니다.

이성 친구를 사귀는 문제도 자신의 문제이니 스스로 잘 해결해 가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준중 연애,’ ‘마음 표현법,’ ‘경계,’ ‘고백법’ 이런 개념들과 함께 역할극으로 재미있게 수업을 이끄셨어요. 그러고 나서는 연애 계획서를 직접 작성해 보라는 실습이 있었습니다.


‘만약 연애를 하게 된다면?’ 정도의 내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질문들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1. 연애를 하기 전 준비해야 할 것은?

2. 어떤 사람과 연애를 할 것인지?

3. 어떻게 고백을 할 것인지?

4. 어디까지 스킨십을 할 수 있을지?

5. 이별은 어떻게 할지?


이런 질문들을 생각하면서 각자 A4에 써 보는 것이었습니다.





연애를 하기 전 준비해야 할 것은?

자신의 외모나 행동을 살펴봐야 한다는 아이도 있었고 마음을 살펴야 한다는 아이들도 몇 명 있었어요. 사실 막 사춘기 되고 연애를 하고 싶을 때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저는 없었네요. 지금 되돌아가서 그 시절로 갈 수 있다면 이런 생각 먼저 해 볼 것 같거든요.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알려면 나 자신부터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그렇지요. ‘진정한 사랑꾼’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자기 사랑꾼’이면 되겠다는 생각을 이 나이 들어서 깨닫네요~~(그러게나 말입니다.)




어떤 사람과 연애를 하고 싶은지?

우리 아이들은 외모, 성격 그리고 마음을 보겠다는 아이들도 제법 많았습니다. 나랑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 연애를 하겠다는 속 깊은 답도 있었습니다. 특이한 답도 있었는데요. 무조건 엄마가 정해주는 사람이랑 연애를 하겠다는 아이도 있었어요. 이유를 물어보니까 엄마랑 마음이 잘 통하니까 엄마가 정해주면 내 마음에도 들 것 같다는 답을 해서 안심이었어요. 

“제 일은 엄마가 무조건 정해주니까요.” 이렇게 답할까 봐 조마조마했거든요.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부터 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책임지고 사랑을 키워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갈등이 있어도 잘 해결하려 애쓸 것입니다. 무엇보다 엄마가 선택해주는 사람과 연애를 한다면 조금만 잘못되는 일이 있어도 엄마 핑계를 대겠다는 말이지요. 자기 결정권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의 피해는 부모랑 아이가 동시에 피해자겠더라고요.




어떻게 고백을 할지? 어떤 범위까지 스킨십을 허락할 것인지? 

이런 것 모두 자기 결정권, 존중 연애와 관계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상대가 마음에 든다고 무조건 고백을 해도 되는지? 상대가 아무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도, 상대가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고 나쁜 감정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짚어주셨어요.


스킨십에서 아이들이 가장 부끄러워하더라고요.

손잡는 것까지는 허락해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었어요. 지금 당장이 아니라 이성 친구 생길 중학생 사춘기쯤 되면 그렇게 해 보겠다고 했어요. 서로의 경계를 잘 지켜주고 나의 경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강사님의 말씀을 실습을 해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잘 이해하는 것 같았어요. 





이별은 어떻게 할지?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친구들도 있었고, 쪽지를 전하겠다는 친구도 있었어요. 직접 만나서 용건을 말하고 돌아서겠다는 아이도 있었어요. 

“문자 받으면 쌩까요(아이들 사용하는 은어입니다).”

“문자 차단해 버려요.”

이런 답도 있었어요.


이별을 잘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애를 하는 중 갈등이 생겼을 때도 잘 해결해 나가야 하지만 헤어지는 건 더 힘든 문제잖아요. 이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연애의 고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연애의 기술 하나씩을 익히는 게 연애의 과정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힘든 상황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하는 방법을 익혀가는 게 연애를 하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보고 정말 서로 잘 안 맞다 싶으면 헤어지는 수순을 밟아야 하잖아요. 서로 상처 덜 받고 덜 주고 멋있게 해결하고 헤어지는 게 정말 멋진 마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 때 사람들은 마음이 훌쩍 커는 법이잖아요. 헤어지는 것을 상대 때문이라고 무조건 탓하거나 자신이 못나서 그렇다고 하거나 이런 해결책은 전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둘 다 문제를 회피한 대처였으니까요. 마음이 클 기회를 전혀 얻지 못했으니까요. 마음이 더 작아져 버린 해결책이이었으니까요.






살아가는 삶의 과정이 연애하는 과정이랑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과 연애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요. 삶을 잘 살아내려면 나 자신을 진정 사랑하고 있는지? 나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삶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삶이랑 사랑하다가 뭔가 잘 안 되고 자꾸 삐거덕 거린다면 나를 사랑하는 공부부터 더 점검하고 다시 삶이랑 사랑을 시작해 봐야 한다는 생각도 드는걸요. 


사랑하는 사람과 잘 지내는 사람, 서로 사귀면서 더 성장해 가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일수록 자신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잘 사귄다는 건 사귀면서 문제가 안 생긴다는 말은 아니잖아요. 문제가 생기지만 잘 해결해 나간다는 뜻이잖아요. 예쁘게 잘 사귀는 사람일수록 헤어지는 것도 예쁘게 잘 마무리 해 내지 않을까 싶어요. 그 사람이 성격이나 마음결이 어디 가는 게 아니니까요. 헤어지는 건 더 힘든 문제지만 문제를 잘 해결하고 더 큰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니 말입니다.


수업 마지막에 자존감 검사를 하더라고요. 제 생각이랑 너무나 맞아떨어지던걸요. 자존감은 자신을 사랑하는 감정이잖아요. 자신을 사랑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면서 살아가는지를 묻는 질문이잖아요.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사랑할 거라 생각해요. 자신만 사랑하면서 상대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자존심만 강한 사람이라 해석되네요. 


연애를 잘해 낼 아이들과 자존감이 높은 아이랑 선으로 줄 긋기를 할 수 있겠다는 말이지요.  연애의 빈도수가 많다고 자주 상대를 바꾼다고 연애를 잘하는 사람일까요? 그 반대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자신을 진정 사랑하는 자존감 갑인 사람들이야말로 언제든 연애의 상대가 줄 서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자신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달콤해서 연애를 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이건 걱정이 되는 문제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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